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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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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 떠나며

 

 


 

항구를 떠나며 어머니를 부른다
산 위에, 물 속에 계신 어머니
뱃고동 소리 누구의 울음인지
이 땅은 온통 울음뿐인데……
햇빛 내려와 물결 위에 부서지고
배 멀미 하며 바다를 건넌다

 

 
입 없는 바위는 검은 가슴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 말 못하고 살았는가
나무는 몸을 뒤틀며 땅을 기는데
피 빛 동백꽃은 목 잘리듯 떨어지고
노란 유채꽃 어둠을 밝히며 피어도
땅 속 헝클어진 뿌리를 감춘다


 

다시는 조랑말처럼 뛰지 못할
검은 용암 석 거칠게 깔린 섬
분노 없이 침묵으로 보낸 세월
산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과
동굴 속에 묻힌 사람들 
어둠의 그림자로 발 끝에 매달리고

 

 
손 잡고 뛰놀던 바람도 따라와
다시 돌아올 날 묻지 않고
관덕정 돌하루방은 튀어나온 눈 크게 뜨고
보았다 말 못하며 눈 감을 수 없어도
바람에 깎이며 언제까지 기다릴까
아무리 지쳐도 쓰러질 수 없는데,

 

 
우리는 무엇을 보아도 말 할 수 없다
앞을 보아야 돌아올 날 보이련만
등 돌리고 서서 섬만 보는데
섬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서서
입을 벌려 부르지 못하고
언제나 그러했듯 침묵으로 솟아있다


 

언젠가 돌아가야 할 섬
무심히 따라 나온 갈매기가 부르고
그 날의 강물처럼 흐른 피와
가슴을 도려내며 불던 바람을 간직하고
먼 대륙 한 복판에 가라앉기 위하여
눈물도 없이 섬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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