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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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마노구(色魔老狗)(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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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이어)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달리 담배도 피우고 술도 좀 하신다. 그러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놀음 또한 가게에 손님이 오면 심심풀이로 하시는 정도로 보였을 뿐이다. 그것은 어쩌다 내가 학교를 오가는 길에 아버지 가게에 들리면 다른 사람들은 화투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옆에 물러나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그런 저런 모습을 떠올리고 보면 바른 길이 아니다 싶으면 자신을 다스려 깊이 빠지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그런 점들은 바로 내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싶기에 아버지에 대해 좀더 소상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자가 한평생 살면서 아내 외에 다른 여자를 모르고 살기가 오히려 어려울 것 같다. 설령 여자 문제가 불거졌다 해도 자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자가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경우는 이혼까지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자가 경제적인 능력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여자를 자꾸 탐하게 되면 자식이 있다 해도 해로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70을 바라보는 경제력은 별로 없어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야말로 이혼을 해서 혼자 살고 있으면서 주변의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하고 있음을 알고는 색마노구네 싶어 오래오래 역겨움이 가시지 않는 사람이었다. 


부인을 두고 한 두 여자와 관계를 하는 남자까지도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 쳐도, 나이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러 여자와 관계를 하고 있다면 그런 남자야말로 온전히 가정을 이끌어 갈 수도 없을뿐더러 남자 자신도 가정 자체를 원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혼남으로서 많은 여자에게 가능성을 보이며 살고 있으니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인생을 그대로 닮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지경이었다. 

 


 물려받는 인생살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에 깃든 체질이 있다. 체질은 유전인자는 말고라도 물려받은 체질과 식습관 등이 만들어 가는 병력이 있게 된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우선 묻는 것이 집안에 병력이 있느냐 이다. 병력은 말할 것도 없이 식구들 중에 특별한, 희귀한 병이 있다든지 식구 중에 어떤 병으로 해서 사망한 경우가 포함된다. 


 신체로 인한 것을 ‘병력’이라 한다면, 그런 가족, 식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 왔으며, 살아가고 있느냐가 길게 보면 집안 ‘내력’이 된다. 예전부터 혼담이 오고 갈 때 어른들이 그 집안 내력이 어떠한가를 묻는다. 집안 내력이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력은 웬만해서는 남들도 얼마만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그 집 가장의 여성 편력 내지는 호색가인 경우는 가까운 몇몇을 빼고는 남들은 모르기 쉽다. 


 대체로 여자들이 하는 얘기 중에 집안에 이런 점들은 좋지 않으니 자식들이 그런 점들은 닮지 말아 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부분이 있는데 얄궂게도 누가 시키기라도 하듯 할아버지의 삶을, 아버지의 삶을, 아들이 그대로 답습하듯 닮아 가고 있는 것을 볼 때면 피는 못 속인다더니 어째 저렇게도 닮느냐고 탄식이나 절망을 하기도 한다. 


 집안 내력이라 볼 수 있는 것은 남자가 단명하다든지, 바람기가 많다든지, 아들만 많은 집, 딸만 많은 집, 과부가 몇 대를 산다, 남자가 첩을 들인다, 밖에서 아이를 낳아 온다든지, 남자가 술을 너무 좋아한다든지, 주사가 심하다든지, 도박성이 있다든지, 도벽이 있다는 등의 많은 얘기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나 살고 있는 주체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내 삶은 물론이요, 그로 인해 자식들에게 누가 갈까 싶은 것은 바로 잡고 세워서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하면 내력이니, 운명이라 여겨졌던 부분들도 조금은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학교 한 후배가 하는 얘기가 한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여자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을 피울 수도 있겠다 싶어, 아내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여자를 좋아해서 엄마가 마음 고생한 것을 알며,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며 자신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이민을 결정했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색마노구로까지 보이던 사람은 의지가 약해서 호색가로 산다기보다는 최소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사고자체도 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기에 그의 아들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살아갈까, 그 집의 ‘내력’이 그런 것을 어찌할 수 있으려나 싶으니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학 후배야말로 아들만 둘인데 바른 사고, 올바른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버지를 둔 자녀야말로 집안 내력을 좀 바꿀 수도 있겠다 싶어 가슴에 새겨진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그렇듯이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좋은 점을,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좋지 않은 점을 닮기도 하는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끼를 받아 그대로 살아가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사업, 가업을 이어받아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자식들도 많다. 


 대학 후배 같은 경우는 아내가 ‘소중’한 만큼 배신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부부지간에 사랑한다는 말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쉽지 않다. 


 눈여겨보면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람은 세월이 흘러 마음이 변할 수도 있지만,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남자는 설령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다 해도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사려된다. 


 부모는 자식이 어떻게 살아주면 좋겠다 싶은 방향으로 본인이 그런 삶을 살아감이 훗날 아쉬움이나 후회를 덜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여자 문제가 지저분했던 남자는 아무리 잘났어도 타인의 뇌리에 나쁜 모습으로 남게 되니 그것이 참 안타깝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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