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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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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9일부터 17일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남북한 단일팀이 참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 이번 대회는 흥행과 운영,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아주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다. 해외 언론은 북한과 관련한 안전 문제와 혹한(酷寒) 등 우려를 안고 시작한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은 무엇보다 북한의 참가를 계기로 남북한은 물론, 북-미간 외교전이 펼쳐진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한국에서는 88년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린 올림픽이었으나 그때와는 사뭇 감회가 달랐다. 나는 그때 한국에 살았으나 지금처럼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올림픽이 아무리 정치색을 배제한다 해도 그때는 엄연한 군사정권시절(노태우)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무엇보다 남북한이 한핏줄이란 사실을 전 세계인들의 눈에 확인시켰으며 단일팀이 함께 얼싸안고 눈물 흘리며 환호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쓰여질 평창의 역사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0…”저게 무슨 스포츠야?” 나는 그동안 솔직히 컬링(Curling)에 대해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무슨 호박 같은 물건을 스르르 던져 놓고선 빙판을 빗자루로 마구 문지르는 동작이 마치 코미디처럼 보였다. 스케이팅이나 스키, 바이애슬론(biathlon) 같은 격렬한 경기에 비해 체력소모도 별로 없는 아주 쉬운 놀이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빙판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한 게임에 2시간30분 이상이 소요되고,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닦는 것)을 하고 나면 가쁜 숨을 몰아쉴만큼 체력이 소모된다. 4명의 팀웍이 척척 맞아야 함은 물론이다.   


 나 같은 한국인에게는 생소했던 이 컬링이 2018 평창올림픽을 가장 뜨겁게 달구며 새 역사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이를 계기로 한국인의 대명사로 떠오른 이름이 바로 ‘영미’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대회를 통해 ‘영미’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스킵(Skip-주장) 김은정과 김영미 등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정 감독부터 5명의 선수가 모두 김씨 성이어서 ‘팀 킴’(Team Kim)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들이 세계적 인지도를 쌓게 한 것은 주장 김은정의 ‘영미’ 외침 덕분이다. 김은정이 경기상황에 맞춰 부르는 '영미' 외침에 대표팀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올림픽 메달을 합작했다.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일본과 예선, 스웨덴과 결승까지 단 두 번만 패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 내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김은정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억양과 길이로 구분되는 외마디 외침 “영미!”가 마법의 주문이었다. 해외 언론은 경기 내내 계속되는 김은정의 ‘영미’ 외침을 무슨 특별한 작전으로 이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0…“같이 할래?” 이 쪽지 한장에서 역사는 시작됐다. 김은정(29)이 ‘영미’에게 쪽지를 보낸 건 경북 의성여고 1학년 때. 인구 5만의 지방 소도시 의성의 컬링장에 체험학습 기회가 생기자 김은정은 단짝인 영미를 불렀다. 컬링장으로 친언니 김영미의 심부름을 왔던 김경애가 얼떨결에 친구(김선영)와 함께 ‘팀 킴’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이들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아시아 컬링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주인공들이 됐다.


 한국 컬링의 성공은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피워냈다는 점에서 기적에 가깝다. 2006년 경북 의성에 컬링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엔 컬링전용경기장이 없었다. 컬링대표팀 선수들은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고, 팬들의 응원도 없었다.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기 일쑤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비인기종목의 설움 속에서 자신의 손에 컬링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스톤을 굴렸다. 


 불모의 땅에서 한국 컬링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팀 킴’은 전국에 컬링 열풍을 불러왔다. '안경 선배' 김은정이 외치는 "영미야!"는 국민 구호가 됐고, 친구인 리드 김영미는 유명인사가 됐다. 스웨덴과의 결승전 직후 김은정은 “그동안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선수들끼리 ‘꽃은 흔들리면서 피는 것’이라고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지방에서 취미로 컬링을 시작한 주전선수 4명은 가족의 농사일을 도우며 묵묵히 빙판을 닦아왔다. 팬들의 관심 밖인 어려움 속에도 세계 정상으로 성장한 그들의 땀과 노력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이들의 출신고장인 의성의 특산품이 마늘인 것에서 '마늘소녀들'(garlic girls)라는 애칭도 붙었다.


 해외 언론들도 이들을 주목했다. 영국 가디언은 "갈릭 걸스가 평창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여자 컬링은 올림픽 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의 스타가 돼 팬들을 몰고 다닌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평창의 진짜 스타는 한국 여자 컬링 선수들"이라며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이제 컬링이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컬링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올림픽으로 높아진 관심을 활용해 저변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 


0…‘듣지도, 보지도, 그래서 알지도 못했던' 컬링은 평창 올림픽의 주인공으로 모두의 가슴에 남게 됐다. 이는 이를테면 개천에서도 용(龍)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며,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올림픽은 값지다 할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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