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hyungin
이형인
(리치몬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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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 순덕이, 덕순이…”
leehyungin

 

 복실이, 순덕이, 덕순이… 반세기 전 우리네 딸내미 이름들이다. 현대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소박하고 정겹지 않은가! 거기에 끝에다 ‘아’ 자를 넣어 실아, 덕아, 순아, 라고 부르면 사랑스럽고 따뜻함은 물론 여음이 곱게 풍겨 로맨틱한 풍미를 가미한 듯 호감과 더불어, 친근함이 넘치는 이름이리라. 성명철학의 수준이 소나무 끝까지 치켜 오른듯 격상하는 느낌 말이다. 


 한창 사춘기시절 옆집 덕순이를 끔찍이도 챙기는 어여쁜 언니가 있었다. 어느날 나를 불러 남동생이 없으니 이제부턴 누나라고 불러달라는 행운이 굴러들었다. 흥부의 박이 터진 횡재를 거머쥔 것 같았다. 남남인체 모르는 듯한 이웃으로 몇 살 터울 누나가 피붙이보다 더 따뜻하게 챙겨줬던 분이셨다.


 그 누나가 순아---! 여동생을 얼마나 사랑스럽게 때때로 불러대는지, 하여간 절대 듣기 싫지 않았고 형제의 우애가 쏟아지게 많이 쌓여있는 가정을 곁에 두어 참으로 부럽고 대견스러웠다. 그 누나를 생각하며 반세기 전에 지어낸 나의 여동생 이름을 ‘경아’ 라고 호적에 올렸다. 막내로 태어나 걸음걸이가 아장아장 그렇게도 귀엽게 성장해준 예쁜 여동생이다. 세월이 흘러 몇 달 전에 벌써 사위까지 보게 된 막내여동생, 경아!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에 다복한 형제애로 사랑이 넘치지 않는가!


 경아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 담임선생님이 슬며시 손을 잡으며 “경아야! 네 이름을 누가 지었니?” 묻더란다. “저의 오빠가요.” 그 심심산골 시골에서 그때 그 시절 너무나 파격적 이름이요, 순수한 한글이름이 특별했기에 그 선생님이 신기롭게 관심을 쏟으며 각별히 이름의 출처를 캐물었다니, 지금까지도 나는 귀염둥이 예쁜 여동생을 볼 때마다 소리없이 마음속으로 이름을 불러본다. 경아!


 몇 해 전 약국에 들러 처방전 위장약을 픽업할 때다. 거울알처럼 맑고 친절한 약사님과 세상 이야길 지나치듯 대화로 이어갔다. 이름이 ‘영아’ 란다. “와우! 가슴 떨리는 이름이네요. 너무 예쁜 이름이에요. 애들 아빠와 연애할 때 다정하게 불러주던 이름이었겠다. 그렇지요?”


 부끄러움에 몸을 흔들어 웨이브를 엮는다. 아직도 한국식으로 소박하고 꾸밈없는 몸사림과 붉히는 얼굴빛으로 수줍음을 앞세웠다. 차분하고 밝고 맑은 미소 속에 사근사근한 맵시와 애교 넘치는 대화 속의 영아! 아마 남편 되신 이는 영아, 라는 이름 속에 푸욱 빠져들었을 이름이었으리라. 


 더구나 저토록 매력의 보고처럼 단정함과 사교성이 넘쳐나는 여인을… 투철한 종교관에 심취된 영아의 삶은 선교사로 부름받아 해외를 누비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라니, 하나님도 애교 섞인 여인을 좋아하셨나 봐, 만날 때마다 머릴 숙인다.


 “우리집 막내 이름이 경아예요. 바로 이 근처에 살지요. 윤경아!”


“예, 그래요! 윤씨예요? 제 성도 윤 인데” 


 윤영아, 참 묘한 인연이라며 또 놀라움과 반가움에 살갑게 대화가 이뤄졌다. 두 딸을 두셨단다. 큰애 이름이 뭐예요? 금세 친근하고 따뜻한 이웃이 되려면, 나는 습관적으로 큰아이 이름을 묻는다. 누구 엄마라고 부를 때는 오랜 사귐을 통한 친근한 이웃이며, 다정한 친구가 돼줄 것 같은 기대치가 더욱 높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희원’이란다. “그래요! 희원이면 거꾸로 부르면 원희네요? 우리 큰딸 이름이 ‘원희’예요.”


 “예, 그래요! 우째 이런 일이, 그것참 희귀한 인연이네요.” 


 와락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약국에 갈 때마다 희원이 엄마, 안녕하세요? 같은 이름들 속에 엮어진 흔치 않은 세상살이가 언제나 흠뻑 따뜻한 미소로 다가간다. 묻는 안부에 특별한 만남을 서로 감사하며 오빠와 여동생 같은 피붙이의 형제애로 더욱 가까이 옆에 있고 싶어진다. 이 세상 모래알보다 더 많은 사람들 중에 어찌하여 이토록 귀한 인연이 있었을까? 또 어찌 만나게 되어 확인하고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물 많이 드시면서 복용하세요. 공복에 드셔야 효력이 더 좋대요.”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지 마셔요. 밤 보다는 낮에 복용하셔요.” “이 약은 바로 식사 후에 드셔요.” 


 약병을 받을 때마다 자상하게 처방수칙을 깍듯이 각인시켜 주는 약사님이다. 참 별스런 인연으로 아름답고 친절한 희원이 엄마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행운이 세상살이를 더욱 신나고 힘차게 한다. 물론 약국에서 만이다. 누가 내 몸을 이리도 세심히 돌봐주겠는가!


 요즈음 <부동산캐나다> 59 페이지의 희원 아빠 칼럼을 매주 기다리며, 기쁨이 넘치는 표정으로 약처방을 하는 모습이 참 밝고 정겹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미소가 가득할 희원 엄마께 이 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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