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맞이 하여 온누리에 기쁨과 사랑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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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크게 기지개를 켜본다. 올 한해도 이제까지 아무 탈없이 잘 지내온 것에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다.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려 오늘 아침 출근 길 교통이 혼잡했다. 자동차에 장착된 첨단장치의 성능을 확인할 겸 그냥 달리고싶은 충동도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바쁠수록 쉬어가라는 말도 있는데, 한해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오늘, 새삼스럽게 서두를 것 뭐 있나!’라는 생각에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길지않은 인생을 뒤돌아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오면서, 휴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껴본다. 무엇을 위한 인생이며,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하여 달음질치고 있는지를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본다.

온 종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들뜬 마음으로 지냈다. 업무종료일마다 느끼는 감상이 매년 다름을 느낀다. 내년 북미 자동차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울적해진다. 미국 3대 자동차회사 (GM, Ford, Chrysler)가 경쟁력을 상실하여 단시일 내에 회복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 최대규모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GM이 지난 수년 동안 구조조정을 단행해왔음에도, 내년에 또다시 White Collar 종업원을 대폭 감원할 것이라는 어두운 소식이 Detroit 지역 신문지면을 장식하고있다. Big 3가 잃고있는 틈새를 유럽 및 아시아계 자동차들이 채우고있어 북미시장의 연간 자동차 총 판매대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북미 자동차산업 관련 고용시장의 상황이 꼴 사나워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 8월 초부터 지금까지 디트로이트 지역에 있는 닛산자동차 북미연구소에서 일하고있다. 비교적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한 일본인 친구가 “다 망해가는 회사로 왜 옮겨가느냐?”고 걱정 섞인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Big 3의 퇴조와 닛산의 극적인 회복을 미리 예측하고 옮겨갈 만큼 미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 모험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막히게 잘한 결정이었다. 불경기에 안정된 직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지난 몇 년 동안 실감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행운보다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총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현대그룹의 왕회장으로 불리던 분이 성공을 하려면 “시류를 잘 타야된다”는 말 (또는 이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백번 옳은 이야기인 것 같다. 하다못해 월급쟁이를 잘 하기 위해서도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이민자의 경우,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떤 직종이 상승무드에 있는지 사양 길에 접어들고 있는지 재빨리 파악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곳에 가나 줄 잘못서면, 평생 고생인 것 같다.


작성일: 2004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