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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의 시성(諡聖)
leesangmook

 

 

 ‘로마의 하늘은 베드로가 지배하고 있다.’ 내가 쓴 책 유럽여행기에 나오는 시작 문장의 하나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전화로 그 대목을 짚었을 때 실종된 기억이 되살아났다.  


 로마에선 성 베드로 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지었다간 당장 철거 명령이 떨어진다. 성당 앞에는 일국의 영토에 맞먹는 광장도 있다. 바티칸 공국이 바둑알 크기이다 보니 성 베드로 광장이 그렇다는 얘기다. 천안문 광장에 1백만이 들어간다면 성 베드로 광장에는 30만이 들어간다.


 지난 4일(일) 거기서 12만이 모여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이 있었다. 인도정부는 외교장관 등 각료 12명을 대표 사절단으로 파견했다. 수녀는 알바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인도의 시민권자로 죽었다.


 테레사 수녀가 사역을 시작한 것은 1950년 캘커타의 빈민촌에서였다. 이름은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 13명이 모여서다. 그게 지금은 139개국에서 5,800 명이 일하는 단체로 컸다. 극빈자, 고아, 나병환자, AIDS 환자, 또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한 호스피스 봉사 등 일테면 사회가 꺼리는 계층을 돌봐준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그녀가 줄곧 찬양만 받은 건 아니다. 누구보다 볼멘소리를 한 건 2010년까지 5년간 캘커타의 시장을 지낸 사람. 마치 거지와 나환자가 득실거리는 도시인 양 그녀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퍼트렸다는 거다. 


 그 보다도 더 악담을 한 사람도 있다. “그녀의 사역은 선행보다 악행 쪽이었다.”고 못 박는다. 영국인 기자 히친스(Hitchens)가 쓴 ‘선교사의 위치(The Missionary Position)'라는 책에서다. 의롭지 못한 헌금을 낸 사람들 중에는 세계 최빈국 아이티의 독재자 두발리에도 있었는데, 위대한 지도자라고까지 추켜세웠다는 것이다. 포르노 영화로 돈을 번 미국의 키팅은 4년 동안 투옥되기도 한 사람인데 그로부터 몇 백만 달러를 기부받고도 돈을 돌려주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번 성인 추대에도 구설수가 따랐다. 성인으로 추존되려면 선종 후 기적이 2 건은 일어나야 한다는 조건이다.


 첫 번째 기적은 인도에서 일어났다. 2002년 복부에 종양이 있던 여인 베스라가 수녀의 사진이 든 목걸이를 걸치자 병이 깨끗이 낫더라는 것이다. 


 두 번째 기적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 안드리노는 2008년 12월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수술을 받을 시간에 그의 아내가 테레사 수녀의 영혼이 도와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더니 거뜬히 나았다는 것이다.


 베스라의 기적은 남편도 믿지 않았다. 의사들에 의해 나은 거지 기적은 사기라는 것이다. 의사도 약을 한 1년 먹은 결과 나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물러설 교황청이 아니다. 뒷조사를 한 보고서의 분량만 3만 5천 페이지가 넘는다. 내린 결론은 “실수 몇 개로 미덕이 넘어질 수 없다.”는 거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거의 실명 수준이었는데 지붕을 뚫고 내려온 광선이 눈에 비친 후 시력을 회복하고 목사가 됐다고 간증한다. 베스라 역시 목걸이의 사진에서 광선이 나와 종양을 파괴하더라는 것이다.


 기적과 과학은 천적이지만 무승부일 때가 많다. 


 신교이다 보니 천주교회에서 하는 장례 미사에 가면 지루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성인들을 주구장창 호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새로 한 사람 늘었다 해서 안 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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