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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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 먹을까, 짬뽕 먹을까?
kimhail

자장 먹을까, 짬뽕 먹을까?

 

 

중화 요리점에 갈 때 마다 누구나 햄릿이 된다. 자장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집사람하고 자장 먹으러 가자 해 놓고 ‘나는 자장, 당신은 짬뽕’ 했지만 실제로 먹을 때는 짬뽕을 더 많이 먹어 치워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한칼에 해결한 사람이 있었으니, “고민스럽냐? 둘 다 먹어라.” 하면서 짬짜면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던 유치환 시인처럼 나도 짬짜면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을 해냈다.  반으로 나뉜 그릇에 한쪽엔 자장을 다른 쪽에는 짬뽕을 담아 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 그러나 독창성은 빚 났지만 그릇만 준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그것으로 큰 돈을 만졌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또한 고민 고민 하다가 둘 중의 하나를 어렵게 선택하고 나머지 선택치 못했던 다른 하나에 대한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기에 묘미가 있는 것이지 실상 두가지를 다 줘 버리면 만족감은 한가지를 많이 먹었을 때 보다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짬짜면은 어쨌든 대단히 창의적인 발상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사람이 나타났다. 창의력이 아니고 과감한, 어쩌면 무모한 용기로 성공한 사람. 요즘 인기 절정의 백종원씨 이다.  그는 더 엉뚱한 일을 저질렀다. 오직 자장면만 파는 식당, 오직 짬뽕만 파는 식당을 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연인이나 부부라면 당연한 듯 자장 하나, 짬뽕 하나 시켜서 한 젓가락씩 나누어 먹는다.  

 

 

그는 저서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에서 “자장과 짬뽕 사이의 갈등은 즐거운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짬짜면’이 생기면서 그런 낭만이 사라졌다. 기분 좋은 아쉬움이 없어졌다. 자장면이면 자장면이고 짬뽕이면 짬뽕이지, 짬짜면이라니. 이런 어설픈 절충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짬짜면에 대한 반감 덕분에 자장이면 자장, 짬뽕이면 짬뽕만 선택해야 하는 전문점을 하고 싶어졌다. 내 머릿속에서는 중국집의 그림이 그려 지기 시작했다. 자장면만 하는 중국집, 짬뽕만 하는 중국집.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리고 두 중국집이 나란히 있으면 어떨까? 연인이 함께 와서는 자장면과 짬뽕 때문에 다투다가 서로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간다면? 상상할수록 재미 있었다” 라고 했다.  그는 결국 오직 짬뽕만 파는 ‘홍콩 반점 0410’, 자장면만 파는 ‘마카오 반점 0410’을 열었고 얼마 안 가서 그 식당들은 하루 종일 손님이 줄을 서는 대박 식당이 되었다.

 

 

혼자 상상을 해 본다.

 

 

나는 기업의 CEO이고 두 직원이 기획안을 가지고 왔는데 한 사람은 짬짜면이고 다른 직원은 자장 따로 짬뽕 따로인 안을 들고 왔다면 내 선택은?  아마도 짬짜면을 택했지 싶다. 위험하지 않으니까, 문제를 해결해 주니까. 그런데 백종원씨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고 그나마 각자 다르게 시켜 반씩 나누어 먹을 수 조차 없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참으로 대단한 역발상이자 용감한 추진력이다.

 

 

물론 생각이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을 게다. 그렇게 전문화 함으로써 얻어 지는 장점들을 따져 봤겠지. 식재료가 집중 되어 원가가 절감되고, 하루 종일 한가지 음식만 만드니 직원들은 아마도 자장면 만들기의 귀신이 될 테고, 음식이 제공되는 속도가 신속하니 회전율이 높아지고, 그렇다면 최고의 자장면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게 될 수 있을 것이며, 그 엉뚱한 발상이 이색적이라 입소문을 탈것 이라는 계산도 했으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때로는 그 선택에 본인의 미래, 또는 한 가정의 앞날이 걸리기도 한다. 리더의 선택은 한 조직의 장래를 결정짓고, 정치가들의 선택에 국가의 미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참으로 싫다. 주어진 시간 내에 어느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장면이냐 짬뽕이냐의 선택이야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뿐이고, 그 아쉬움이 크다면 다음엔 반대의 선택을 하면 그만이지만 개인이나 사업의 장래가 걸린 문제에서의 선택은 때론 피를 말린다.

 

 

비즈니스는 늘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다. 신속한 결정이 중요한지 정확한 결정이 중요한지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때론 너무나 답답하여 마치 도박을 하듯 동전을 던져 결정하고 싶을 만큼 선택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럴 때 차라리 백종원 스타일로 아예 선택의 여지를 없애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또한 경험상 돈에 관한 문제라면 시간 끌지 말고 최선의 선택을 못하더라도 신속한 결정을 하는 것이 좋고, 사람에 관한 일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자,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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