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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일을 걸어 마추피추(Machupicchu)까지(6)
chojungdae

 

 

 고소병(高所病)과 정글의 시작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기암절벽 높은 산봉우리들 때문에 해를 볼 수 있는 일조(日照)시간이 어제보다 더 짧아져 있었다.


손전등을 켜 들고 바쁘게 화장실도 다녀오고 세수도 하면서 분주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긴장된 얼굴로 달려와 우리 일행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없느냐고 다급하게 물어왔다. 브라질에서 온 팀에서 심각한 고소병(高所病)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일행 중에는 간호원 출신 두 명이 있어 급히 그곳을 다녀왔는데, 그분들의 말에 의하면, 건장한 30대 중반의 청년이 맥박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고 했다. 

 


아무 의료시설도, 후송시설도 없는 이곳에서 의사가 온들 무슨 뾰쪽한 수가 있을까 싶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소병 중에서도 산소 결핍으로 뇌나 폐에 물이 생기는 ‘고소뇌부종’이나 ‘고소폐부종‘은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일행은 내내 그 분의 안부를 걱정하면서 잉카의 돌 산길을 부지런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일행들의 경우는 고소병 예방을 위해 쿠스코(해발 3200m)에서 이미 3일 동안 머물면서 충분한 휴식과 적응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어제 하루에 1200m의 고도를 넘어오다 보니, 다들 표현하지는 않아도 각기 다른 형태의 고소증세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

 


고소병 치료의 기본은 고도를 낮추는 하산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럴 입장이 아니다 보니 따뜻한 물이나 코카차를 마시면서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 7시 출발. 시작부터 급경사 내리막길 돌계단의 연속이었다. 두 번째 분수령(3950m)을 넘고 Runkurakay라는 이름의 잉카 빌리지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계속해서 크고 작은 여러 잉카 빌리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높고 깊은 산 위에 이런 수준 높은 문명을 일구어내었다니 하는 경이로움에 혀가 내둘러졌다. 

 


유난히도 작은 체구(145~150cm)의 인디오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다가 죽어갔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왔다. 

 


‘잉카 트레일‘은 여러모로 잉카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수단으로 잉카문명의 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가 당시의 잉카인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지겹게도 이어지는 돌계단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걷는 나를, 작렬하는 적도의 태양볕과 계속 이어지는 기분 나쁜 고소증세, 그리고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충동이 따라다니면서 마냥 나를 괴롭혔다.

 


두 번째 분수령을 넘어서부터 주위 풍경은 완연한 정글로 변해 있었다.

 


‘정글’하면, 당연히 브라질 아마존 강변의 무성한 열대림 습지를 연상해왔던 나의 틀린 선입관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곳이 바로 아마존 강의 정글이 시작되는 시발점들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짙은 안개와 습한 구름에 의하여 큰 나무의 둥치나 가지, 그리고 뿌리까지도 무성한 이끼들이 끼여 정글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쉽게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높은 산봉우리를 가린 운해(雲海)의 무궁한 변화와 수없이 피어있는 고산 야생화들을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솔솔했지만, 다시 급경사로 올라가는 돌계단 길을 만날 때마다 겁이 덜컹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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