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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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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 옛적 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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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순례자, 아하메드 알 카멜왕자

(워싱턴 어빙 지음/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왕자는 비위가 거슬러 올라 몸을 돌려 둥지 속에 있는 올빼미를 찾아갔어요. “이 새는 평화를 사랑하는 습성이 있으니 내 의문을 풀어줄지도 몰라.” 왕자는 저 아래 숲 속에서 모든 새들이 노래하고 있는 그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했어요.

 

이 말에 올빼미는 자존심을 상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나의 밤시간은 공부하고 연구하느라 지나가고, 낮에는 내 골방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음미해보느라 시간을 보낸다오. 왕자님이 말하는 그 따위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겨를이 있나요. 난 그들이 노래하는 주제를 경멸해요. 내가 노래 부를 줄 모르는 것을 알라신께 감사할 지경이랍니다. 나는 철학자일 뿐 그 사랑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오.”

 

왕자는 박쥐 친구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했어요. 이 친구는 코에 주름을 잡으며 한다는 소리가 “나는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지만, 바로 이점을 하늘에 감사하지요. 나는 그들이 저지르는 악랄한 짓들을 다 알고 있어서 그 놈들을 모두 미워한답니다. 다시 말해 난 염세주의자라서 사랑 따위는 알지도 못해요.”

 

왕자는 마지막으로 탑 꼭대기에서 바쁜듯이 서두는 제비를 찾아가 물었어요. 제비가 하는 말 “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고 추구해야 할 목표도 많아서 그런 주제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시시하게 노래 부르는 일에다 허송세월 할 시간이 없다고요.” 하면서 계곡아래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리는 거에요.

 

왕자는 실망하고 어리둥절 했지만 여전히 호기심은 커지기만 했어요. 그런 기분에 싸여있는데 마침 그의 보호자가 탑에 찾아왔네요.

 

 “오, 이벤 보나벤 선생님, 내게 세상의 온갖 지혜를 다 나누어주신 분이여, 내가 완전 백치인 지식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왕자께서 알고 싶으신 것은 이 신하가 무엇이나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말해주시오, 지혜로운 스승이시여. 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의 본성이 무엇인가요?”

 

 보나벤은 벼락을 맞은 듯 놀랐어요. 덜덜 떨리고 파랗게 질린 그는 그의 목이 어깨에 간신히 붙어있는지 모를 지경이었어요.

 “도대체 왕자께서는 어디서 그런 질문이 생각났으며, 어디서 그런 어리석은 낱말을 알게 되었단 말씀입니까?”

 

왕자는 그를 창가로 이끌어 갔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보나벤 선생.”

현자는 귀를 기울여 보았어요. 나이팅게일이 탑 아래 잡목 숲에 앉아 사랑하는 장미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네요.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잔 가지와 작은 숲마다 멜로디가 솟아 오르는데, 그 가사는 한결같이 사랑-사랑-사랑이었어요.

 

“위대한 알라신이시여! 하느님은 위대하시도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사랑을 노래하거늘, 누가 이 비밀을 사람의 마음 속에 감추어 둘 수 있단 말입니까? ”

 

 보나벤이 외치면서 왕자에게 몸을 돌려 말했어요. “오, 왕자님. 저 유혹하는 선율에 귀를 막으십시오. 이 위험한 지식 앞에 마음을 닫아버리소서. 사랑이란 것이 인간의 병을 불러들인다는 것을 아시옵소서. 바로 그 사랑이 형제와 친구들 사이에 양심과 분쟁을 일으키고 배신으로 살해와 파멸에 이르는 전쟁을 가져옵니다. 근심걱정과 슬픔, 그리움에 지친 한낮과 잠 못 이루는 밤도 사랑을 따라다니는 것 때문이지요. 사랑은 꽃을 시들게 하고 젊은이의 기쁨을 말려 죽이며, 초로의 인생을 깡그리 비탄과 질병에 잠기게 한답니다. 알라신께서 왕자님을 보호하사 사랑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게 굽어 살피소서!”

 

현명한 보나벤은 급히 자리를 떴고, 왕자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머리 속에서 그 주제를 떨어버리려는 노력도 헛된 일, ‘사랑’이란 낱말은 그의 생각 속에 제일 먼저 떠올랐고, 헛된 억측들만 그를 괴롭히며 지치게 만들었어요.

 

 확실한 건, 저 운율 속엔 슬픔이 없다는 거야, 온 세상 만물이 다정하고 기쁨에 넘쳐있거든. 만약에 사랑이 비참하고 다툼뿐이라면 저 새들은 외롭게 축 처져있거나 서로 물어뜯으며 싸워야 하지 않겠나 말이야. 그러기는커녕 저 새들은 꽃밭 사이로 펄럭이고 날아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왕자는 새들의 활기 넘치는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혼자 말했어요.

 

왕자는 어느 날 아침 안락의자에 누워 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창 밖에 다로 강 계곡의 오린지 꽃 향기를 싣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어요. 나이팅게일이 아직도 익숙한 주제로 노래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오구요.

 

왕자가 그 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공중에서 거칠게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름다운 비둘기 한 마리가 매에게 쫓겨 창안으로 뛰어들어 바닥에서 할딱거렸고, 쫓아 들어온 매는 먹이를 놓치자 산으로 날아가 벼렸어요.

 

왕자는 그 할딱거리는 새를 안아 올려 깃털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그의 가슴에 품어주었답니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새는 진정이 되고 왕자는 새를 황금 새장 안에 넣어주었어요. 아주 깨끗한 물과 하얗게 빻아놓은 좋은 밀알도 함께 말이지요.

 

하지만 새는 모이도 마다하고 힘없이 고개를 떨군 채 가엾은 한숨만 뿜어내고 있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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