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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개만도 못한자에게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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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시시각각] 양정철씨에게 훈장 준 정부 [중앙일보] 처 음엔 ‘설마’ 했다. 자세히 보니 사실이었다.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양정철씨 얘기다. 18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양씨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국정과제를 창의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수행한 공로란다. 창의적이고 성실하게? 솔직히 어이없고, 심한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 이른바 ‘취재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자실 통폐합을 총기획하고 실행한 게 양씨다. 그 결과 지금 국방부에선 전기 끊긴 기자실에서 기자들이 촛불 켜고 기사를 쓰고 있다. 경찰청에선 출입기자들이 철거민처럼 쫓겨났다. “그거야 순전히 당신들 사정이지.” 청와대 분들은 그렇게 냉소할지 모르겠다. 맞다. 솔직히 기자들 사정일 뿐이다. 또 대통령이 임기 말에 측근한테 훈장 하나 챙겨주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정말 어지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부의 오만함과 무심함 말이다. 한번 따져 보자. 지금 기자실 문제로 화가 난 건 보수 언론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신문·방송사 기자들도 대부분 반발하고 있다. 소수 친노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거의 전부다. 그런 마당에 대선 전날 언론의 원성 대상 1호인 양씨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쉽게 말해 “너희는 떠들어라, 나는 내 맘대로 한다”는 식이다. 울부짖는 철거민들 앞에서 철거반장에게 하사금 주는 땅 주인의 심보가 이런 것일까.   아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가장 기막힐 것이다. 한 표가 아쉽고, 죽을 둥 살 둥 선거운동 하고 있는데 언론의 염장이나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오만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몰라서 그런 건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다.   이명박 후보는 자녀 위장전입, BBK 논란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거듭됐는데도 마지막 여론조사가 이뤄졌던 12일까지 45%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 정동영 후보는 죽자 사자 뛰었는데도 20%의 지지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회창 후보는 혈혈단신으로 나오자마자 금방 15~20%의 지지를 받았다. 대체 이유가 뭘까. 내가 보기엔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노 정권의 독선과 독주·독단에 대해 유권자들이 지긋지긋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혼자 잘난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쯤 되면 좀 미안해해야 한다. 국민에게, 그리고 현재의 여당에 대해서도. 하지만 양씨에게 당당히 훈장을 수여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외치는 것 같다.   오 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누가 이길지 모른다. 이명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꽤 앞섰지만 막판 변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길 바란다. 다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노 정부가 2002년 선출될 때는 나름대로의 시대정신을 분명히 반영했다. 집권 기간 중에는 돈 안 드는 선거가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정경유착도 상당 부분 깼다. 부작용이 컸지만 권위주의도 많이 부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 정부는 그런 공과 덕목을 다 덮어 버리고도 남을 만큼 잘못도 많이 했다. 무엇보다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는 이념이 아닌 실질을 추구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70여 개의 신생 독립국 중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건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니 1960~70년대 산업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랐던 세대의 눈물과 땀을,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몸을 던졌던 그 다음 세대의 헌신과 노력을 모두 감싸안도록 하자. 앞으론 서로 손가락질 좀 그만 하자. 새 역사의 시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투표하러 가시길 바란다. 비록 선거운동 행태는 마땅치 않았지만 혼신을 다한 후보들께도 위로 말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