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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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作名, Naming)
kimhail

 

부동산 캐나다의 오랜 인기 필진 중 한 분의 천거로 지난 해 1월 22일부터 졸고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어느새 47편의 글을 썼으니 얼추 일년이 다 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정기 간행물에 글을 쓰는 일은 스트레스 이자 보람 이기도 했다.

 

요 몇일 그간 썼던 글들을 처음부터 되 읽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글이란 무릇 감동이 있거나 교훈이 있지 않으면 남에게 보이지 말고 그저 일기장에나 쓰고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필자로서 본인이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면서 작은 자괴감과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간에 쫓겨 억지로 원고지(?)를 채운 글은 횡설수설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고, 어떤 글은 그저 제 잘난 척만 하는 글인 듯싶고, 급기야 지난 호에는 남의 글을 통째로 베껴다 올리기까지 했다(물론 원저자와 출처를 명시하기는 했다).

 

부동산 캐나다의 온라인 사이트(http://www.budongsancanada.com)를 살펴보니 4년 넘게 글을 연재하고 계신 분들도 여러분이 보인다. 참으로 대단한 필력에 엄청난 정성이다.

 

지난 1년, 소중한 지면을 할애 해주신 부동산 캐나다와 형편없는 수준의 글을 읽어 주시고 격려 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와 함께 건강하고 복된 한 해가 되시길 기원 드리며, 오늘은 작명(naming)에 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 한다.

 

 

필자의 글을 첫 회부터 읽으신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필자의 가게는 중간에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헤프닝을 겪은 바 있다. 나름 꽤 고심해서 작명한 상호를 바꾸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다. 흔히 쓰이는 ‘라멘’ 대신에 한국인만 아는 ‘라면’을 알리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맥(脈)이라는 글자에 애착이 있어, McRamyun으로 했던 것을 McDonalds에서 보내 온, 유사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는 두툼한 변호사 편지를 받고는 하는 수 없이 Mo’ Ramyun으로 바꾸게 되었다. 

 

Mo’는 More를 약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다 하겠습니다’ ‘더 건강한 음식이 되도록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겠습니다’라는 우리 가게의 기업 정신(?)을 담아 본 것이다.

남의 일이라면 ‘어, 저 집 이름 바뀌었네’하고 넘어갈 일이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이름을 결정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손님에게로 가서 ‘잊혀 지지 않을 하나의 의미’로 남을 수 있는, 이름에서 뭔가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그래서 절대로 잊혀 지지 않을 이름을 짖고 싶지만 쉬운 노릇이 아니다.

 

좋은 이름(상호)을 짖기 위해 생각 해 보아야 할 것들은 ‘내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이 누구인가’ 와 ‘내가 취급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이다.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그래서 일반적인 한식들을 두로 취급하는 음식점이라면 고민은 좀 덜하다. ‘XX식당’, ‘XX관’, ‘XX네’, ‘XX집’ 등 익숙하고 무난한 이름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런데 비 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좀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한식을 주로 취급하는 집이라면 상호에서 KOREA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아, 이집은 한국 음식을 파는 집이구나’하는 연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필자도 개업 초기에 이로 인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라멘(RAMEN)’은 이미 많이 알려져 간판만 보고도 일본식 국숫집임을 누구나 안다. 그러나 한국 라면임을 알리고 싶어 상호에 라면(RAMYUN)을 넣었더니 한국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무엇을 파는 집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고심 끝에 별도로 ‘Korean Fusion’을 유리창에 붙였다.

또한 특정 메뉴를 중점으로 취급하는 전문점 성격의 식당이라면 상호에서부터 이 집이 주로 취급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 좋다. 모든 한식을 두루두루 다 취급하더라도 뭔가 강조하고 싶은, 또는 가장 자신있는 대표 음식이 있다면 그것을 상호에 넣는것도 좋겠다. ‘XX갈비’라고 했다고 해서 갈비만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호에서 ‘아, 이집은 갈비를 전문으로 하는가 보네’라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나 다 알법한 감자탕 전문점이 있다. 그집 메뉴에도 일반적인 한식 메뉴는 다 있다. 그러나 감자탕 하나는 그집이 최고라고 소문이 나있고 아마도 매출의 상당 부분이 감자탕에서 일어 날 것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맛도 있겠지만, 토론토에 감자탕 전문점이 없던 시절에 ‘XXX감자탕’으로 이름 지었던 상호가 유명세를 불러 일으키는데 한몫 하지 않았을까 짐작 해 본다.

 

메뉴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금 이색적인 이름을 붙여 시선과 관심을 끌어 볼 수도 있다. 불고기를 ‘진미 불고기’, 떡볶이를 ‘조폭 떡볶이’등으로 작명 해서 시선을 끈다. 필자의 가게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음식은 ‘Mo’ Ramyun’이다. 시그니쳐(Signature) 메뉴인 셈이다. 처음 오는 손님들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게의 상호가 붙어있는 이름을 보고 ‘아, 이것이 이 집의 대표 메뉴인가 보다’ 하고 선뜻 주문한다. 메뉴 개발 시 제일 공을 들였고 판매자 입장에서의 가성비도 좋은, 그래서 손님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고, 많이 팔고 싶은 메뉴라서 상호를 앞에 붙여 시그니쳐 메뉴로 삼았고 기대 했던 것처럼 우리집에 처음 오시는 많은 분들이 Mo’ Ramyun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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