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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
namsukpark

 

 밤늦게 퍼붓기 시작한 눈 폭풍을 7층높이에서 굽어본 설경(雪景)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 같았다. 기상청예보 적설량은 5~10cm로 얻어들었는데 정작 50cm가 넘는 눈 폭풍에 갇혀 오도가도 못 하고 눈에 파묻혀진 차량들이 곳곳에 널브러져있는 것을 발견한 것은 동녘이 밝아지면서 부터다. ‘자연의 섭리(攝理)와 피조물(被造物)의 과학은 이런 것이라고 함부로덤부로 떠들 일이 아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춘추전국시대 240여 년 역사에 천자(天子)가 휘하(麾下)의 장수를 출정(出征)시키지 않고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운 ‘자장격지(自將擊之)’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너나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에 민감하지만, “승가람마(僧伽藍摩)에서 고행(苦行)으로 정진(精進)하는 스님을 싸잡아 통행세 징수하며 배불리는 산적(山賊)으로 폄훼(貶毁), 호도(糊塗)한다.”며 격앙(激昻)된 목소리가 들끓는다.

 ‘사람들의 외식 기호(嗜好)가 까다로워졌다’고 하지만, 아니 우리들의 지갑이 얇아져서인지 마음에 점 하나 찍는 게 무슨 큰일이냐며 머뭇거림 없이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를 선호했다. 펜데믹 여파로 오랜만에 가진 친구들과 만남은 스스럼없이 나눈 대화 속에 익숙함과 편안함이 돋보여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너나없이 건강한 모습들이어서 더더욱 좋았다.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는 전조(前兆)증상이 삼상치 않다. 높고 낮은 공사현장에서 떨어지는 파편(破片)에 사람들이 맞으면 큰 상해(傷害)를 입히기 십상인데 공사장 관리수준이 참으로 형편없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의 사고 발생이 사실은 후에 예견되는 더욱 엄청난 사고를 액땜하듯 미연에 작은 사고로 막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실공사가 계속 진행되어 완공되고 나중에 사람들 입주한 뒤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될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도라지 위스키 마시며했던 말의 번복(飜覆)과, 남들이 다 아는 얘기를 계속 떠드는 아저씨들의 고루(固陋)하고 재미없음에 어처구니가 없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았다. “독서가 집어넣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꺼내는 겁니다. 독서를 많이 한 아이가 구슬 서 말 가진 부자라면, 글을 쓰는 아이는 구슬을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장인과 같다.” [김성효의《엄마와 보내는 20분이 가장 소중합니다.》중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바이러스 행패에 입과 코를 온통가린 반쪽얼굴로 버텨왔건만,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리콘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가며 저장용량을 늘리고 처리속도를 높여 왔지만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연산을 한다. 중첩(重疊)은 한 입자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0과 1로 4가지(00,01,10,11)상태를 표시할 수 있다. 그래서 n개의 큐비트로는 2의 n제곱 수 만큼을 표현할 수 있다.

 0과 1의 비트를 사용하는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빠르다고 한다. 인간이 수백 년 동안 계산하는 수식(數式)을 순식간에 계산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한(大寒)이가 소한(小寒)이네 집에 놀러가 고드름똥을 누었다손 새로울 건 없지만, “섣달그믐에서 새해로 바뀌니 맞이하고 보냄이 한 밤에 이뤄진다.” 새해에는 서광(瑞光)이 널리 비치고 좋은 일 가득하길 바라마지 않는 우리들이다.

 무엇이든 용기 내어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꽃은 늘 내게 피어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독자여러분~ 새해의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나 ‘두루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竹樹人家在?西 山圍水抱路長迷 野翁頭白還開卷 時有書聲雜鳥啼”

- ‘대(竹)나무숲 인가(人家)는 산(山) 서쪽에 있고 /

산이 에워싸고 물이 끌어안아 길은 길고 희미하네. /

머리 허연 시골늙은이 다시 두루마리 펼치는데 /

때론 책 읽는 소리가 새 울음소리와 뒤섞이네.’ -

[ 당인(唐寅)의 《초당독서도(草堂讀書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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