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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를 감은 시
bh2000

 
붕대를 감은 시
 

 

 

내 지문을 스쳐간 시들은 유독 아프다
시도 때도 없이 몸살로  통증을 호소한다
솜뭉치 같은 가슴을 두들기다 앰뷸런스에 실려가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 파산신청을 한 후
일용직으로 밑바닥을 떠돌기도 했다

 

빈손으로 건너온 낯선 땅에서
남의 일 같지 않던 이야기들  
수첩에 깨알처럼 기록하다 보니
내 시는 늘 병치레를 할 밖에

 

어느날엔 고열에 시달린 시에게 벗어나고자
머리를 감고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고쳐 보지만 
얼굴에 낀 잡티를 감추려는 분칠 두께로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가장 나다운 시 
서늘한 눈매와 다부진 입꼬리를 닮았으니
피 흘린 상처에 철철 붕대를 감은 채
차라리 그 통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저들의 병명이 내 시에 
오래 머물다 갔음을 생각하게 하는 밤 
그런 연유에서 내 시는 늘 핼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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