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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盧) 전 대통령의 '반칙·특권 없는 세상'이 이런 거였나 - 펌.
lakepurity
2009-03-31
[사설] 노(盧) 전 대통령의 '반칙·특권 없는 세상'이 이런 거였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에게 우리 돈 70억원에 상당하는 미화(美貨) 500만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박 회장은 홍콩에 설립한 자회사인 APC 계좌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첫째 사위 연모씨에게 이 돈을 보냈다고 한다. 올해 36세인 연씨는 2003년 박 회장이 만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이사로 6개월간 일했고, 지난해 4월 투자 자문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최근에야 조카사위에게 박 회장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회장 주변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박 회장이 세상 모르는 36살짜리와 무슨 거래를 했겠느냐고 한다고 한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비로 쓰라고 준 것이란 이야기다.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상표(商標)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다. 국민들은 그와 그의 참모들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어왔다. 2002년 4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선 "각종 게이트 사건은 특권 의식과 반칙의 문화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 5월 토론회에선 "대통령이 되면 어두운 권력 문화를 청산하겠으며 사정(司正)기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구실을 하도록 만들겠다", 2003년 2월 대통령 취임사에선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한다"고 했다. 그리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선 "(임기 중) 무슨 사건에서 비자금이 나오고 정·관계 로비라는 말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노 정권 5년을 '청정(淸淨) 시대'로 규정했다. 지금 노 전 대통령의 친형, 조카사위, 가신(家臣)과 측근, 청와대 수석들이 허기진 사람처럼 갖가지 뇌물을 덥석덥석 받았다가 줄줄이 검찰에 끌려가고 있다. 이러다간 노 전 대통령 주변에 성한 사람이 없어질 판이다. 그건 달리 말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입가에 '정의'와 '청렴'을 매달고선 너나없이 권력의 떡고물을 묻혀 왔다는 이야기다. 그뿐 아니라 노 정권 아래서 판사·검사·경찰 간부들이 대통령의 친구가 던져주는 '뇌물 먹이'를 받아먹어 왔다. 그러기에 국민은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검찰의 칼이 노 전 대통령 본인을 향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대통령 본인의 비리(非理)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시대로 끝나는가 했더니 그게 섣부른 단정이었나 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형 건평씨 명의의 땅을 사줘 선거자금 마련을 도와주고, 노 전 대통령의 김해 봉하마을 땅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차용증을 받고 15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농협의 자회사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한다는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고, 농협이 세종 캐피탈을 인수하기 직전 주식 거래를 통해 200억원가량의 차액을 챙기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주변에 돈을 뿌리면서 그 대가로 거둬 온 정치 이권(利權) 리스트는 앞으로 점점 더 길어질 게 분명하다. 박 회장은 최근 변호사를 통한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 돼 버렸다"며 "이제는 감출 수도 없게 됐고, 다 털어버리겠다"고 했다. 박회장은 이 말대로 모든 것을 털어내 진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국민에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들어서만도 '정치하지 마라' 'G20 재무장관 회의'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등 6건을 홈페이지에 올릴 정도로 활발하게 발언해왔다. 이런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3월 하순부터 입을 닫았다. 국민들이 지금 노 전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건 "당신이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라던 게 바로 이런 거였냐"는 것이다. 국민은 그의 입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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