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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셋에
kimchiman2017

 

“형님! 회갑을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일 더 벌리지 않고 슬슬 정리를 해야만 하지 않을까요?” 이는 20년 전에 환갑 나이 되신 분에게 김치맨이 했던 조언이다. 그 분은 1940년생 용띠로서 김치맨보다 7년 연상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생각이 짧은 김치맨이다. 하긴 그 때까지만 해도 환갑, 진갑이 넘으면 언제 어떻게 저 세상으로 가게 될지 몰랐던 탓이었을까? 나이 일흔 70세를 고희(古稀)라 한다. 이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시에 나온 인생70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그 두보는 회갑도 못 넘기고 59세에 저 세상으로 갔다.

지금은 100세 인생시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100세 인생 시대가 시작됐는지 김치맨은 모른다. 어쩌면 가수 이애란씨가 ‘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라고 노래했던 2013년부터일까?

 

이애란 - 백세 인생 유튜브 조회수 18,740,254회 (youtu.be/5DkZ_EsMTGU)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이란 책이 2016년에 출판됐다. The 100-Year Life – Living and Working in an Age of Longevity. by Andrew J. Scott and Lynda Gratton 한국말 번역서가 그 다음해에 나왔다. 그런데 번역서에는 ‘저주가 아닌 선물’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오래 산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의미라는 걸까?

얼마 전 부동산캐나다 이용우 사장은 ‘백세 장수(長壽), 축복인가 재앙인가?’ 제목의 칼럼을 써냈다.(www.budongsancanada.com/WebPage.aspx?pageid=58&blog=ywlee&idx=84199&mode=Column)

그 칼럼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온타리오 퀸스대학교의 철학교수 크리스틴 오버롤(Christine Overall, 1949~) 여사의 저서 내용을 소개했다.

이용우 사장은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를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

3년 전에 고희를 맞은 김치맨이다. 이제 나이 일흔셋에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됐다. 나무를 키우는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7순 꼬부랑 노인네가 무슨 나무묘목 기르기를 시작하는가? 1년생 채소를 심는 것도 아니다.

김치맨은 지금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밤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감나무 씨앗들을 화분에 심으려 한다. 김치맨은 무슨 농사나 묘목기르기 전문가가 아니다. 그 씨앗들이 싹이 터서 나무로 자랄지? 아님 그 아까운 나무열매들이 흙속에서 썩어 버릴지? 김치맨의 정성과 노고가 헛수고로 판명될 지 내년 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은행나무 씨앗 심어서 언제 키우고 또 언제 그 은행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까? 설마하니 나무의 키가 1미터도 되기도 전에 저승사자가 김치맨을 데리러 오면 어떡하나요?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암나무, 수나무가 따로 있다. 암나무는 적어도 12년생이 돼야만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밤나무는 7년, 감나무는 9년생이 돼야 열매가 열리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이 글 첫머리에 소개한 일화, 이제 환갑나이가 되셨으니 더 이상 새로운 사업을 벌리지 마시고 슬슬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했던 그 발언을 이제 취소한다. 김치맨의 단견, 짧은 소견이었음을 인정한다.

이제 8순이 된 그 선배에게 다시 조언드리고 싶다. “선배님! 앞으로도 사실 날이 25년은 더 남았으니! 이제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세요! 골프 좋아하시니까 티칭프로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으시면 어떨까요?”

김치맨이 나이 73세 때 심은 은행나무는 12년 후인 2032년에 그 첫 열매가 달리게 될 것이다. 그 첫 열매가 열릴 때까지는 김치맨은 절대로 죽을 수가 없다. 저승사자여! 김치맨은 85세가 될 때까지는 절대로 저 세상으로 가서는 안될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있답니다.

85세가 되면 김치맨은 은행나무들 밑에서 은행들을 열심히 줍고 있을 것이다. 그 때에는 “팔십오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크게 외칠 거지만! (2020.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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