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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법’이 되어 버린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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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후 지금껏 이런 저런 자리에서 수도 없이 불러 왔던 “우리의 소원”이란 노래이다. 일제 강점기에 천재예술인으로 불렸던 안석주가 노랫말을 썼고, 그의 아들이며 당시 음악대학을 다니던 작곡가 안병원이 곡을 붙였다. 


 원래 이 노래는 1947년 한국방송의 삼일절 특집 방송드라마주제곡으로 발표되었고,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라는 가사로 만들어졌다. 이 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고 남북의 분단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후에 교과서에 실릴 때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노랫말이 바뀌었다.


 원래 남한에서만 불리던 이 노래는 80년대 이후 공식 비공식적으로 남북간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북한에도 널리 퍼져 가히 ‘한민족의 노래’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한민족 7천만이 간절한 소망을 담아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작곡자 안병원씨는 1974년 캐나다로 이민 와 토론토에서 살다가 2015년 봄에 별세하셨기에 토론토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는 더욱 가슴에 와닿는 노래이다.


 676년 신라의 삼국통일로 한반도에 최초의 한민족 통일국가가 들어선 이후 후삼국으로 잠시 다시 쪼개진 기간을 거친 다음 고려 건국 이래 천년이 넘도록 이어져 왔던 민족통일국가가 다시 쪼개진지도 70여년이 지났으니 한민족이라면 누구라도 민족의 통일이 하루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도 절실한 일이다. 


 통일은 우리민족에게 그토록 당연하고 절실한 일이기에 국가의 기본이념과 지향하는 바를 밝혀놓은 헌법에도 이 점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북한지역도 언젠가는 회복해야 할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밝혀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이 점을 적시하고 있다.


 헌법 제4장에서는 누가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66조 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이달 초 세계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대통령은 퀴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잘 사는 한반도입니다. ……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라고 했다. 


 문대통령은 헌법상에 명시된 우리의 국토인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정상적인 국가행정력이 미치는 국토로 회복하여, “영토 보전”을 해야 할 의무를 지킬 생각이 전혀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아예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구상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3대세습 봉건적 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평화적 공존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저 전쟁이 없는 “평화”만 유지된다면 영구적인 분단국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이 문대통령과 새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헌법 4조와 66조에 명시된 의무를 하지 않겠다고 세계만방에 아주 똑 부러지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불과 두 달전에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출된 대통령을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탄핵한 후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고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그렇게 새로 취임한 현직 대통령이 헌법에 명기된 의무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탄핵된 대통령은 현재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할 권리’, ‘적법한 절차에 의한 처벌’, ‘무죄추정의 원칙’,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등등 … 헌법에 보장된 지극히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권리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대다수는 아무 말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에게나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헌법은 그저 낡은 종이에 형식적으로 적혀 있는 ‘헌 법’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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