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을 위한 건축과 주거환경)

지난주 좋은 묏자리를 찾는 것이 힘든 일이기에 혹여 좋지 않은 묏자리에 선친을 모실까 두렵다면 화장을 하면 된다는 필자의 글과 함께, 속은 편하겠지만 사실 더 이상 선친과의 교감은 끊어질 것이라는 대목을 보고 혹자는 망자와 굳이 교감의 연이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자식간의 연이 혹여 완전히 끊어질 것을 걱정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부모자식간의 연이라는 것이 어떤 복잡 미묘한 고리로 끝까지 연결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육신간에 일치하는 DNA가 갖는 동일한 전파의 신호를 통하여 받을 수 있는 교감은 확실하게 끊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알게 된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옛날에는 화장이나 매장을 떠나 묏자리를 잘 잡아서 선친을 모셔야 후손들에게 복이 내린다라는 믿음이 강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곳에 묘를 쓰려고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선거 같이 각종 굵직굵직한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이 조상의 묘를 좋은 곳으로 이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유명한 풍수가를 모시거나, 명당을 구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게 마련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그렇겠지만 묏자리도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만이 좋은 음택을 차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음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풍성하고 고귀한 삶을 살게 되는 불공평한 현실을 하늘에서 바꿔줄 수 있는 풍수설화들에 반드시 나오는 구절이 있다. 바로 “덕을 쌓는 자만이 명당을 얻는다”는 것인데, 그 덕을 쌓지 못하는 자에게는 ‘천장지비(天藏地秘)’라 하여 그 명당은 하늘에서 감추고 땅도 비밀로 하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풍수가라도 덕을 쌓은 자를 위해서 좋은 터를 찾아줄 때야 비로소 하늘도 도와 좋은 명당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 덕이 없이 돈과 권력만을 가진 자들을 위해서 풍수를 봐줄 경우, 하늘과 땅이 도와 주지 않아 명당을 찾을 수 없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명당에 눈이 멀면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일 지라도 막상 그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가진 자들은 없는 자들에게 베풀면서 덕을 쌓을 때만 비로소 복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묏자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300년 넘은 김 번의 묏자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풍수지리학자들도 인정한 좋은 묏자리인데, 안동 김씨 가문으로 시집을 간 홍씨 부인은 친정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친정 아버지가 생전에 봐두신 묏자리가 후손이 잘 되는 명당자리라는 것을 엿듣게 된다. 

 홍씨는 그만 그 명당을 본인이 갖고 싶은 욕심에, 그날 밤 묏자리에 밤새 물을 부어 파둔 묏자리에 물을 채운다. 다음날 친정식구들이 묏자리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보고 터가 물이 나는 좋지 않은 자리인데 명당으로 오인했다고 여기고 다른 곳으로 묏자리를 모셨다.

결국, 그 좋은 묏자리는 홍씨의 몫으로 남게 되고, 훗날 홍씨 부인은 그 묏자리에 남편인 안동 김씨 김 번을 모시게 된다. 그 명당자리에 안치된 김 번의 시신은 그 좋은 기운을 받아 안동 김씨 가문이 대대손손 명가가 되었는데, 그 터가 얼마나 훌륭한 터였는지, 자그마치 150년간 후손에게 발복이 되면서 국무총리 격인 영의정, 좌의정이 15명, 장관급인 판서들이 무려 40여 명이나 나오게 되었다. 

 흔히들 발복이라 하여 얼마나 효험이 오래 가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비밀은 얼마나 선친의 DNA와 후손들의 DNA가 얼마나 동일하거나 높은 동일도가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명당이 얼마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것인지를 재확인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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