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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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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희.....시와 오솔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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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어떤 불신

 
어떤 불신 
 

 

 

바닥에 떨어진 수박씨 놓고 개미들 논쟁 중이다
그냥 밀고 가자는 둥
밀고 가다 굴러 떨어지는 일 다반사니
우리 중 힘센 놈이 옮겼으면 좋겠다는 둥
입에 침 튀기며  한나절 의견이 분분하다

 

밀고 가면 어떻고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지고 가면 어떠랴
가만 들여다 보니
저들의 세계도 조용히 넘어가는 법 없구나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잡아서  끌어내리고 심지어
땅에 패대기치기까지

 

타협에 실패한  불신을 지켜보다
저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후끈거리는 광대뼈 붉게 달아 오르고
뒤통수 가려워지는거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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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
똥을 말하다

 
 
똥을 말하다
 

 

 

멸치 다듬는 저녁 
수정체 잃은 눈을 떼어내고 
비쩍 달라붙은 허파 속 
고약처럼 달라붙은 똥을  떼어낸다

 

수초 속 천적 피해 다니느라 
똥줄께나 탔을 새가슴을 생각한다

 

씹어 삼켜도 배탈난 적 없고
멸치똥 먹다 뒤집혔단 말 들어 본 적 없으니
다만 똥이라 만만하게 본 우리가 부끄러운 것이다

 

뱃속에 달라붙은 색깔만으로 저들의 고단한 
바다속 사정을 짐작하고 남겠다 

 

딱딱하게 굳은 것일수록 꼬리를 자주 흔들었을테니
애타는 똥인들 온전했겠느냐고.

 

기실 저들과 다를것 없는 우리네 불안함도  
고단한 비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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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이슬 인생

 
이슬 인생

 


 

이른 아침
밥 안치다 훔쳐 보았지요
창틀 거미줄에 그렁그렁 매달린 
당신의 눈물을 

 

창 너머 달려온 바람도 
알전구 촉수에 드러난 부끄러움도
아랑곳없다는 듯
눈물의 몸피를 불리고 있었지요

 

인생의 무게를 달아
오메가 캡슐로 태어나려고
흐느낌 없는 새벽 
고요한 떨림으로 오신 당신

 

부추밭도 다녀 가시고 
엉겅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독한 마늘 냄새에  취해서
그만 눈물 글썽이고 말았네요

 


덜 깬 눈 비비며
쌀 몇 번 헹구어 내는 사이
잠시 후 햇살 뒤로 사라질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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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덫
 

 

수북한 밥상 앞
헐렁한 허리 싸이즈 30 을 떠올리는 일이란 
컵라면에 찬밥 한 술 뜨기
말라빠진 밑반찬 뒤지기
배달시킨 음식 반쯤 남기기
홀로 소주잔 비우기 
발꿈치를 좇다가 놓치고 돌아온 이후 
울컥, 그리움이다

 

내가 너에게 뜨겁지 않고는 
아니, 허기의 열꽃으로 피어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일이니
둥근 밥상 앞에 보이지 않은 자를 위해
무언가를 먹이는 일이란 
내가 너에게 기울어가는
푸른 모과빛 시간인데 

 

비록 이번 생엔 장담 할 수 없어도
다음 생의 첫 잠에 올 것이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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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봄날, 풍경 하나

 
봄날, 풍경 하나
 

 

 

 

손님 한가한 날 
바짓단 줄이다 등짝 대면 
앞 뒤 좌우로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뿌연 세탁소 창 너머
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른채
들쳐 업고 도망쳐도 깨어날 줄 모르는 여자

 

맞어, 눈 붙인 단 30분은
밤새 긁어대던 딸아이 아토피에 연고 발라주던 잠이고
그래 맞어, 엉덩이 붙인 1시간은
배추 한 박스 절여 소쿠리에 물 빠지기 기다리던 잠이고
맞어 맞어, 관절에 물 빠지는 2시간은
세탁물 배달 다니느라 한나절 운전대 잡은 곤한 잠일테지 

 

두 발 뻗은 잠 속에 꽃씨를 뿌려 놓고
재봉틀 앞에 몸을 당긴 여자의 잠꼬대가   
꿈길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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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시인의 지문

 
시인의 지문 

 

 

 

언젠가
큰 시인의 시집을 읽다
책갈피 속 지문 냄새를 맡아본 적 있었다
흐음~~뭐랄까, 그것은 
산벚꽃  숨결 머물던 흔적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이렇듯 지울 수 없는 지문의 기억이란 
바람에 날아든 꽃의 안쪽을
지키는 무취인데 그 숨겨진 행방을
읽어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다만 희미해진 문장의 속살을 만나
책장 어디쯤 얼룩진 습기로
앉아 있을 날숨의 자리
이제는 바깥 표지에 남겨진
시인의 무게까지도 몸을 낮춘
꽃잎의 무늬인 줄 알겠다

 

그런 지문을 다행히 바람이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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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9
노을이 사는 법

 
노을이 사는 법 
 

 

 

언덕 아래 막 도착한 노을을
여자가 받아 내렸다
가벼운 듯하나
잠깐 보여주는 몸의 악기를 
제 키만큼 보듬어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런 노을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란
상한 혼음을 비켜가는 일인데
숨이 차서 그대 먼저 보내놓고 
짧아진 해의 뒤쪽을 아는 나는 
자꾸 서쪽으로 휘어지는 몸을 세웠다

 

할 말이 많은 당신은 주춤거렸고
염려된 사랑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었다

 

간신히 받아낸 여자의 시름이 
꽃그늘 같은 노을에 걸렸다   
사랑이 풀밭까지 내려온 오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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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6
봄앓이

 
봄앓이
 

 

 

그냥 지나가는 법 없다  
저리 두들겨 맞고 멍이 들어야 
비로소 꽃망울 하나 틔우는 거라고

 

춥다
배고프다
불평 한마디 없이 춘설의 참사를  
한사코 떠올리는 건  
봄의 내란을 슬쩍 내 안에 들이고 싶은 것인데 

 

이 봄은 너무 보수적이다 
편파적으로 돌아앉은 햇살의 퇴폐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지만
이마에 머리띠 두른 이웃 아저씨
육두문자 섞인 구호처럼     
화분에 심을 꽃씨의 편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봄은 이렇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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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문 밖의 기억


 
문 밖의 기억 
 

 

 

눈보라 떠들썩한 자정 넘어
네 발 짐승들 놀러온다

 

 가장인 듯 
식솔들  거느리고 밤 마실  나온  뒷마당
나는 눈치 빠르게 사방에 흘린 빛을 감춘다
차례로 빛을 잠그고 소리까지 거두니
달빛에 네 발  실루엣 광휘하다

 

지난 겨울.
한 발로 걷던 나
네 발 달린 너희들처럼 허기진 날들 있어
별 떨어지는 늦은 밤에 문 닫지 못한다

 

이미 알아버린 것일까
커튼 뒤에 숨어 불끄지 못한 일들 
슬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둠 속  별빛으로  걸어나와 
문 밖에 서 있어야 했던 기억처럼

 

절뚝이며 걷던 발 보듬고 
빛을 거두고 지켜보는 어둠 속  
그 위로  겨울이 뜨겁게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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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혀의 중력

 
혀의 중력 
 

 

 

노파의 목주름이 출렁거릴 때마다
천정으로 침이 튀어 올랐다
비루한 입담이 끝나자
까닭 모를 서러움과 분노같은  것들에
혀가 찔렸는지, 잠시 멈칫하다 
붉은 카펫을 밟고 사라졌다는데
다행히 그날은 빈손으로 갔다는 후담이다 

 

노파의 입안에는 바퀴벌레들이 산다     
혓바닥 안에 우글거리던  바퀴벌레들이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벌레에게 물린 한 사람이 상처에 붕대를 감는다 
흘린 피가 심장에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두 손으로 가슴을  받고 있다

 

땅에 떨어진 침은 흔적을 남긴다
흘린 피가 하얗게 굳어 딱지로 남을 때
텅텅텅 뜨거운 말들이 온몸으로 허물어질 때 
어떤 상처는 너무 아파서 혀를 깨물 수밖에 없다 
돌처럼 단단한 담석이 되어 간다  
침샘 위로 벌레 한마리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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