알코올이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의 하나로, 흔히 '필름이 끊긴다'는 현상이 있다. 이 현상 은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상실을 말한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혈중 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술이 점차로 깨서, 다시 그 일정 농도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의 기간 동안 기억이 없어지는 현 상을 말한다. 이런 기억상실 즉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술이 깨고 나서, 지난 밤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해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행동이 나 수치스러운 짓을 했을까봐 대단히 두려워한다. 기억상실 기간 동안 대부분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직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물어 보면 이런 것들은 잘 기억해 낸다. 즉 이 기간 동안에도 장기 기억이나 지능은 상대적으로 온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10 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잘 기억을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조금 전 자기가 한 이야기 를 하고 또 하고, 금방 술을 시켜 놓고 또 술을 주문하기도 한다. 즉 이 기간 동안 단기 기억 은 상대적으로 많은 손상을 받는다. 그럼 왜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길까. 한마디로 말해 알코올이 대뇌의 해마와 측두 엽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기억의 화학적 저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다고 가정하자. 5분 간격으로 입력한 내용을 계속 저장했는데, 컴퓨터의 저장 기능이 일정 기간 동안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문서 완성 후 그 파일을 다시 열어 보았을 때 저 장 기능이 고장나 있었던 그 기간 동안에 입력했던 내용은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 지의 원리이다. 알코올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을 들 수는 있으나 수면구조에는 악 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며 자주 잠에서 깨어나게 만든다. 더 알고 싶다면...알코올은 소량일 때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흥분을 유발한다. 그러나 대체 로 억제제로 작용하여 기억, 인지, 판단, 정보처리 등의 사고기능과 반응시간, 운동능력, 언 어 등의 장애를 야기한다. 동시에 중추신경계의 통제기능을 억제하여 흥분, 공격성, 충동성 등 정동(靜動)의 장애와 사회적으로 통제되어 왔던 행동들이 나타나게 한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은 알코올의 혈중농도에 따라 변화한다. 혈중농도 0.05%에서는 사고와 판단이 느슨해지고, 0.1%가 되면, 근육운동이 눈에 띄게 서툴 러져서 걸음이 비틀거리거나, 말이 어둔해진다. 혈중농도가 0.2%에 도달하면 뇌 운동 영역이 전체적으로 억제되고, 감정조절 중추가 영향을 받아 갑자기 울거나, 화를 버럭 내는 등의 행 동이 나타난다. 0.3%가 되면 사람과 장소, 시간을 구별하지 못하는 혼란 상태에 빠지고, 잠에 골아 떨어져 깨우기가 힘들어진다. 혈중농도 0.4~0.5%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0.5% 이상 이 되면,호흡 및 심박동 중추의 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사 망하게 되는 일이 이 단계일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