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J는 전직 대통령답게 처신하라 [중앙일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27일 발언은 여러모로 지나쳤다. 김 전 대통령은 민노당 지도부와 나눈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재’란 낙인을 찍었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 내려 한다’고 강변했다. 김 전 대통령도 물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전직 대통령답지도, 국가원로답지도 못하다. 정치에 대한 기본인식부터 맞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이란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현 시국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독재’란 말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현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1987년 민주화로 우리는 독재의 역사를 청산했다. 이명박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정권이다. 아무리 밉고 한심스러워도 독재는 아니다. 합법적 정부를 독재라 외치는 주장, 그래서 투쟁해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태도는 선동이라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문제와 관련된 김 전 대통령의 주장엔 사실관계나 논리가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 내려 한다’는 비난은 너무 일방적인 몰아붙이기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보다 북한의 김정일에게 있다. 관광객을 살해하고, 핵을 개발하고, 핵 검증 과정에서 부단히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북한이다. 이런 북한을 감싸면서 책임을 현 정부에 돌려선 안 된다. 국민이 바라는 전직 대통령은 국론을 통합하고 후임 대통령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국가원로다. 정략을 구사하고 정쟁을 일으키는 노회한 정치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