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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일을 걸어 마추피추(Machupicchu)까지(5)
chojungdae

 

 

 

해발 4,215m, 1st Pass를 넘으면서 

 

 

 

새벽 5시. 어둠 속에 일어나 바쁘게 준비를 끝내고 7시에 장정에 올랐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잉카 트레일 안에는 4계절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 해발이 높은 고산지대이다 보니 잠시 후에 일어날 일기의 변동도 예측할 수가 없으니 겨울옷가지를 여벌로 꼭 준비해가야 한다고 겁을 주기도 했는데, 오늘 아침 일기가 이토록 좋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은 잉카 트레일에서 가장 높은 첫 번째 분수령(分水嶺) Warmiwanuscca을 넘어야 하는 고난도 트레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두들 표정이 바짝 긴장되어 있어 보였다.


큰 산맥의 중추가 되는 분수령은 빗물의 경계가 될 뿐만 아니라 기후구(氣候區)의 경계를 이루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남미대륙의 척추역할을 하는 안데스 산맥의 분수령인 관계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몇 cm의 간격의 차이로 한 빗방울은 태평양으로, 다른 빗방울은 인도양으로 흘러가는 강물의 시초가 된다는 이야기다.

 

 

 


캠프장을 출발하여 경사를 타고 조금 오르니 여기도 ‘체크 포인터’가 있었다. 인솔 가이드들이 이곳에서 다시 현황을 보고하고 출입허가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산을 오를 수가 있는데, 브라질, 호주, 일본, 영국, 미국 등지에서 온 그룹도 눈에 띄었다. 다시 한참을 더 오르다가 간단한 간식과 티 종류를 준비해둔 Ayapata(3300m)에서 잠시 앉아 ‘해피 타임’을 즐기고 다시 산굽이를 돌고 돌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돌계단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사람을 힘들게 했다. 

 

페이스를 잃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끈질긴 의지로 내가 내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가고 있는데, 자기 몸의 몇 배나 됨직한 덩치의 짐을 진 포터들은 뛰는 걸음으로 보란 듯이 수시로 우리를 스쳐 달려 올라가고 있었다. 


작렬하는 적도의 태양볕과 여러 가지 증상으로 괴롭혀 오는 고소병 증세를 이겨내면서 12시 정오를 전후하여 일행 전원이 성공적으로 해발 4215m 표시판이 있는 첫 번째 분수령에 올라 설 수가 있었다. 


저 멀리 끝없이 이어지는 다른 상봉들에 걸쳐있는 운해(雲海)를 보는 풍광은 한마디로 감탄이었다. 


만약에 이 잉카 트레일의 최대 고비인 이 분수령을 넘을 능력이 도저히 안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조치하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이런 경우에는 똑똑한 가이드 한 사람의 보호 아래 트레일 헤드로 되돌아가 기차를 이용하여 우리의 목적지인 마추피추로 먼저 가서 관광을 끝내고 기다리다가 마지막 날 우리와 합류하도록 주선한다고 했다. 


몇몇 사람은 돌탑 쌓기로 소원을 빌기도 하면서 한 시간 정도 자유롭게 쉬다가 해발 4215m라는 표시판 앞에서 단체사진 한 장을 기념으로 찍고 곧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늘밤 야영지가 될 Paqaymayu(3600m)에 내려온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다. 너무 늦은 점심 식사인데다가 땀을 많이 흘려 탈진한 상태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녁을 거르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산들이 너무 높아 아직 오후 4시가 채 되기도 전인데 벌써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천지로 변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달을 찾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높은 산봉우리들로 사면이 둘려 쌓여 분화구처럼 뚫린 작은 밤하늘이 수많은 별들을 머리에 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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