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달인’(達人)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유행입니다. 무예나 기예를 가진 이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말인데, 요즘은 ‘생활의 달인’ 식으로 소박하게 쓰입니다. 달인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을까요. 뭐든 제대로 하면 ‘달인’이지요. 당신에게 ‘웃음의 달인’ ‘정리의 달인’ ‘느림의 달인’이 되는 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달인’되는 법, 어렵지 않습니다. ‘신이 인간에게만 부여한 축복’ ‘만 가지 질병의 명약’ ‘ 10초 동안 웃는 것이 5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 등 웃음이 각종 격언과 수사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웃음의 달인’들조차 남을 웃기기 위해 머리에 쥐가 난다. 유머 감각은 타고나기보다는 부단한 노력, 치밀한 전략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법 5가지. 1. 외운 유머는 반드시 써먹어라 ‘봉숭아 학당’ ‘변방의 북소리’ 등 개그계의 전설로 불리는 프로 ‘유머 1번지’를 만들었던 김웅래 인덕대 교수(전KBS PD)는 “웃음은 전략”이라고 단언한다. 치열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어릴 때부터 늘 ‘조크 북’을 끼고 다녔던 그는 개그맨들에게는 하루 50개의 유머를, 일반인에게는 하루 10개의 유머를 읽고 외우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건 반드시 ‘써먹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고 체득된다. 2. 신문 꼼꼼히 읽어라 ‘갈갈이 삼형제’의 스타 박준형씨는 한때 신문을 여섯 종류나 구독했다. 순전히 개그를 위해서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부터 꼼꼼히 정독한 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스크린한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활밀착형 웃음의 소재를 찾을 수 있지요. 남을 웃기려면 자기가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3. 다양한 사람을 자주 만나라 2005년이 발굴한 최고의 MC’ 탁재훈씨는 녹화 시간을 빼고는 다양한 직종의 친구들, 선후배들과 어울리는 게 일이다. “지극히 평범하게 오가는 말들 속에 웃음의 소재가 있거든요. ” 소율이, 유단이 등 자녀들의 일상도 유머 소재다. “’안 되겠네’라는 유행어는 소율이가 동생을 다그칠 때 하는 말이에요. 별 것 아닌 말도 어느 상황에 맞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웃음의 포인트가 될 수 있죠.” 4. 남의 말을 잘 듣자 수다쟁이는 유머의 달인이 될 수 없다. 개그맨 유재석의 장점은 남의 말 잘 듣기.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웃음의 정곡을 찔러주는 게 유재석 웃음의 비밀이다. ‘굿모닝 FM’을 유머러스하게 진행하는 김성주 아나운서는 남을 웃기려면 자신이 먼저 빈 틈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 사람이 웃나 안 웃나 두고보자, 하는 태도로는 남을 절대 웃길 수 없어요. 나도 허술한 사람이란 걸 보여줘야 상대가 마음을 엽니다.” 5. 자신이 먼저 유머를 즐겨라 내 유머가 불발되면 어쩌나’ 미리 겁 먹지 말자. 박준형씨는 “썰렁해서 더 웃길 때도 많다”면서, “중단하지 말고, 스스로 유머를 즐기는 게 첫 번째”라고 충고한다. 김웅래 교수는 “’웃을 때까지!’를 외치며 조혜련 식 막무가내로 밀고 나갈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의기소침해질 필요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무조건 쏟아내라” 는 강유미씨는, “일단 ‘나는 웃기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상대에게 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유머 백전백패 똑같은 줄거리를 가진 유머인데도 남이 얘기할 땐 폭소가 터지고 내가 얘기할 땐 ‘펭귄’이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자신의 유머 화법을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숱한 시행착오와 절망 끝에 ‘유머의 달인’은 탄생한다. 1. 상황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한다.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상대가 싫증내기 딱 좋은 시추에이션이다. 2. 너무 많은 힌트를 주거나, 마지막까지 숨겨야 할 결정적 인 단어를 미리 내놓는다. 김새기 좋은 비결. 3.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혼자 도취돼 마구 웃어댄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4. 유머는 허를 찌르는 것. 누구나 할 수 있고, 예상되는 대답 은 모두를 허탈하게 만든다. 5. 20년 전 유머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3개월 전 유머는 상대를 민망하게 한다. 6. 유머로 비수 꽂기. 웃기기 위해 상대를 우스갯감으로 깎아내리는 건 금물. 쓴웃음만 나온다. 7. 번지 수 잘못 찾으면 본전도 못 건진다. 목사 앞에서 ‘목사가 천국에 못가는 이유 3가지’를 천연덕스럽게 얘기해서는 안 되는 이치. 8. 반전이 없다. 썰렁 유머의 지름길. 9. 물귀신 유머. 한 번 웃고 상황 끝났는데, 계속 불 지피려 하면 추해진다. “고마 해~.” 10. 야한 유머가 성공한다? 유머에도 등급이 있다. ‘19세 이상 청취가’는 특히 조심. 까딱하면 변태로 찍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