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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회장 부부 "아이스하키는 제2의 자식"
kciha
2005-09-30
정몽원회장 부부 "아이스하키는 제2의 자식"
[조선일보 2005-09-30 10:01]
'안양 한라' 구단주
집들이땐 팀 맨먼저 초청
전경기 직접관람 '매니아'
선수들 경조사 챙기는등
부인 빙구사랑 남편못잖아
[조선일보 강호철 기자]
“아이스하키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살맛 안 날 리 있나요?” 한라건설 정몽원(50) 회장은 지난 24일부터 더욱 바빠졌다.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이 참가하는 2005~2006 아시아리그가 시작됐기 때문. 1994년 ‘만도 위니아’란 이름으로 팀이 창단된 뒤 올해가 12년째. 아이스하키 문외한이었던 정 회장은 이제 ‘퍽(아이스하키에 사용되는 볼)’ 소리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깰 정도로 매니아가 됐다.
“대학(고려대 경영학과) 시절 정기전 때 몇 번 구경한 게 전부예요. 박진감 넘치는 남성적 스포츠라고만 생각했지 평생 인연을 맺게 될 줄 몰랐어요.”
1992년 만도 사장으로 재직하던 정 회장은 당시 에어컨 제품의 시원한 이미지가 아이스하키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에 팀 창단을 추진했다. 비인기 종목 팀을 왜 만드느냐는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얼음판과 친하게 만들자는 생각에 아이스하키와 관계없는 아이스발레 표까지 임원들에게 선물하며 설득한 끝에 1994년 팀 창단을 성사시켰다.
처음엔 홍보 수단으로 생각했던 아이스하키의 재미에 빠져든 정 회장은 주위 사람들도 놀랄 정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모든 경기를 직접 봤다. 집들이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가장 먼저 초청했을 정도.
창단 때부터 적극 찬성의사를 밝혔던 부인 홍인화씨의 내조도 대단하다. 선수들 경조사를 빼놓지 않고 챙기며, 정 회장이 바쁘면 링크에서 경기 결과를 휴대폰으로 실시간 생중계 해준다.
구단주 부부의 관심이 이러니 성적이 안 날 리 없다. 한라는 창단 1년 만에 국내 정상에 오른 뒤 최강 전력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가 구조조정 때문에 어려웠던 1997년, 코리안리그에서 첫 우승을 할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매일 밤 녹화 테이프를 아내와 봤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죠. 당시 팀 해체까지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내가 아이스하키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였습니다.”
IMF위기에 이은 국내 경제 사정 악화로 팀들이 잇달아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꿋꿋하게 실업팀의 명맥을 이어갔고, 위기 탈출의 기회로 일본과 함께 아시아리그를 창설했다. 2003년 첫 시즌 성적은 5개 팀 중 3위였고, 지난 시즌엔 8개 팀 중 5위로 아쉽게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003년 도쿄에서 치른 고쿠도와의 첫 경기에서 1대11로 질 땐 정말 정신없었어요. 선수들도 당황했는지 태권도 하듯 덤비더라고요. 역시 벽이 높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작년에는 스피드나 힘도 크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정 회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폭 팀을 정비했다. 주력 선수들의 군 입대까지 미뤘고, 선진국 체코의 선수뿐 아니라 코치까지 영입했다. 선수단 지원인력도 2명 보강했다.
“올해가 역대 최강 멤버여서 좋은 성적 거두고 싶어요. 현실적인 목표는 4강 진출입니다. 아시아 정상으로 가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도 굉장한 욕심입니다. 그래도 선수들에겐 앞으로 2~3년 안에 도쿄 하늘에 나를 던져달라고 했어요.(정 회장은 우승 헹가래를 쳐달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호철기자 [ jde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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