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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kciha
2006-10-24
건강수행 교육 ‘기림산방’ 김종수원장
입력: 2006년 01월 15일 18:15:26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두한족열(頭寒足熱)’ 건강법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반신욕이나 족욕도 이 건강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18세기 초 반신욕을 처음 시작한 네덜란드의 명의(名醫) 불하폐는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덥게 하라. 그러면 모든 의사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우리 몸 속에서 뜨거운 기운(화기, 火氣)은 내려오고, 차가운 기운(수기, 水氣)은 올라가는, 즉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되는 상태가 좋다고 본다.
기림산방(氣林山房) 김종수 원장(55)은 15년째 강원 정선의 첩첩산중에 살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두한족열 건강법을 전파하고 있다. 몸이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운은 모두 배에서 나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육체 에너지는 물론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정신 에너지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많으면 배가 기운을 잃고 차가워지는 반면, 머리는 뜨거워지면서 피로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천하장사도 맥을 못추게 됩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두한‘족’열이 아니라 두한‘복(腹)’열이 맞다. 그러나 배가 따뜻하면 발은 저절로 따뜻하게 되는 만큼 결국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김원장은 배를 차갑게 하는 생활, 그리고 이런 생활에서 생기는 ‘적’이 만병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의 건강비결은 먼저 몸 속에 쌓인 ‘적’을 빼낸 뒤 차가운 생활을 멀리해 우리 몸을 두한족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적이란 무엇인가.
“몸 세포는 ‘생명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적이란 배를 차갑게 하는 생활로 뱃속 세포가 생명온도를 잃고 차가워진 결과 굳어져 죽은 세포덩어리입니다. 때나 발뒤꿈치의 굳은살도 일종의 죽은 세포입니다. 피부의 죽은 세포는 씻어내거나 떼어낼 수 있지만, 몸 속의 죽은 세포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몸 속의 적은 살아 있는 세포의 따뜻한 기운을 빼앗아갑니다. 그 결과 몸의 면역성은 떨어지고 질병과 노화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적이 몸에 한번 쌓이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적이 쌓여 있으면 몸을 두한족열 상태로 만들기도 어렵다.
“적은 우리가 몸 밖으로 빼내려고 하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을 실천한다고 해서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무척 끈질깁니다. 최소한 3주는 ‘적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벌여야 합니다.”
김원장이 몸 속의 적을 몰아내기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7가지다. 깊은 호흡으로 속기운 키우기, 자세를 바로 하고 막힌 경락 풀어주기, 따뜻한 물·차 마시기, 따뜻한 물로 단식하기, 운동으로 땀 흘리기, 생각을 빼앗기지 않고 바라보기, 충분히 잠자기 등이다. 김원장이 기림산방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느끼면서 터득한 방법들이다.
“단식은 적을 도와주는 지원군을 차단하고, 깊은 호흡은 적을 밀어내며, 땀 흘리는 운동은 적을 밖으로 잡아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적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일단 몸 속의 적을 없앴으면, 다시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김원장이 보기에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몸과 뱃속을 차갑게 하고 머리를 뜨겁게 하는 요인이 너무 많다. 현대인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것 같아도 뱃속은 적이 겹겹이 쌓여 붓고, 굳고,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게 김원장의 진단이다.
“찬 음식이나 물만 먹지 않는다고 몸이 따뜻해지지는 않습니다. 과음과 과식,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 피곤, 정신적 충격도 몸의 기운을 빼앗고 배를 차갑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적을 없앴다 하더라도 금방 다시 생기게 됩니다.”
김원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학군단 장교로 복무하다 1979년 대위로 전역했다. 그 뒤 제약회사, 식품회사 등에서 10년 가량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다. 그러나 과음, 스트레스 등으로 위천공(위벽에 구멍이 뚫리는 병)을 앓았다. 그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맸으나 몸은 나빠지기만 했다. 91년 4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선으로 내려와, 사는 집을 기림산방으로 이름지었다. ‘바른 기운이 숲을 이루는, 산속에 있는 집’이란 뜻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이라, 날이 어두워지면 자고, 밝으면 일어나는 ‘원시생활’을 해야 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니 몸은 따뜻해지고, 머리는 차가워지면서 맑아지고, 마음은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과거 무거운 머리로 습관적으로 살던 도시생활과는 딴판인 세상이 펼쳐졌다.
“당시 내가 갖고 있던 지식이나 고정관념을 모두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따뜻하고 차가운 두 기운의 조화가 우주의 원리임을 깨달았습니다. 소우주인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국의 100세 이상 장수노인 300여명을 찾아다니면서 건강에는 생활문화, 정신문화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김원장은 92년 한 등산 잡지의 창간에 관여하고 글을 기고하면서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 활동한 산악인이었다. 95년부터는 기업, 학교, 군대, 경찰 등에서 500여차례나 건강관련 강연을 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김원장은 강연에 회의를 갖게 됐다. 자신의 교육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97년부터는 외부 강의를 접고 기림산방에 3주 과정의 수행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살아 있는, 실천되는 건강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수행교육을 받은 사람은 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다음카페(cafe.daum.net/grsb)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김원장에게 기림산방 수행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두한족열 건강 실천법을 물었다.
“먼저 잠을 잘 자야 합니다. 수면 부족은 피로로 이어집니다. 피곤하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몸은 차가워집니다. 잠을 못자서 생긴 피로는 잠으로만 풀 수 있습니다. 둘째, 옷으로 몸을 보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운 날에도 배는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여성이 배꼽을 내놓고 다니는 일은 위험합니다. 차가워진 뱃속은 여성질환과 함께 뱃살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셋째, 항상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합니다. 몸 속에 들어온 찬 것들은 정상 세포의 생명온도를 빼앗아갑니다.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것은 수분 보충과 함께 생명온도 유지가 목적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넷째, 호흡이 깊어야 합니다. 오장육부의 힘(내공)은 뱃속이 따뜻해야 생깁니다. 깊은 호흡은 내공을 키우는 핵심 방법입니다.”
김원장이 내세우는 두한족열 건강법은 몸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신 건강에도 직결된다.
“뱃속이 차가워지면 저절로 머리가 뜨거워지면서 짜증이 나고 신경질적으로 변합니다.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마음이 급하게 되죠. 그러나 뱃속이 따뜻하면 머리가 차가워지고 마음이 안정되면서 이해와 용서하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남도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얼짱, 몸짱보다 ‘속짱’이 돼야 합니다. 겉모습이 아무리 좋아도 속이 튼튼한 속짱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속짱이 돼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응근 부국장
[email protected]·사진|서성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