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289-597-8810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44 전체: 114,789 )
전략이 뭐야?
kimhail

 

‘캐나다 최초의 한국 라면 전문점’으로 포지셔닝 하고자 했다.  중독성 강한 한국 라면의 맛에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토핑이 올라간 일본 라면을 융합하면 꽤 그럴싸한 식사 거리가 될 것 같았다.

 

인터넷을 좀 뒤져 보니 라면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한 했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참 다양한 레시피들이 공개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였고, 고민 끝에 감추기 보다는 반대로 강조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손님의 시선이 닫는 곳에 인스턴트 라면을 봉지째 진열하고 홀 한구석에 라면을 박스째 잔뜩 쌓아 두었다. 메뉴에도 “인스턴트 라면으로 더 건강하고, 맛있고, 재미있는 음식을 만든다” 고 적었다. 

 

함께 일하기로 한 주방의 책임자에게 손님들이 ‘인스턴트 라면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할만한 엉뚱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자 고 했다. 젊은 층 손님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맛있게 먹어 주기를 기대했다. 간판도 RAMEN 이 아니고 RAMYUN으로 했다.  냉면도 라면으로, 자장면도 라면으로 만들었다.  술 안주로 팔만한 것을 고민하다가 치킨 윙 에도 라면을 잘게 부수어 입혔다. 

 

이제 음식점은 전문점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처음 생각은 메뉴도 15가지를 넘지 않는 선에서 구성하고 모든 음식에 반드시 라면이 들어가도록 하고자 했다. 그게 나만의 차별화 전략이고 고객에게 라면 전문점으로 강력하게 어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읽었던 많은 책들에서 앞으로는 전문점만이 살아 남는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음식점에 가 보면 메뉴가 수백 가지가 되는 집들이 있다.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잘못된 것이었다. 내 생각이.  그게 그 집의 전략이고 다른 식당에서 따라 하기 힘든 차별화 수단이다.  ‘한 중 일식을 망라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집’ 으로 포지셔닝 되는 어찌 보면 매우 강력한 그 집만의 차별화 전략 일수도 있다.   

 

라면을 기본 메뉴로 하고 보조 메뉴로 밥 종류 중 비 한인들이 선호 할 만한 것들(불고기, 비빔밥 등)을 추가했다.   그럭저럭 손님이 들기 시작하고 하나 둘 단골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좀 아쉽고 부족함이 있었다.   뭔가 좀 강력한 것이 필요했다. 빈자리가 없어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줄을 서서라도 기다려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손님들에게 만들어 줘야 했다.

유인 메뉴(개인적으로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데, 영어로는 LOSS LEADER라고 하며 한국어로 유인 상품 또는 미끼 상품으로 번역을 한다)가 필요했다.   몇 가지를 고민하고 재료를 준비 해 점심 시간 마다 만들어 먹어 보며 직원들과 의논 해 ‘매운 등갈비’ 메뉴를 추가 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기대보다 높은 반응이 왔고 그에 따라 전체 매출은 물론 우리 집의 메인 메뉴인 라면의 판매량까지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곧 얼마 안 있어 무더운 여름이 온다.  아무래도 라면은 더운 음식이다 보니 여름 장사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맥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술안주 메뉴를 추가하기로 했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몇 가지 음식을 완성하고 메뉴 제작에 들어갔다.  이제 메뉴 가짓수가 50개를 넘어 버렸다.

 

새로 추가한 메뉴들이 효자 노릇을 해 주고 매출 향상에 기여 해 주긴 하는데, 처음 생각과 달리 너무 많아 진 음식 가짓수에 갑자기 걱정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네 전략이 뭔데?”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는데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저서 ‘What is strategy?’에서 “전략이란 유니크하고 가치 있는 위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라고 정의 했다. 그러면서 좋은 전략을 구별 해 내는 다섯 가지 질문을 이야기 했고, 그 중 가장 머릿속에 남는 주제가 ‘현명한 트레이드 오프’ 였다.

 

 

현명한 트레이드 오프?  표현이 달라 그렇지 식당 경영에 관한 책에도 많이 다루어 지는 주제이며, 음식점에 맞추어서 다시 말하면 ‘고객층을 좁혀라’, ‘타깃을 분명히 하고 타깃을 벗어나는 고객은 과감히 포기하라’ 같은 이야기 일 터이다.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연령,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다 우리 집 음식을 좋아해 주기 바라는, 그래서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이 다 우리 집의 고객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장사를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능하면 고객 군의 범위를 좁히고 범위를 벗어나는 고객은 과감히 포기하고 타깃 고객 군에 집중하라고.  그게 마이클 포터의 ‘트레이드 오프’에 해당된다.  ‘다른 연령층은 포기하는 대신 20대 여성들만은 확실하게 잡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들겠다’ 와 같은……

그런 면에서 필자도 요즘 고민이 많다. 20대 학생층을 타깃 고객으로 선정하고 집중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고객층이 넓고 다양 해 지니 욕심이 생겨 자꾸만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게 된다. 내가 가져가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 해 보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