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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의 칼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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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과 의견을 말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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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엔 정말 읽을거리와 배울 것들이 많은 유익한 기사와 정보들이 다양하다. 가끔 글을 써주신 동문에게 감동도 진하게 받는다. 요즘엔 H 여사님의 '각 방' 글이 너무 공감이 가는 얘기다. 부모님 세대엔 방 한 칸을 자녀들 3~4명과 함께 쓰던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옛날에 시골에서 우리 부모님께서도 겪었던 일들이다. 
우리 부부도 10여 년 넘게 각 방을 쓰고 있으니까. 서로의 편리함 때문에 성경을 읽으며 외우는 남편의 취침 전 시간을 방해할 수가 없어서. 난 저녁에 일기도 쓰고 책도 신문도 읽고, 나이 탓인지 한 두 번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한다. 그렇다고 정이 없어서, 그야말로 귀찮아서가 아니고 눈만 뜨면 당신은 괜찮은 거죠?하고 안부를 묻는다. 아침 뉴스를 즐겨 보는 남편의 습관으로 따끈한 커피도 대접해 주고.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부부가 각 방을 사용 중이지만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언제나 나의 신조는 남편을 잘 섬기고 대접하라, 자녀들을 최고로 사랑하고 위해주라 임에 변함없다. 이제 3년만 지나면 50주년 결혼기념일이 된다. 금혼식 생각만 해도 지나온 세월이 너무 소중하다.
젊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과묵한 남편은 표현도 서툰 그야말로 촌사람이다. 충청도 시골 태생인 남편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그 날이 그날이다. 기억에 남을 만큼 우리 부부는 다투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큰소리치고 원망과 미워한 적도 별로 없다. 소위 보통의 우리였다. 
부부싸움은 해본 기억도, 하고 싶지도 않았던 무덤덤한 우리였다. 금실이 좋아서 아기자기한 추억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멍청도식 부부였다. 어느새 70이 훨씬 넘은 남편을 보면서 아쉬움이 절절한 지금의 심정이다. 남은 시간은 더욱 편안히 내조하면 되는 것이다.


옛말에 ‘쉽게 더운 방은 쉽게 식는다’는 말이 있듯이 미적지근하지만 화롯불 같은 따뜻한 온기가 아직 있다. 그 위에 다독거리면 온화한 멋도 정취도 있다. 
친구들은 다들 정년퇴직 후 편안한 노년의 시간이다. 남편은 몇 년간은 더 일할 생각이라고 한다. 아침, 저녁 출퇴근이 성실하다. 못 고치는 게 없다고 칭찬과 감동을 주는 고객들. 엊그제는 서양 아줌마가 팁으로 5불을 놓고 갔다. “You are so beautiful, 그 말이 정말 고마워요. 당신은 대단한 shoe maker예요.”하고 칭찬한다.
구두 굽이 고장 나고, 신발 바닥이 헤진 것, 핸드백이 불편하면 “Hi, Charlie, 부탁합니다.” 고마운 아줌마 고객들에겐 아직도 인기 있는 기술자 남편은 소중한 아버지이며 할아버지이자 나의 귀한 남편이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엔 산책길에서 말없이 걸어주고 내가 뒤처지며 늦게 걸어와도 저만큼 빨리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은 분명히 노인의 자태이다. 우리가 언제 이만큼 왔나. 손주들이 커가고 우리는 자꾸 노인의 여정에 있어도 사는 날까지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하자. 펄펄 끓는 용광로의 그런 모습이 아니라도 따뜻한 손을 서로 잡아주면서 고생 많이 한 당신 정말로 사랑합니다. 


밖엔 햇살이 너무 맑고 환하다. 조금 추워도 몰 안을 걸어보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움직이는지 보고 배우자. 남편의 점심 가방을 채울 과일을 사러 일어나자. 푸짐한 야채들, 호박과 가지 등 먹거리를 사오자. 
다음 주에 만나기로 약속한 며느리와 손주는 포도, 오렌지를 좋아하니 그것도 준비하자. 애인보다 더 좋은 며느리와의 만남이 가슴 설레게 기다려진다. 착하고 순한 현모양처 며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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