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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의 목소리(2)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나는 내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흔들리는 걸음으로 그 소녀가 가로질러 걸어가던 그쪽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었다. 내 주위를 가득히 감싸고 있는 태양의 빛 아래에서 내 심장을 흔드는 종소리는 내 가슴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그날 그 아이와 동생과 그 애 엄마를 데려다 준 그 교회의 육중한 문을 밀고 있었고, 그 문은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그 교회 안의 제대 앞 마루 위에 한 줄기 빛이 모아 떨어지고 있는 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쏟아지는 빛 속에 엎드려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옷깃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반성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마루 위에 조용히 부딪치는 발자국 소리에 나의 의식이 집중 되었고, 그 발자국소리 주인의 두 발이 내 시선이 머무는 마루에 멈추어 섰다. 내가 고개를 들어 그를 천천히 바라보려 할 때에, 광휘의 빛 속에 선 그는,


"아들아, 내게로 오라, 구름 속에 태양이 항상 빛나고 있듯이 용서는 참회하는 자를 항상 기다리고 있다. 사랑은 저 종소리가 이르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르고 있다." 


 그의 목소리가 광장의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 가슴에 차있는 가득한 슬픔의 연기를 걷어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빛으로 오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나의 아픔과 내 먹이감이 되었던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슬픔으로 살아 일어나고 있는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화사하게 웃고 돌아서 광장을 가로질러 갔던 그 소녀의 미소에서 보았던 것이었을까, 그 어떤 것에 이끌려 나는 지금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인가. 그날 저녁에 보았던 그 아이의 손이 보이는 기억 때문인가.


나는 지금 수많았던 나의 먹이감들이 당하며 느꼈을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창 밖 포도 위 부는 바람, 낙엽 구르는 소리, 내 가슴에 있는 그 아픔이 우러나온다.


그 소녀를 만나지 못했던들, 아니 그 소녀가 나를 믿고 맡긴 그 돈 지갑이 든 백펙이 없었던들, 그 소녀의 화사한 미소가 양심의 기름을 내 가슴에 붇지 않았던들, 내 안에서 꺼져가는 양심의 불은 되살아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손을. 그 광장의 가득한 빛, 그 광장 가득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


내가 흘러 내리는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닦으며, 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의식을 차려 그를 뚜렷이 보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높은 창문에서 비치는 한 줄기 강렬한 빛이 내가 앉은 마루를 향해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바로 내가 앉은 마루 위에, 그러니까 나의 온 몸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이곳 실버타운에 와서 만난 한 친구가 내 맘에 들게 잘 다듬어준 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서 창 밖 포도 위 낙엽 끌리는 소리에서 그 날 그 빛의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식당에서 그 부인의 손에 난 거의 없어져 가는 화상 자국을 보며 나는 내가 들고 있던 국 그릇을 올려놓은 쟁반을 마루 바닥에 떨어뜨릴 뻔 하였다. 그 부인의 그 손에 난 화상 자국은 그날, 그 광장을 가로질러 간 그 소녀의 손이었고, 그 손은 더 먼 과거에 내가 잡았던 그 아이의 아직 피어나려는 고사리 같은, 여리고 작은 손이었던 것이다.


더 먼 그 날, 그 광장에 석양 노을 가득히 흐르는 그날, 나는 이만하면 오늘 수입은 좋다 생각되어, 마ㅡ악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로 향하는 중에 만난 세 사람, 등에 업힌 아이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은 계집아이. 그날 석양 하루의 일을 마치고 숙소로 가던 중 엄마는 애기 업고 손을 붙잡은 아이와 함께 길을 물으며 잃어버린 지갑에 대한 원망을 하였다. 무료 숙소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수입도 좋고 그때의 석양노을 때문에 기분도 좋아선지 그들에 대한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추측하건대 이들은 분명히 나 같은 소매치기에 당한 것이다. 이 연약한 여인이 젖먹이와 또 한 어린애를 데리고 무료 숙소에서 잔다는 것은 안 되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게으르고 더러운 집 없는 이들이나 머무는 곳이다. 


할 일이 없어지니 집이 없어졌겠고, 집이 없으니 씻거나 세탁이 수월치 않아 자연 몸과 옷이 더러워지는 것일 것이다. 그곳은 좀도둑들이나 행려 병자들이 묵는 곳이다. 그들의 인생이 기구해서이든 어째서든지 간에 그들과 함께 이 가족이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가족이 그곳에 가 머물면서 무슨 병이 옮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밥과 아침밥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그들을 내 숙소로 데려가고 있었다. 나의 숙소에 도착하였을 때, 그 여인이 업은 애기를 추스르며 여기가 무료 숙소인가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어느 풋내기 쓰리꾼이 이들을 친 것이다. 대강 짐작이 간다. 나는 풋내기 시절에도 노약자들이나 어린애들과 동행한 사람들은 절대로 치지 않았다.


그들이 지닌 얼마간의 돈은 이곳에 오기 위하여 덜 먹고 덜 입고 한 푼 두 푼 몇 년을 애써 모은 것일 것이다. 그들은 이번 추수감사절을 이곳에서 맞이하려 시골에서 온 것이다. 이곳 교황님이 계신 로마에 와서 성 베드로 성당을 밖에서도 보고, 안에 들어가 미사에도 참석하며, 먼발치에서라도 교황님을 뵙는 것이 소원인 것이다. 


행운이 그들의 편이라면, 교황님의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으면, 약한 남편이 건실해질 것이며, 아이들의 잔병치레는 멈추고 건강하게 잘 자라날 것이며 그리고 농사가 잘되어 가을 추수는 아주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 로마에 온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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