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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공
bh2000

 
페인트공
 

 

 

사내는 어스름 시간에
페인트를 칠하자고 했다
지독한 편두통 때문에
빛과 부딪히면 녹슨 나사못처럼 숨이 차오른다고

 

먼저 어둠이 몰려와서
마을 아래 집들을 덮으며
발톱을 세운 고양이가 골목을 빠져 나가는   
빛이 묻어 있는 것들을 잠식한 한날의
적막한 시간대가 좋겠다고

 

뒷등을 보이며  
희고 높은 벽을 바라 보다가 
페인트롤이 닿을 수 없는 생의 모서리 
발끝으로 밀어올린 붓질은         
목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니
흔들려 넘어지는 걸 막으려는  
누군가 내밀어준 의자로
저녁은 따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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