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도종환
풀잎 하나를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마음과는 따로 가는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뉘우쳤던 허물들을또다시 되풀이하는연약한 인간이기를 몇 번..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우리의 심사와불어오는 바람 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많은 날을고통 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가라지풀 가득한돌 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끊임없이 피 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비히고돌 하나를 밟아도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우리 손으로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 입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수없이 제 눈물로제 살을 씻으며맑은 아픔을가져보았던 사람은 압니다.사랑한다는 것은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그런 것들을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사랑하는 일도 그렇고우리가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사랑은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