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느끼고 생각하고 대화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춤추는 꽃, 무초
1억송이 꽃의 대향연, 그 화려한 감동의 무대인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5월 19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들여온 갖가지 진귀한 꽃들 중에 특히 눈길을 끈 화제의 식물이 있다. 중국 윈난성에서만 자라는 ‘무초(舞草)’라는 식물로, 지상에서 유일하게 춤추는 꽃이다. 콩과식물인 이 무초는 클래식 음악만 들려주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잎사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어린이와 여성의 노랫소리에도 민감하며 2000년 일본 효고(兵庫)현 꽃박람회 때는 여가수의 트로트 곡에 잘 반응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들여온 무초 25그루는 행사 내내 밀폐된 투명 아크릴 부스 안에 모셔진 채 하루 두 차례, 30분씩만 춤을 추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도록 했다. 온도가 맞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춤을 추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학자 라울 프랑세는 식물도 자신의 몸을 고도로 진화된 동물이나 인간처럼 자유롭고도 쉽게, 그리고 우아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 움직임이 우리 인간에 비해 너무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본 식물의 경이로운 반응
식물에 음악을 들려주어 생육을 촉진하려는 시도는 1860년대『종의 기원』을 주창한 찰스 다윈 이후 계속 되다가, 1950년 인도의 싱 교수에 이르러 인도의 전통음악 ‘라가’를 들려주면 벼, 땅콩, 담배의 수확이 25∼50% 늘어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1966년 미국의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인 클리브 벡스터는 검류계를 이용, 식물의 자극과 반응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식물들도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인간처럼 잠시 기절하거나 아예 실신함으로써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일종의 자기방어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식물을 태우는 실험을 하려 하자 식물은 죽은 척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야 비로소 일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1968년 미국의 여성과학자 도로시 레털랙은 호박에 고전음악을 들려주자 덩굴이 스피커를 감싸 안은 반면, 록음악을 틀어주자 덩굴이 벽을 넘어 달아나려 한 사실을 발견했다. 60∼70년대 옥수수 수확을 높이기 위한 음악 실험을 통해서도 옥수수가 록음악보다는 클래식, 그 가운데서도 바흐의 오르간 연주와 인도의 전통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초에 음악을 들려주면 잎이 44%나 커지고 벼도 수확이 50%까지 늘어난다는 실험결과도 나와 있다. 기르기 까다로운 난초의 첫째 성장 조건을 전문가들은 ‘칭찬과 관심’이라고 조언한다. 같은 환경일 경우 달콤한 음악을 듣고 자란 것이 소음 속에서 자란 것보다 잘 크고 튼튼하며 열매도 많이 맺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볼 때, 인도 무굴제국의 3대 황제 때 신하 한 사람이 ‘라가’를 연주하여 꽃을 피웠다는 얘기가 그다지 과장된 기록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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