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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kwangchul

 

 “국정을 맡는 지도자의 명예는 자기 행위의 책임을 지는 것에서 나온다" –막스 베버-

 

 한국동란, 6.25전쟁이 터졌을 때 존 무초는 주한미국대사였다. 그는 1950년 6월25일 아침 8시경 전화벨 소리에 일어나 북한군이 삼팔선을 넘어 침략해 왔다는 보고를 받게 된다. 그날 오전 9시경 미국 국무부에 보고를 하고 경무대로 이승만 대통령을 방문하게 된다.

 

 무초 대사의 증언!

 이승만 대통령: 방금 국무회의가 열렸습니다. 모두들 내가 공산군에게 붙들리면 국가적 재난이 된다는 거야. 내가 먼저 서울을 떠나기로 했어요.

 무초 대사: 한국군은 열세에서도 잘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밀리고는 있으나 부대 단위로 항복한 곳은 없습니다. 각하께서 이곳 서울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서울을 떠났다는 사실을 전선의 부대가 알게 되면 사기가 떨어져 무너지게 됩니다. 각하께서 서울을 떠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어야 합니다.

 이 대통령: 내가 잡혀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

 

 한 시간쯤 설득하다 지친 무초 대사는 "각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우리는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을 한 후 일어났다 한다.

 1971년 1월 은퇴 중이던 무초 대사는 위의 비화를 소개하며 “그날 한국군은 기습을 당하고도 참으로 잘 싸웠다. 북한군은 당일에 서울에 들어올 수도 있었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북한은 전쟁을 일으킨 이승만 정부가 북한군의 반격으로 무너졌다고 선언하고 국민들이 통일을 환영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기정사실화하여 미국과 유엔의 개입 근거를 없애버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료들은 몰래 대전으로 피난을 가 있으면서 서울을 사수한다는 거짓 방송을 하여 국민을 또 기만하게 된다. 게다가 800여 명이 건너고 있던 한강대교를 폭파하여 무고한 국민들이 억울한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

 

 서울 탈환 후 정부는 대령 한 명을 희생물로 삼아 사형시켰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6.25전쟁 발발 348년 전인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한양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선조는 울며불며 가로막는 백성을 버리고 평양으로 피난을 간다. 평양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자 평양을 사수하겠다고 백성을 안심시켜 놓고 다시 의주로 도망갔다. 그때도 왕이나 조정 대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담은 팻말을 뒀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미이다. 원래 영어 ‘buck’은 수사슴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미국 개척 당시 사용하던 칼의 손잡이를 수사슴 뿔로 만들었는데 카드게임 때 사슴뿔칼을 넘겨주는 전통에서 책임이란 뜻이 생겼다 한다.(영어로 ‘Pass the buck’이라 하면 책임을 전가한다는 뜻이 된다.)

 

평상시에 잘 쓰이는 문구가 아닌데 근래 들어 온타리오주 덕 포드 수상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되었다.

 포드 수상은 지난 8월9일 보니 라이식 감사원장으로부터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하여 이를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받은 직후, 이 시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 하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Buck stops with me)하였다. 그린벨트 개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온타리오 주정부 포드 수상은 지난 11월 주택공급난 해소를 위해 7,400에이커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10년 안에 150만 채의 주택을 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계획은 ‘토론토스타’ 등 언론매체에서 일부 건설업자에게 발표 전 특혜가 주어져 구입되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금년 1월 감사원 감사에 들어가게 된다.

 

 지난 8월9일 발표된 라이식 감사원장의 감사보고의 하이라이트 요약.

 “온주 정부 그린벨트 발표 이전인 2022년 9월14일, 현 주택장관이며 지방자치제장관인 클락 장관의 비서실장인 라이언 아마토(현재 이탈리아에서 여행 중)는 건설업체(BILD)가 주관하는 갈라 디너에 참석하게 된다. 그 곳에서 주택장관의 비서실장은 두 건설업자인 실비오 가스페리와 마이클 라이스로부터 그린벨트 토지를 불하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봉투를 전달받는다.

 아마토 실장은 일부 건설업자가 주정부 그린벨트 해제 발표 전 7,400에이커의 92%인 6,900에이커가량의 토지를 구입하여 83억 달러(8.28 Billion) 규모의 이득을 획득할 수 있는 특혜를 준 혐의다. 그 처리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와 조사를 무시한 채 그의 선에서 해결한 혐의 또한 받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하여 친환경 및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득이 안 된다는 라이식 감사원장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온주 정부는 주택난의 시급한 해결을 내세워 현시점에선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 난관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그런 시도를 이미 시작하였다.

 

 어떤 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맞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 외에도 그 맡은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을 때 비난이나 파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기본적 자세를 의미하게 된다. 특히 공직자의 과오는 본인의 신상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소한 주택장관 클락은 해임되어야 한다.

2023년 8월 13일.

 

 참고:

1)최근 여론조사 결과,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이 있다(54%) 부정이 없다(27%) 모르겠다(19%)

2) 아마토 비서실장 증언: 건설업자 갈라 디너에서 두 명의 건축업자(실비오 가스페리, 마이클 라이스)가 그에게 접근해 그린벨트에서 토지를 분양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봉투를 주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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