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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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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Robert Burns의 <내사랑은 새 빨간 장미꽃 같아>
knyoon

 

     

 

< A Red Red Rose >

 By Robert Burns

 

O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

O my Luve's like the melodie

That's sweetly play'd in tune;

As fair art thou, my bonnie lass,

So deep in luve am I;

And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Till a' the seas gang dry;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While the sands o' life shall run.

And fare thee weel, my only Luve

And fare thee weel, a 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 it were ten thousand mile.

 

 <내사랑은 새 빨간 장미꽃 같아>

오, 내 사랑은 유월에 갓 피어난

새 빨간 장미꽃 같아.

오, 내 사랑은 아름다운 곡조에 맞춰 부르는

달콤한 노래 가락.

그렇게도 어여쁜 너, 내 고운 아가씨야,

내 사랑도 그 만큼 깊어.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 내 사랑.

바다가 모두 마를 때까지.

바다가 온통 다 마르도록, 내 사랑아.

바위가 햇볕에 녹아버릴 때까지,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 내 사랑.

인생의 모래톱을 넘어서는 날 까지.

그럼 잘 있거라, 하나뿐인 나의 사랑아,

잠시 동안만이라도 잘 있거라!

그럼 다시 돌아오리니, 내 사랑.

그 길이 천리만리 멀다 해도. 

 

김소월의 ‘진달래꽃’만큼 온 세상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로버트 번스의 시, < A Red Red Rose ‘내 사랑은 새 빨간 장미꽃 같아’>를 우리말로 옮겨 보았다. 이 사랑의 시인을 주제로 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교회 안 서편 유리창에 설치되어 있다. 

 로비(로버트의 애칭)는 영국시인 워즈워드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시심을 일게 했다. 그가 풍기는 신선한 흙 내음은 스코틀랜드를 처음 찾아간 나에게도 감미롭게 다가왔다. 

 에든버러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아이슬랜드 화가 라이퍼 브라이드포드가 1985년에 스코틀랜드의 민족 시인이며 자연을 노래한 시성(詩聖), 로버트 번즈의 생애에 감명을 받아, 영성이 풍부한 반 추상화를 그렸고, 독일의 모트바일 회사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 설치했다. 

가까이서나 멀리서나 세밀하고 강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비전의 새 기법으로 가장 현대적인 작품을 창조해 낸 것이다. 고딕 형 긴 유리창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세 개의 원을 그려 넣었다. 마치 인격의 합일을 추구하는 만다라처럼. 

 맨 위쪽의 원과 검은 테두리의 하트 안엔 황금빛 햇살 속에 붉은 곡식 낱알들이 들어 있다. 그 낱알들은 심장의 파편들이 햇빛에 튀는 듯 눈이 부시다.  

지고선(至高善)에 이르는 사랑의 빛처럼. 그 빛은 1미터 폭 마다 끼어 넣은 알루미늄 창틀에 반사하여 유리창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서편 창에 해가 질 때까지 빛나도록 설계해 놓았다. 가운데 칸의 원 속엔 로비 번스가 추구하던 이상과 우정, 인류공동체의 모습을 푸른빛으로 나타냈다.

 제일 아랫단 마지막 원 속엔 그의 전원생활의 일상이 풀빛으로 그려있고 그의 사인도 보인다. 이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보면서, 특히 제일 위의 빛나는 태양과 붉은 하트는 여인에의 사랑만을 표현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애국가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번스와 인연이 많다. 하나는, 로버트 번스가 지은 시 ‘올드 랭 사인’을 작곡한 곡에 맞추어 우리 애국가를 처음 부른 점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1904년에 영국의 한 극동함대가 동양각국을 순방 중에 인천 제물포에 입항했다. 그들이 대한제국을 방문하는 인사로 국가를 연주하겠다고 하자, 고종황제는 외부협판인 윤치호에게 즉시 국가를 제정하도록 칙령을 내린다.

 윤치호는 그가 지어서 보급하던 찬미가의 14장을 애국가로 채택하고,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 사인을 곡으로 붙여서 영국함대가 우리 애국가를 최초로 연주하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애국가는 민족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불꽃처럼 퍼져나가 국내와 해외에서 국가의 상징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 당시 일본은 한국의 외교를 감시하고 있었고, 국제정세와 관련된 한국의 모든 대외교섭을 일본을 통해서만 하도록 했기 때문에 고종황제는 이 애국가를 영국함대에 비밀리에 보냈다고 한다. 

 Auld Lang Syne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곡이었으므로 일본 측에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했고, 작사자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윤치호의 생애와 사상>에 정태진 박사 씀)

 또 다른 자료는, 1914년 7월, 북간도에서 간행되어 북간도 광성중학교(光成中學校)에서 사용하던 <最新唱歌集>에, 오늘날의 <애국가> 가사 4절과 똑 같은 <국가>가 로버트 번즈의 스코틀랜드 민요 <Old Lang Syne> 곡조로 실려 있다. 당시 사립학교들이 창가집을 만들어 민족주의적인 교육에 활용하였는데, 광성중학교에서 창가 교재로 편찬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이 창가집은 일본 간도 영사관에 압수되었으나 국가보훈처에서 1996년에 영인 발간하였다.

좌옹 윤치호는1906년에 조선 청년들의 독립정신과 실무교육을 목표로 개성에 한영서원(韓英書院)을 설립. 음악교재용으로 출간한 <찬미가>(1907년 출간, 1908년 재간, 광학서포) 제14장의 가사도 현행 애국가 1절~4절과 같으며, 곡조는 AULD LANG SYNE이라고 적혀있다.

 로버트 번스는 이 세인트자일스 교회와 직접 관련된 시도 지었다.그것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스코트 방언으로 쓴 시집 <Poems, Chiefly in the Scottish Dialect (1786)>을 출판해준 친구 '휴 파커에게 주는 편지 <Epistle To Hugh Parker'이다.

빗줄기 같이 꼬인 황량한 땅에

산문도 운문도 모르는 나라가 있다네.(중략)

 

그리스도인처럼 불꽃같은 인생을 산다 해도,

내 존재는 그저 졸아들 뿐,

우리는 제니 게디스(Jenny Gades)를 마주 할 면목이 없다네.

페가수스 같은 자부심을 주는 제니를!

골목길 어슬렁 걸어 내려와

제니가 의자를 내던지는 것을 웨슬리는 보았네

노파의 밤색 콧등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하략)

 로버트 번스가 '휴 파커에게 주는 편지’에 나오는 그의 말 이름은 바로 에든버러 세인트자일스 교회의 의로운 여인Jenny Geddes와 같은 이름이다. 1637년, 에든버러 주교가 약속을 위반하고 공동 기도서를 읽으려고 한 순간 돌의자를 주교에게 내던진 사건을 1788년에 그의 시에서 부활시킨 것이다.

그의 시는 여인을 사랑할 때나 그의 민족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일에나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담겨있었다.

  

 

그 용감한 여인, 제니가 내 던진 의자를 이 교회의 봉사자 모리스가 보여주었다. 야트막한 사방탁자 위에 올려놓은 청동 빛 의자를 만져보니 돌덩이보다 무겁다. 어떻게 이런 무거운 의자를 한 여인이 주임사제에게 집어 던졌을까? 

 칼벵-죤 녹스로 이어진 교회개혁 초기에 스코틀랜드 교회는 영국교회와는 달리 찰스 왕이 주장하는 감독제와 예배형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로지 말씀만을!’ 주장했다. 

 이 혼란 중에 드디어 1637년 7월 23일에 세인트자일스 교회에서 찰스 왕이 임명한 에든버러 주임사제가 회중 앞에서 본기도를 낭독하자, 장터에서 옷가게를 하는 한 여인, 제니 게디스가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이 부정한 악한이여, 어찌 내 앞에서 가톨릭의 미사를 올리겠단 말인가?” 하면서 자기가 앉아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사제에게 던지자 이에 호응하는 교인들이 일제히 유리창을 깨는 등 큰 폭동이 일어났다.

 이 소동 이후로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주교제도가 폐지되고 강력한 스코틀랜드교회 총회가 모여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언약과 유사한 국민계약(National Covenant)을 만들어 장로교회를 결속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마다 1월15일 로비 번스의 생일 저녁은 친지들이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스코틀랜드 민속 명절이 됐다. 그의 시, <스코치 드링크>를 읽으며 건배하고, <하기스에게>를 읽으며 순대 같이 생긴 하기스를 먹는다. 

로비의 아름다운 시, <오, 나의 사랑은 새빨간 장미>를 읽으며 함께 온 여인에게 키스도 하겠지. 사랑의 시인이며 영혼의 눈물을 아는 로비 번스는 스코틀랜드와 이 세인트 자일스 교회에서 그를 발견한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한 하느님의 사랑을 심어주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우리가 토론토에 돌아오자 교우들이 이것 저것 쉴새 없이 묻는다. ‘로버트 번즈 위스키’를 마시며 하기스를 먹어 보았느냐? 하일랜드의 스코치 위스키도 마셔보았느냐? 에든버러 성의 안개와 비바람에 혼나진 않았느냐? 스톤헨지의 태양 사진도 찍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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