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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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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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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어스름의 권위


 
어스름의 권위
 

 

 

 

소낙비 다녀간 후 
밀물처럼 파고드는 8월 아홉시  
밀물과 썰물 틈새에서 열리고 닫히는 
저리 오래 머물다 가는 이 시간대에 대해   
한번은 물어봐야겠다 
놀랍고 모호한 질문이다

 

먼저 도착한 어둠이  깻잎밭에 가부좌를 틀면
나는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낮은 자세로 그 앞에 허리를 굽히며
홀로 설 수밖에 없다

 

곧 다가올  캄캄한 몸에 대해 
찬공기의 순환을 돌아나온  어둠의 권위는
적요함으로 치자면 이 시간대에 비교할만한 것이 없고
온몸으로 저물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늘 허기졌던 저녁이 많았으니  

 

그 앞에 할 말을 다하고 
타박, 둥근 어둠을 걸어 나오는데   
아주 슬픈 문장 하나
슬쩍 내 안으로 밀어 넣은게  분명하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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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2
보랏빛에 눕다

 
보랏빛에 눕다 
 

 

 

 

지친 립스틱은 쉬어가고
축 늘어진 가방은 몸을 풀어도 좋겠다

 

정수리에 박히는 햇살을 구름모자로 덮으며 
여자가 뒤꿈치를 들고
보랏빛 행렬 속에 뛰어들 자세로 
바람의 행방을 살피는 동안 
온몸에 푸른 멍자국이 먼저 들었다 

 

연인들은  포즈를 취하다
황홀한 나비처럼 날고
벤치에 걸터앉은 여자는 뒷등을 보이며
목을 젖히고 맑은 콧날을 세운다

 

허천나게 꽃이 피어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내쪽을 바라보며
뭐라 말을 하려는데


  
라벤더 친밀에 대해  꿈꾸는 동안 
어린 꽃 하나 겨우 향기를 놓아준다 
일어서는 향기들
어스름처럼 고요히 번져나간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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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0
오수, 뒷담화

 
오수, 뒷담화
 

 

 

 

여자가 졸고 있다
뻗어가는 담장의  호박꽃을 바라보다
까마득한 낮잠에 들었을 뿐

 

깊고 캄캄한 잠 속에서
한 여자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달겨든다
악몽, 그 뜻은 알겠는데 

 

시끌벅적 떠들 나이가 한참 넘었는데도
아이들 무릎에 앉혀 절하게  하고
옆과 뒤를 통째로 살펴가며, 냠냠 

 

고독한 붉은 벼슬아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억울한 소망이 있다한들, 어쩌겠나

 

주렁주렁 매달려 말라가는 아이들
이맘쯤 무릎 풀어   
담장 넘는 호박줄기 바라보는 일도 괜찮겠다

 

배게 밑에 둔 몸속의 기억들
목소리는 들리지만 얼굴은 없다  
잠시 졸았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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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1
숨바꼭질

 

숨바꼭질
 

 

 

 

놀이가 그러하듯 
머리카락 보이면  게임오버다 

 

나무 뒤에 숨어서 
누군가의 홍채 위에 압정처럼 꽂히는 환상으로
나뭇가지에 파문 하나 없이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진정한 다람쥐가 된다
꼭꼭 숨어라 

 

앞사람 등에 얼굴을 묻고
분명 어깨를 펴고 서있었다고 했으나
다리를 구부려 술래의 표정을 살피는 동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바람이 
머리카락 자주 흔들어댈 때마다 
겁먹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의연했던 모습은 이미 증발한 채였다

 

이마에 머리칼이 얹힐 때
들키고 싶지 않아 
한번 더 앞사람 등에 얼굴을 묻는 다람쥐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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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7월의 근황

 
7월의 근황 
 

 


 
나른한 오후 
이렇게 생이 가볍다
뙤약볕 아래 성자가 따로 없다
죄다 숙연해진다
그래서 7월의 오후는 고독하다


 
둥그런 저녁이 남아 있는 몽상의 시간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편의점처럼 가까이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무한의 풍경이 이파리 끝에서 열리는
상수리나무 아래서 바라본 생의 단출함
내 기억에 유일하게 남은 건
나무도 사람처럼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빛의 생살 앞에
고요를 보는 눈
말을 듣는 귀

 

7월의 나무 위로 고독이 빨래처럼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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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부추꽃


 
부추꽃
 

 

 

 

후욱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심지 가벼운 사람 같아서 한동안 피해 다녔습니다 

 

처음엔 흰꽃이다가 차츰 햇살과 바람 핑계 대며
분홍과 보랏빛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그 꽃은 아마
나비 하나 앉지  못할 가시를 가졌을 거라고
꽃대궁에 피워 올린 여러 겹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
왠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추꽃은  언제나 희다 라는 ? 
당신에 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순간 
흰꽃과 분홍 사이 애매모호한 빛깔이 사람을  지치게 하고
때론 환장하게 한다는 걸 
그 꽃을 보고 비로소 알았습니다

 

때 지나면  
벌과 나비조차도  찾아오지 않을  
제 빛깔을 잃어가는 당신이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외로움이란 녀석은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거든요 

 

겹겹이 숨겨진 부추꽃같은 
당신을 읽어내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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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플라스틱 공법

 
플라스틱 공법 
 

 

 

 

갈라진 틈새로 물이 빠져 나간다
언제부터 벌어진 플라스틱의 공법이었을까
친절한 테이프로 물길을 막아 보지만
우리 사이는 여전히 유감을  표명한  사이로 남아 
혹여, 테이프에  문제가 있나 싶어
크레지글루까지 동원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잎사귀 조금씩 말라가듯
가만가만 벌어진 틈새 물길을 짚어보지만
나는 안다, 합성제품이 낳은  함량미달의 근본을

 

합성과  흙으로 빚은 도자기는 한 끗 차이여서 
동강난 쇠붙이도 봉합한다는 크레지글루도 소용없는 듯     
정작 담담한 자세로 허리를 굽히는 표정관리가 필요하다 싶은 
플라스틱에서 파생된 제각각 들뜬 계보로 인해
귀보다 큰 말이 펑펑 튀겨지는 피로감으로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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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어떤 불신

 
어떤 불신 
 

 

 

바닥에 떨어진 수박씨 놓고 개미들 논쟁 중이다
그냥 밀고 가자는 둥
밀고 가다 굴러 떨어지는 일 다반사니
우리 중 힘센 놈이 옮겼으면 좋겠다는 둥
입에 침 튀기며  한나절 의견이 분분하다

 

밀고 가면 어떻고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지고 가면 어떠랴
가만 들여다 보니
저들의 세계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 없구나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잡아서  끌어내리고 심지어
땅에 패대기치기까지

 

타협에 실패한  불신을 지켜보다
저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후끈거리는 광대뼈 붉게 달아 오르고
뒤통수 가려워지는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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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
똥을 말하다

 
 
똥을 말하다
 

 

 

멸치 다듬는 저녁 
수정체 잃은 눈을 떼어내고 
비쩍 달라붙은 허파 속 
고약처럼 달라붙은 똥을  떼어낸다

 

수초 속 천적 피해 다니느라 
똥줄께나 탔을 새가슴을 생각한다

 

씹어 삼켜도 배탈난 적 없고
멸치똥 먹다 뒤집혔단 말 들어 본 적 없으니
다만 똥이라 만만하게 본 우리가 부끄러운 것이다

 

뱃속에 달라붙은 색깔만으로 저들의 고단한 
바다속 사정을 짐작하고 남겠다 

 

딱딱하게 굳은 것일수록 꼬리를 자주 흔들었을테니
애타는 똥인들 온전했겠느냐고.

 

기실 저들과 다를것 없는 우리네 불안함도  
고단한 비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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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7
2018-06-05
이슬 인생

 
이슬 인생

 


 

이른 아침
밥 안치다 훔쳐 보았지요
창틀 거미줄에 그렁그렁 매달린 
당신의 눈물을 

 

창 너머 달려온 바람도 
알전구 촉수에 드러난 부끄러움도
아랑곳없다는 듯
눈물의 몸피를 불리고 있었지요

 

인생의 무게를 달아
오메가 캡슐로 태어나려고
흐느낌 없는 새벽 
고요한 떨림으로 오신 당신

 

부추밭도 다녀 가시고 
엉겅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독한 마늘 냄새에  취해서
그만 눈물 글썽이고 말았네요

 


덜 깬 눈 비비며
쌀 몇 번 헹구어 내는 사이
잠시 후 햇살 뒤로 사라질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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