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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언제 철들려나? - 조선일보 사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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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락동 시래기 할머니의 눈물, 드잡이판 국회 4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간 이명박 대통령을 맨 먼저 맞은 것은 상인들의 하소연이었다. "돈을 못 벌어서 밥도 못 먹게 됐어요" "서민들 좀 잘살게 해주세요"…. 대통령을 붙들고 "살기 힘들다"며 탄식과 눈물을 쏟아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무청 시래기를 파는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는 "하루 얼마나 파시느냐"는 대통령 물음에 울먹이기부터 했다. "2만원쯤인데 많이 팔아야 3만원"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설움이 북받친 듯 대통령 팔에 매달려 연방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도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날 새벽 대통령이 맞닥뜨린 것과 다를 바 없는 한숨과 눈물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서민들부터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경제 위기 속에 꽁꽁 얼어붙은 경기는 이날부터 몰아닥친 한파(寒波)보다 더 매섭고 무섭다. 혼자 살며 폐지나 고철을 주워 근근이 지내던 노인들과 저소득층은 고철값이 폭락하면서 고철 팔 데도 없어져 당장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직장에서 잘릴 걱정, 가게 문 닫을 걱정에 잠자리가 편치 못하다. 젊은이들은 잔뜩 움츠러든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고,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들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기업 하는 사람들도 도산의 공포에서 무사할 수 없다. 온 국민이 앞으로 얼마나 춥고 어둡고 긴 터널 속을 지나야 하는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금, 국회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다. 지난주부터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 있던 국회는 이날 회의장 농성이라는 낡아빠진 행태를 다시 연출했다. 제1 야당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예산결산특위의 소위(小委) 회의실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몸으로 막았다. 이들이 가로막은 예산안엔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겨운 사람들을 부축하고 일자리가 없어 암담한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지출 계획들이 담겨 있다. 사회서비스·청년인턴제 등을 통한 일자리 확대 4조6000억원, 실직자 지원 3조4716억원, 저소득층 자가양육비 지원 324억원, 빈곤 아동 지원 드림스타트사업 149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예산안에 반대하면서 '서민 예산 쟁취'를 내걸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회의장을 점거하고 모든 국회 상임위 활동을 거부해야만 하는 것인가. 야당이 정상적인 예산 심의 활동을 통해 정부안의 허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생각은 전혀 없고 필요할 때는 적극 협력하는 야당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말만 그렇게 할 것인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으면 빼고 하라"고 말했다. 올해 예산안은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짠 것인 만큼 여야 합의 통과가 바람직하다. 여당은 야당을 압박하기 앞서 대화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반성해야 한다. 국회는 이미 헌법에 정해진 예산 처리 시한 12월 2일을 넘겨 '6년 연속 위헌(違憲)' 기록을 세웠다. 국회 예산 처리가 하루 늦어질수록 연쇄적으로 재정 집행이 늦춰지고 서민층 지원은 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에 담긴 돈들이 돌지 않으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것이 가락동에서 하루 2만원 벌이로 살아가는 박부자 할머니 같은 서민들이다. 입력 : 2008.12.04 22:10 / 수정 : 2008.12.04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