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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와 정치(영화 ‘크로싱’을 보고)
yeodongwon

  

 정치가 무엇인가? 그리고 정치와 먹이는 어떤 관계인가?


 김일성은 생전에 입버릇처럼 "인민이 쌀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 살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는데, 그래 3대 김씨 왕조 70년에 북한정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쌀밥은커녕 강냉이죽도 못 먹여 수백만이 떼죽음을 하고 있는, 말 그대로 거지 나라꼴이 되어 배고픈 인민들이 목숨 걸고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는 데도 하는 짓은 미사일에 핵무기 만들어 남한 불바다를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희한한 나라다.


 나의 고향은 경상도고 아내 고향은 평안도다. 나와 아내 사이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존재하는 국경선이란 걸 느끼게 된다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다.


 남북 간에 분단의 장벽이 굵고 높게 드리워져 그 쉬운 전화 편지는 물론, 안부도 모른 체 70년을 눈 귀 막고 지나오면서 38선을 단지 비극적 분단의 선이라고만 생각했지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그어진 국경선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막연히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고 그 경계선은 과거 불행했던 민족사의 기록으로 남아 후손들이 역사책을 읽고 그때 선조들은 왜 그리 바보였었나 비웃을까 했는데, 그런데 문제는 요즘의 내 마음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아니 우울해진다. 통일이 되면 자연적으로 없어질 선이 아니라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국경선이 아니 되길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는, 해서는 안 되는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이러다가 고구려가 만주벌을 잃듯 북한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문득 들어 옆의 아내를 훔쳐보며 '북조선 이국 여인과 사는 격이 되는가’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보니 기가 막히다.


 영화 ‘크로싱’을 보며 그 상상이 웃을 일만이 아닌 심각한 현실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몸이 오싹해진다.


 이제 콩알만한 독도 땅이 문제가 아니다. 고구려 멸망으로 신라가 겨우 평양성을 지켜낸 것으로 끝나고 요동 만주벌이 떨어져 나가는가 했으나 그래도 고구려 유민이 세운 발해가 있어 다행인가 했었지만, 200여 년만에 발해가 망하자 땅도 민족도 영영 우리로부터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금수강산을 지키고 가꾸며 살게 되는데, 임진왜란 때 명과 왜가 우리 몰래 38선 남북으로 나눠먹자는 협상을 했었다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400년 후 미-소가 들어와 38선이 그어지고, 70해를 넘긴 아직도 분단인 채 미사일을 맞대고 불바다 공포와 맞서 있다.


 너도 죽고 나도 죽는,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는 천하에 바보짓을 왜 두번 다시 또 하려는지, 제발 못난 짓 그만 멈추고 한발 물러서서 무엇이 민족과 반도 땅을 지켜내는 일인지 남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밝은 역사의식의 슬기로 영원한 날까지 살아가야 할 민족과 땅을 위한 후회 없는 통일대박의 길을 찾기를 빌고 또 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분단인가? 사상이 민족과 국토에 먼저인가? 


 절대 아니다. 사상 이념은 나라 다스림의 수단이지 나라 그 자체가 아니다. 


 분단 70년, 말과 습성의 이질화의 간격이 심상치 않게 느껴지게 되면서 불안은 공포로 다가선다. 이러다가 100년을 넘겨 완전 물갈이 후손으로 넘어가면 북녘 땅 반이 또 발해 꼴이 안 된다고 장담 못 한다.


 어쩌다 나는 남의 나라에 이민을 와 사는 처지이지만 친정 조국이 더 늦기 전에 남북이 무릎 맞대어 과거를 깡그리 버리고 미래만을 위한 장밋빛 대화로 평화통일의 성업을 이루어 주기를 빌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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