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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여빈(相敬如賓)
namsukpark

 

 <신언서판(身言書判> 중국 당서(唐書)의 선거지(選擧志)에 따르면 ‘풍채가 늠름하고, 말이 분명하고 반듯하며, 글씨체가 정확하고 아름다우며, 사리분별(事理分別)이 뛰어난 인물을 등용(登用)해야 한다.’고 했다. 갓 쓰고 도포 입던 시절의 구닥다리 기준으로 치부할 것만은 아니다. 사리(事理)에 어긋나지 않는 언변(言辯)과 임기응변(臨機應變)에도 통달(通達)한 사람들을 보면 판단도 잘해야 할 일이다.

 진영(陣營)의 논리와 아전인수(我田引水), 막말논란과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은 고갤 갸우뚱하게 한다. 까마귀 날자 배(梨)가 떨어진다더니 낙수효과(落水效果)나 관점(觀點)에 따라 결론(結論)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파렴치를 볼라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지정을 촉구하고픈 심정이 불쑥해지기도 한다.

 어수선 하다못해 켜켜이 언짢은 일이 항다반사(恒茶飯事)인 세상살이 내 마음도 다스리지 못하는 억하심정(抑何心情)일지나 ‘손님 모시듯 서로가 공경하라’는 상경여빈(相敬如賓)이 전해져 내려온다. 태평성대를 누렸었는가하면 주린 배를 움켜쥐고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로 연명해야했던 기아선상(飢餓線上)에서 힘겹던 시대도 없진 않았지만,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난 6월 1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여의도 안팎에서 화제다. 안내견(案內犬) ‘조이’를 끌고 연단에 선 김 의원은 점자(點字) 자료를 통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줄곧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물었다. “사회적으로 약자와 소수자들이 기회와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물이 되어달라”고 대(對)정부 질문을 마치자 일부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쳤을 정도라는 대서특필(大書特筆) 뉴스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의원과 첫 질문을 주고받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영상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심쿵 한동훈’이라며 ‘밈(meme·온라인 유행)’으로 돌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주제로 대정부 질문을 하겠다”면서 “먼저 법무부 장관님, 발언대로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한동훈 법무장관을 불렀다.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한(韓) 법무장관은 여느 때처럼 마이크 앞에 서더니 먼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라고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을 배려해 자신이 연단에 섰음을 알렸다. 김 의원도 “네, 장관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여권(與圈)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동영상을 돌리며 “김 의원을 배려하는 한 장관의 매너가 폭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예지 의원은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Koi’s Law)’으로 알려져 있다”며 “어항 속에선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물고기”라고 코이에 대해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사회적 약자(弱者)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며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자동차 제한 속도(speed limit)는 안전 운전을 위한 모두의 약속이다. 자칫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위반한다면, 불상사(不祥事)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불안하고 위험한 도로가 아닌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제한 속도와 안전 운행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자. 선진 시민의식은 교통질서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설마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불러일으키고, 기껏 5분 먼저 가려다 50년을 먼저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자(孔子)는 노(魯)나라 사람으로 정(鄭)나라 동문(東門)에서 제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승을 찾아다니는 자공(子貢)에게 어떤 사람이 자신이 본 공자의 모습이 ‘초상집 개(狗)’처럼 구차스럽기 짝 없이 보였다며 귀띔해주었다. 그가 얻어들은 이야길 공자께 곧이곧대로 말씀드리자 흔쾌히 웃으며 “외모는 그런 훌륭한 사람들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초상집 개(狗) 같다’는 말은 그럴 듯하구나”라고 말했다. 《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공자가어(孔子家語)》<곤서편(困誓篇)>에 전한다.

“謗之則喪家狗 譽之則人中龍 華髮去周柱下 深衣立魯門東” - ‘그를 나쁘게 말하면 초상집 개(狗)요 / 그를 좋게 얘기하면 뛰어난 인재(人才)지 / 하얗게 센 머리털 빠진 이는 노자(老子)요 / 연거복(燕居服) 옷깃을 세운 이는 공자(孔子)일세’ - [류극장(劉克莊)/南宋, <기안육언(記顔六言)>] 三首其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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