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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라
leehyungin

 
 

온 세계가 한파에 지쳐 있다. 수십 년만의 강추위란다. 수십 군데 영구 시설된 수도관들이 동파되어 시정을 흔들어대고 있다. 어쩔건가? 사하라 모래성까지 흰 눈으로 뒤덮여 그 광활한 초자연의 모양새가 새롭게 창조된 듯 헷갈린다. 


와우! 다양한 각선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해 버렸다, 모래등판이 마치 누드로 누워있는 멋지고 황홀한 여인의 모습으로 보인다. 각선미로 사하라 사막을 점령한 듯 착각을 일으킨다. 자연미가 내 눈을 밝게 하나?


별안간에 내 눈만 젊어지나? 지구 온난화라는 이 시대의 흐름을 여지없이 열대의 사막까지 뿌려버렸다.


세상에… 이 한파에 적응하려고 값비싼 후드까지 꺼내어 탈바꿈된 이 겨울을 견뎌내야 함을 실감하고 있다. 쿠바로 멕시코로, 피지나 도미니카로, 아니 아리조나 또는 남쪽 플로리다 마이애미, 펄펄 끓는 태양이 우릴 손짓하고 있다. 어서 오라고, 스노우버드들이여! 


왜 그리 움츠리며 숨을 조이고 사는가? 어서 오랑께, 퍼떡 와라, 주춤거리지 말고, 서성이지 말고, 어서 와 칼날 같은 토론토의 무서운 추위를 녹이라고 두 손을 벌려 반겨주며 우릴 부른다.


 지난 2~3주 이 땅의 동장군을 이기려고 온 가족 11명이 함께 멕시코로 향한 친구가 있다.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로 의미롭고 아기자기하게 우애와 사랑으로 가득 찬 그 가정의 연례행사 중의 하나다.


수년 동안, 해마다 손주가 할비 할미라고 부른 가장의 각별한 배려로 이뤄지는 꿀맛의 나들이다. 여행지 호텔 매니저도 도착부터 머물다간 마지막 날까지 세세히 챙겨 줘 더욱 모래빛 해변을 낭만의 노래로 흥얼거린 곳이다. 


 두 딸 가족과 할비 할미의 노고야 말해 뭐하랴. 세상살이 얽혀있는 것들 골라내 버릴 것, 추려내 없앨 것, 가려내 챙길 것, 잃은 것 찾을 것, 있는 것 베풀 것, 어찌 한둘이었겠는가? 매년 가족을 향한 그 추스름이 없이 어찌 이런 일을 일구어낼 수 있었겠는가? 


할비 할미 킹사이즈 침대 위에 대여섯 손주들이 몽땅 올라와 굴러댈 때, 이미 그 추슬러야 할 것들, 다 녹아 없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기네스북에 기록돼야 하리라, 이웃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짓궂기로 말하면 토론토의 겨울은 유난히 극성을 부린다. 쉼 없이 뿌려대는 흰 눈덩이들이 폭력적 야만에 가까운 대자연의 순리라고 치부할 수 없는 잔인함이 이 땅의 겨울이다. 


11월에 시작한 찬바람이 새해 4월이 끝날 무렵에나 겨우 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6개월은 너무 길다. 흰 눈에 감춰진 산행길도 험하다 못해 위험과 불안에 작대기를 의지한 채 헐떡이는 숨결로 용단을 내려야 가능하다.


 헬스클럽을 택했다. 장장 6개월의 빈 세월을 채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반신반의 하면서 이른 새벽 5시부터 오밤중 12시까지 최대의 편의를 제공하는 이런 곳이 동서남북 곳곳에 많이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체력단련 기구들, 뛰고 걷고, 들고 내리고, 던지고 댕기고, 펴고 줄이고, 타고 내리며 호흡조절로 유산소 운동과 근육보강으로 두어 시간 땀으로 추리닝을 흠뻑 적신다.


밖엔 칼바람이 이 겨울의 용맹한 추위를 과시하고 있지만, 실내 헬스클럽은 열대야 남쪽 여행지와 별 다름이 없다. 람보나 스왈제네거 같은 근육질의 젊음들이 터질듯한 몸매를 자랑함은 물론, 여인들의 쏟아질 것 같은 균형미에 단련된 건강함이 내 눈을 매우 즐겁게 한다. 


스팀 샤워장으로 마지막 하루의 체력을 내맡긴다. 와아! 황홀한 평화로움이 화끈거린 스팀으로 온몸을 휘감는다. 걸치고 가릴 것도 필요 없다. 훌러덩 실오라기 하나까지도, 그런 것 절대로 필요 없는 곳이 나의 삶에 두 군데 있는데, 둘째가 바로 이곳이었다. 첫째는 궁금한 독자들의 숙제다.


누가 누군지도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또한 알 필요도 없기에, 눈에 흘러내린 안개처럼 가득한 스팀의 열기만이 전신을 감싸줘, 이 행복한 기쁨으로 몇 분간을 몽땅 내맡겨 버린다. 


체력 단련의 환상적인 보너스가 바로 이렇게 준비되었구나! 감사와 더불어… 향기로운 커피와의 아침을 맡는다. 이 순간엔 언제 토론토의 겨울이 사나웠던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인생은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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