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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견 들을땐 즉답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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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박근혜 대표의 귀를 잡고 있나?”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지난달 19일 2기 대표 취임 후 한 달 동안 박 대표는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했다. 정체성 공방 제기와 과거사 규명 역(逆)제의다.
지난 19일 오전 8시40분. 김덕룡 원내대표와 김형오 사무총장은 평소보다 일찍 당 대표실에 도착했다. 박 대표로부터 상임운영회의가 9시 시작되기 전, 셋이서 티타임을 먼저 갖자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두 사람에게 여권에 대한 과거사 규명 역(逆) 제의 결심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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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명상으로 생각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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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역사의 공과(功過)와 좌·우의 피해 모두를 제대로 밝혀보자는 내용이었다. 박 대표가 워낙 단호해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고 한다. 3일 전인 16일 상임운영회의 때 김 대표와 김 총장은 “여권에 말릴 수가 있다”고 과거사 규명에 대한 역제의 또는, 조건부 수용론을 수긍하지 않았었다.
결국 3일 만에 박 대표는 당의 핵심인 두 사람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누구 누구의 얘기를 듣고 이 같은 결심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나라당 때문에 과거사 규명 못했다”는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과 여의도연구소가 박 대표에게 이런 방안을 건의했다고 한 중간당직자는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박 대표가 탈당해 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당시부터의 측근그룹, 모대학 정치학과의 L교수 등 자문그룹의 말에 박 대표가 더 비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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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심은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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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의원은 “박 대표는 혼자 숙고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혼자 사는 박 대표는 유독 생각할 시간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사실 박 대표는 15일 광복절 기념식 현장에서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는 “이제 어찌할 수 없다”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고 이미 역제의를 시사하는 말을 측근에게 했다고 한다. 누구의 조언에 따른 것이 아니란 얘기다. 정체성 공방만 해도 박 대표는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전면전’ 등 강한 발언을 하면서, 혼자 보름 동안을 이끌어갔다. 당직자들이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말릴 때까지 박 대표는 내달렸다.
박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이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대표가 보안에 너무 신경 쓰는 탓이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박 대표는 누구의 보고를 받으면, “생각해볼게요” “생각해봅시다”는 말을 자주한다. 힘을 실어주는 일이 거의 없다. “좋네요” 정도가 최상급 표시다. 다만, 얼굴에는 좋고 싫음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한다. ‘포커 페이스’는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겉모습은 육영수 여사이지만, 속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한나라당 사람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