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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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으로 올라서다
jakim

 

 팬데믹이 시작된 지 반년이 넘어섰다. 우리의 행동을 제한하고 영업을 제한하고 많은 고통 끝에 바이러스가 조금 진정되나 싶더니, 아이들의 등교가 시작되고 많은 영업들이 재개되면서 다시 바이러스가 창궐하나 보다. 확진자 수가 확 늘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두렵고, 어디에 가는 것도 두렵다. 이러다 소매업들의 경기가 죽을까 걱정이다.

 

 며칠 전 골프 치다 오래 전에 써먹던 조크가 생각났다. 아버지 칠순 선물로 아들이 골프채를 선사했단다. 다음날 평생 처음으로 골프를 다녀온 아버지에게 아들이 어떠셨냐고 물었단다. 물론 좋은 대답을 기대했겠지. 아버지가 아들 귀싸대기를 날리며 하신 말씀 “이놈아, 이 좋은걸 이제야 가르쳐주냐”

 

그런데 이 조크를 처음 대했을 때는 내가 아들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아버지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내 주위의 형님들이 칠순이 되었고, 나도 이제 육십 중반에 들어섰으니, 그 세월이 많이 흘렀다.

 

 생각해보라. 예수님의 태어나신 시점을 기준으로 BC, AC로 바뀐다. 성경을 읽다 보면 예수님 시절이 아주 까마득한 옛날 일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이 AC 2020년, 내가 살아온 세월이 65년. 2020년의 세월 중에 내가 살아온 세월이 무려 전체의 3% 넘는 세월이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4%도 가능하고 그 보다 더한 세월도 가능할 수 있다.

 

 세월이 가면서 늙는 것은 억울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고, 그저 허락되는 한 일 하고, 골프도 치고, 유튜브도 만들며, 이런저런 소소한 것들을 즐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큰 부자나 권력자로 태어나지 못해 호사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살아왔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갈 곳도 없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작년 5월에 시작된 딸네 집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도 두 손녀가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 큰 손녀는 3살이 넘어 이젠 조잘조잘 말을 하고 있고, 작은 손녀는 이제 무언가 잡고 일어나 걷는 연습을 하고 있으며 제 딴에는 자꾸 뭔가 말을 한다고 하는데 아직 단어가 다듬어지지 않았고, 손가락으로 자기가 만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지적한다.

 

 우리 집에 다섯 명의 사람과 아폴로가 있으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1번부터 6번까지 번호가 매겨질 수 있겠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큰 손녀는 확고하다. 제 엄마는 부동의 1번, 그리고 공동 2, 3번으로 아빠와 할머니…그러면 나와 아폴로는 5, 6번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 I am going to playground with mommy and daddy and 할머니. You and Apollo stay home….큰 손녀가 하는 말이다. 내게 무엇을 사달라고 하거나 부탁을 할 때는 좀 바뀌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4번이지.

 

 지난주 딸네가 어디를 간다고 손녀들을 사부인께 맡기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빠에게 안겨진 손녀에게 팔을 뻗었더니 나에게 안겨온단다. 내가 안고 있는데 아빠가 오라고 팔을 뻗자 고개를 확 돌리며 안 간단다. 그러자 부엌에 있던 집사람이 장난 삼아 오라고 팔을 뻗치자 안 간다고 도리질을 친다. 그때의 행복감이란! 드디어 상위권인 2위에 올라선 거다.

 


 그때 가져갈 물건을 차에 놓으러 밖에 있던 딸이 들어왔다. 사위가 다시 팔을 뻗자 손녀가 고개를 확 돌리며 안 간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딸이 다가와 팔을 뻗었다. 그러면 손녀가 순순히 엄마의 품에 안기고 할아버지를 2번에 남겨도 행복했을 텐데, 아이가 웃으며 엄마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모든 식구들이 세 방향에서 팔을 뻗었다. 그때 손녀가 도리질을 치며 나의 품에 꼭 안기며 얼굴을 내 어깨에 파묻는다. 드디어 생애 첫 대망의 1번이 된 것이다. 작은 손녀딸은 평소에도 특히 나를 좋아한다. 나를 보면 활짝 웃고 뭐라뭐라 못 알아들을 말로 인사를 한다.

 

 세상 천지에 구박받고 천대받는 할아버지들이 많은데 나를 행복하게 해준 작은 손녀딸이 너무 고맙다. 큰 손녀딸도 예쁘기는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작은 손녀딸이 더 예쁜 건 나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어수선해도 가족이 있고 손녀딸들이 있어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 코로나가 물러나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즐겁게 살아야겠다. RYAN, What do you want for Christmas? (20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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