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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산만을 고집하는 저희 이씨농장에서
이것 저것을 올려 봅니다.
도심에서 맛 볼수 없는 한가지씩을 소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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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잠을 깨우는 차 한 잔 - 3월의 차
dhltony
2008-03-04
3월의 차 - 대지의 잠을 깨우는 차 한 잔
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이 대지의 새로운 기운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3월입
니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어진다는 그 경칩과 낮과 밤의 길이가 꼭
맞아 떨어지는 춘분이 이 달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절을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 즉 화조월석(花朝月夕)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음력으
로 2월과 8월 보름입니다. 음력으로 2월과 8월에는 낮과 밤이 꼭반반씩 되
는 춘분과 추분이 있고, 가득차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보름 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를 우려낼 때, 더운 물을 반쯤 넣은 다음 차를 넣고 다시 더운 물을 넣
는 중투법(中投法)이 봄날에 어울리는 차내는 법입니다. 이렇게 차를 내면
서 차 정신의 하나인 중용의 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봄비에 푸르러지는 버드나무와 꽃샘바람 이기고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면
서 마시는 봄날 아침의 차 한 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보름달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차벗과 함께 마시는 봄날 저녁의 차 한 잔.
조선 시대 시인인 신종호(申宗鎬)는 이런 봄날이 가는 것을 아쉬워 하며
차를 마시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습니다.
차 마시기를 그치자 비로소 잠이 깨는데
집밖에서 자주빛 옥생황소리 들려오네.
제비는 아직 오지 않고 꾀꼬리 또한 날아갔는데
뜰에 가득 꽃비가 소리 없이 내리네.
우리 선조들은 이 때를 맞으면 무엇인가 묵은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냉이, 달래, 씀바귀 등 우리 입맛을 새롭게 하는 봄나
물이 그 좋은 예지요. 차의 옛 글자가 씀바귀 도(도)자였다는 것은 차도 처
음에는 싱싱한 봄나물의 하나였다는 좋은 증거가 됩니다. 곽박(郭樸)이 지
은 《이아주(爾雅注)》에는 겨울에 나는 차싹으로 국을 끓인다고 하였습니
다. 이렇게 볼 때 그 옛날에 차가 기호음료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먹거리의
하나로 출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칩은 만물을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차나무가 대지의
기운을 깨우는지도 모르지요. 차나무도 이 때를 전후하여 작고 작은 움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이 움으로 차를 만들어 마셧다는 기록이 여러 차문헌과
차시에 보입니다.
《선화북원공다록(宣化北苑貢茶錄)》에 보면 백차(白茶)와 승설차(勝雪茶)
는 경칩 이전에 만들기 시작하여 열흘동안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
어진 차는, 말을 탄 날랜 병사들이 음력 2월이 넘기 전에 서울로 날랐기 때
문에 가장 먼저 진상되는 차라는 듯의 두강(頭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북원별록(北苑別錄)》에도 경칩 때 만들어 처음으로 움이 트므로
해마다 그 3일 전에 차판을 벌이는데 그 이유는 윤년에는 기후가 조금 늦어
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칩을 전후하여 이른 시기에 차를 따던 것이 후대에 이르러 점점 청명과
곡우 도는 입하를 전후한 시기로 바꾸어지게 되지만, 고려시대와 초기 조선
시대에는 좋은 차를 얻기 위하여 이 시기에 차를 만드는 것이 사뭇 성행하
였나 봅니다.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나오는 유다(孺茶)라든가 조아차(早芽
茶) 등이 경칩보다 이른 시기에 만든 차이지요.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
習)이 보내준 차에 감사하여 서거정(徐居亭)이 쓴 시에는, 경칩을 전후하여
김시습이 만들었던 차의 모습과 그 차를 마시던 서거정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부분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봄천둥 울지 않고 벌레는 아직 깨지 않았는데
산의 차나무는 움터서 새싹을 이루었네
......
경주의 눈빛 종이로 봉지를 만들고
그 위에 초서로 두서너 글자를 적어 봉하
봉함을 여니 하나하나 봉황의 혀
살짝 불에 쪼여 곱게 가니 옥가루가 날리네
서둘러 아이 불러 다리 부러진 남비를 씻어
눈물로 담담하게 차를 달이며 생강도 곁들이네
......
이 시에서 봄천둥이 울지 않았다는 것은 춘분이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시의 제목은 《잠상인이 보내준 작설차를 고맙게 여
기며》입니다. 눈빛 종이에는 아마도 작설차라는 글씨가 멋진 매월당의 솜
씨로 적혀 있었을 것입니다.
서거정은 그 차를 가루로 내어 고운 가루차를 만들고 눈을 녹여 생강의
매운 맛을 더하여 차를 끓였습니다. 차의 순수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로서는
생강을 가미한 차를 용납하지 못하겠지만, 차에 다른 향기나 다른 맛을 내
는 풍속은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차를 마시는 하나의 풍속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용납못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이 즐기는 현미차는 숭늉에다가 차를 우려낸 듯한 맛이 나서 차
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지요. 그리고 요사이 중국에서는 인삼
과 차를 더하여 우리와 다른 인삼차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숭늉과 인삼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와같은 차의 개발에 더욱 주력하여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별 부담을 주지 않고 차를 접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
다.
저는 때때로 별미로 가루로 된 인삼차를 더운 물에 부어 가루차와 같은
방법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그 차를 차벗들과 나누어 마시면 독특한 그맛에
차벗들은 감탄하기도 하고 차맛을 해치는 일이라고 꼬집기도 하지요. 그러
나 차를 하나의 봄나물로 먹던 시기나 약으로 먹었던 옛일을 생각하면, 오
늘날 우리에겐 기호식품인 차 하나에, 차 마시는 것은 꼭 이래야 한다는 고
정관념에 너무 얽매여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맛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각종 과일과 채소를 맛볼 수 있습니다만, 옛날에는 새것이 나오면 먼
저 조상님께 올린 다음에야 비로소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달이
나라에서 새맛을 조상에게 올리는 일을 일러 천신(薦新)이라고 하였습니다.
고려 때에는 천신하는 품목으로 2월에 얼음이 바쳐졌는데, 조선시대에는 품
목이 더 늘어 생합, 낙지, 얼음, 전복, 그리고 작설차 등이 바쳐졌습니다.
차마시기가 성하였던 고려시대에도 보이지 않던 천신 품목인 작설차가 조선
시대에 바쳐졌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3월이 끝날 무렵에는 어디서 누군가 햇차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
게 들려옵니다. 햇차를 만나거든 먼저 조상님과 웃어른에게 대접하도록 하
지요. 그러고도 남은 차 있으면 꽃피는 아침에 마시지요.
마음 속에 봄천둥이 칩니다. 어디선가 소리 없이 꽃비가 내리고 있을겁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