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289-597-8810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4 전체: 114,809 )
어설픈 훈수 꾼
kimhail

 

꽤 오래 전의 이야기다.  필자가 컨비니언스 스토어를 2년 정도 운영했을 당시이니 사실 그 업계(?)에선 초보자나 다름 없던 시절. 한국서부터 알던 후배가 선배님 조언이 필요 하다며 연락을 해 왔다. 컨비니언스 매물 나온 것 중 관심이 가는 것이 있는데 한번 좀 봐 달란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고, 바둑이든 골프든 진정한 고수는 겸손하고 말이 없는 법이고, 어설픈 하수들이 아는 체, 자신이 최고인 체 나대는 법이다.  그 무렵 필자가 그랬던 것 같다.  고작 한 가게를 2년 정도 운영 해 본 경험에 가게를 보는 무슨 큰 안목이 있을 거며, 남에게 조언 해 줄 정도의 내공이 쌓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의 간청에 선뜻 따라 나서 가게를 보러 갔다.  일단 가게가 너무 어수선하고 구질구질 했다. 또한 바로 옆에 대형 그로서리 가게가 있었고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꾀죄죄한 사람들…..  “이런 저런 이유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후배는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누군가가 비즈니스에 대한 조언을 청해 올 때, 사실 적극 권하기는 쉽지 않다. 혹시 나중에 잘 안되었을 때 도덕적인 책임감에 더해 스스로의 한심한 안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니 참 부담스럽다.  그러나 반대로 단점을 찾아 지적 해 주고 못하게 막으면 그런 뒷 탈은 없다.  결과를 볼 수 없으니 책임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그런 이유로 말렸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리해서 그 후배는 컨비니언스 스토어가 아닌 다른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다.

 

몇 년 후 어떤 분을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분이 그때 그 가게를 인수하여 운영하고 계셨다.  그 가게를 인수하여 여기저기 손을 좀 보고, 물건 구색을 갖추고 해 놓으니 장사가 제법 괜찮단다.  그 분과는 지금까지도 간간히 안부를 나누며 일년에 몇 번씩 만나 뵙곤 하는데 아직도 잘 나가고 계신다. 요즘 컨비니언스가 모두 어렵다 하는데도 그분은 물론 열심히 도 하시지만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는 등 운도 많이 따라 주어 갈수록 더 좋아 진다니 기쁜 일이긴 한데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예전의 그 후배에게 슬그머니 미안 해 진다.  어설픈 훈수 꾼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것 아닌가 싶어서.

 

근래에 필자의 칼럼을 보고 필자가 경영하는 가게에 견학(?)을 오거나 아예 약속을 잡고 만나기를 청하는 분들도 계신다. 어떤 분들은 말없이 그냥 식사를 하고 둘러보고 가시기도 하고, 또 더러는 글 잘 읽고 있노라고, 궁금해서 한번 와 봤다고 인사를 건네시는 분들도 계시고, 식당을 해보고 싶은데 조언을 좀 구한다고 오시기도 한다.

 

누군가와 내 경험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보람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일이 요식업의 전부가 아닐뿐더러 어쩌면 적당한 운도 따라 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수 도 있다. 토론토에만도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한 전설 같은 인물들도 여러분 있고 또는 큰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고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 식당을 하겠다면 도시락 싸가지고 쫓아 다니며 말리겠다는 분들도 있다. 누구나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로케이션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누가 봐도 최적의 장소에서, 좋은 메뉴를 가지고도 고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음식점에 가면 그 집 주인장을 꼭 뵙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 과감한 선택을 하였는지, 여기까지 오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어 보고 싶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음식 장사를 하시는지, 메뉴 구성은 왜 이렇게 했는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보람은 무엇이고 아픔은 무엇인지, 하다못해 메뉴 디자인은 누가 했는지, 유니폼은 어디에서 맞추었는지, 좀 별나 보이는 식기나 장비가 있으면 그건 어디에서 구했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무슨 염탐이나 하러 온 것으로 보일까 봐 선뜻 사장님 좀 뵙고 싶다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보잘것없는 음식에, 남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지도 않지만 혹시 필자의 식당이 궁금해서 오시는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궁금증을 풀고 가시기 바란다. ‘레시피 다 내놔’하는 것만 아니라면 필자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고 기꺼이 대화 상대가 되어 드릴 수 있다.

 

누군가가 뭔가를 의논 해 올 때 반대를 하기는 참 쉬운 일이다.  후에 일이 잘되어도 원망하는 일 없고, 혹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자신의 혜안을 으스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기왕이면 용기를 주고, 힘을 복 돋워 주고, 가능하다면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경험의 일부를 나누어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성공을 보는 것도 기쁘고 보람된 일이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서로 어설픈 훈수를 두어 가며 그런 중에 서로 배워 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일은 늘 반갑고 즐겁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