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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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버리기
kimhail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약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 산책을 나간다. 평소 특별히 하고 있는 건강 관리나 운동이 없는 탓에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 겸 가게를 중심으로 하루는 동쪽으로 하루는 남쪽으로….  하는 식으로 주변을 걷는다. 한 삼십 분만 걸어도 백여 개가 넘는 식당들을 볼 수 있다. 

 

참 많기도 하다. 취급하는 음식도 다양하고 꾸며 놓은 형태도 각양각색에, 나란히 이웃한 식당도 한집은 손님이 꽉 차 있는데 바로 옆집은 텅 비어 있기도 한다. 밥 먹을 것도 아닌데 들어가 볼 수는 없으니 좀 색다른 가게가 있으면 창문에 눈을 바짝 들이대고 안 쪽을 들여다 본다. 창에 붙여 놓은 음식 사진이나 메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며 좀 특별해 보이거나 맛나 보이는 것이 있으면 이것을 응용해서 뭔가 색다른 것을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혼자 궁리하는 재미도 있다.

 

필자의 가게가 위치한 곳은 다운타운의 전통적인 먹자골목이다. 듣기로는 캐나다 최초의 히피 집단 거주지였다고 한다. 300여 미터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골목인데 음식점들이 양쪽으로 연이어 늘어서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대학이 세 개가 있고 대형 병원들이 자리하고 있어 소위 음식점 상권으로는 상급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어 달에 한곳쯤은 문닫는 식당이 보인다. 그 자리에 또 다른 종류의 음식점이 문을 열고 때로는 개업 한지 석달이 못 가 다시 간판이 바뀌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집은 개업 초기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서 얼마 안 가 다른 곳에 2호점을 열기도 한다. 

 

어떤 식당은 도대체 이 집 주인장은 정신이 있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엉뚱한 장소에서 문을 열어 승승장구 하는 모습도 본다.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다 그렇겠지만 식당은 특히 로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케이션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 로케이션에 적합한 음식’ 또는 반대로 ‘그 음식에 적합한 위치’ 즉, 로케이션과 메뉴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식당을 창업하고자 할 때 대체로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을 한다. 메뉴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위치를 찾는 방법 즉  ‘무슨 음식을 팔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느 지역으로 가야겠다.’ 와 자리를 결정하고 그에 적합한 메뉴를 적용하는 방법 즉 ‘어디에 괜찮은 자리가 났는데 여기서 무슨 음식을 팔면 좋을까?’ 이다.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방법을 주로 택하는데 특히 식당에서 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배운 음식을 주력 메뉴로 해서 식당을 창업 하고자 할 때 주로 그렇게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위험 부담이 적은 반면에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빈 가게 또는 싼값에 나와 있는 가게가 없는 경우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 적합한 자리를 찾기 위해 보내는 시간 또한 비용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의욕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많이 본다.

생각을 좀 바꾸어 보자. 왜 꼭 할 줄 아는 것, 해본 것만 해야 하는가?

 

필자는 한국에서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했었다. 같이 일하던 선배 직원이나 동료들이 자신의 사업을 해 보겠다고 퇴사를 한 후 창업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이 컴퓨터 관련 회사를 창업한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해 왔던 일이니 익숙하기도 하고 관련 분야에서 그간 맺어 왔던 인맥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불안감도 덜하고 쉽게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결과를 보면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엉뚱한 분야의 일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 우동집으로 성공한 선배가 있고, 조그만 철공장을 인수 해 크게 키운 사람, 유통업으로 성공한 사람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 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하여 공부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업에 더해서 과거 경험했던 지식과 능력들을 접목하여 그 분야의 남과는 차별화된 다른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깨겠다고 이를 악물고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는 과거의 다른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양식을 만들어 본 사람이 중식당을 하면 어떨까? 중식을 하던 사람이 일식을 하면? 뭔가 남들은 따라 하지 못할 색다른 메뉴들이 나오지 않을까?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군 시절 포함 20여년을 오로지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일 했었다. 음식과는 전혀 관련 없이 살던 사람이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과거 직장 생활 하면서 습득했던 경험이나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또한 과거 경영했던 일본 라면을 한국 라면에 응용하여 차별화가 가능한 여러 가지 메뉴들을 개발 할 수 있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다양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여러 가지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내 놓는다.

 

사실 요즘 음식에는 국적이 없다. 전통 음식을 간판으로 내 세우지 않을 것이라면 한식 주방장으로 양식 전문가를 채용해 보는 것도 좋다. 양식의 다양한 소스를 한식에 응용하고 양식의 플레이팅 기법을 한식을 내는데 도입하면 남들과는 좀더 차별화된 그 집만의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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