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95 전체: 525,395 )
대통령의 기도
daekim

 

지난 3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거행된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2011년)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이 무릎 꿇고 기도한데 대해 각계각층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교단체들의 반발이 강하다는 보도다. 그러지 않아도 이런 저런 이유로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불교계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일이 대통령의 “종교편향”에 기인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신교 내에서도 대통령의 기도에 관해 호의적인 견해만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국가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드린 기도”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교회 장로 아닌 “대통령”으로 참석한 국가행사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언론이나 일반여론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것 같지도 않다. 국가원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기에 요즘처럼 국내외 현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정치와 종교 그리고 종교계 내에서도 미묘한 갈등과 오해가 얽혀있는 시기에 국가원수로서 절도를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 대통령이다. 그러기에 사회를 보는 분이 무릎 꿇고 통성기도하자고 말하는 순간 그는 참으로 난처했을 것이다. 선뜻 응할 수도 없고, 그대로 앉아있기도 힘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머뭇거리는 몇 초 동안 그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고심 끝에 사회자의 말대로 하기로 결단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앉은 자세 그대로 기도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기도회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감되고 국민들은 그를 체통을 지킨 훌륭한 대통령이라 칭찬했을까? 반드시 그랬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본다. 잘나가던 기도회가 어색하게 되고, 돌발적인 사태에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포용력이 부족한 지도자란 비난과 비평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진데 대통령이 사회자의 말대로 무릎을 꿇고 기도 드린 것은 용기 있는 지도자의 올바른 판단이라 보고 싶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날 주최측이 심사숙고하여 준비한 순서를 그대로 진행했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아무튼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집회 아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갑자기 사전에 계획되지도 않은 무릎 꿇는 기도를 하자고 한 것이 바람직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 대통령 내외분이 기도회석상에서 경건히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진은 조지 워싱턴 장군이 포즈 골짜기(Valley Forge) 전투에(1777-78) 임하면서 눈 속에 무릎 꿇고 기도한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미국 독립전쟁 시 격전지의 하나로 알려진 펜실바니아주에 있는 포즈 골짜기에서 영국군 정예부대와 맞선 독립군 사령관 워싱턴 장군의 민병대는 그 규모나 무장이 너무도 빈약했다.

한 마디로 독립군이 영국군을 격퇴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워싱턴 장군의 대륙군이 포즈 계곡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백마에서 내려 철모를 벗고 눈 속에 무릎 꿇고 드린 기도의 힘이었다고 미국 국민들은 믿고 있다.

그들이 아론드 프리버그(Arnold Friberg)가 그린 “포즈 골짜기의 기도”(The Prayer of Valley Forge)을 볼 때마다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가슴 속에 되 새기며, 그 작품을 미국역사의 중요한 기록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드린 기도와 워싱턴 장군이 눈 덮인 포지 계곡에서 한 기도를 비교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워싱턴이 참모회의를 소집하여 작전계획을 세우는 대신 홀로 눈 덮인 골짜기에 들어가 기도한 것을 문제 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간구한 기도로 나라를 혼란케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때로부터 230년 이상 세월이 흘렸으며, 정치적, 사회적 여건들이 엄청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진정으로 바란다. 우리 대통령이 그 날 간절한 마음으로 조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기도 드렸으며, 그 기도의 응답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찬란하고 창대해질 것을.

 

(필자의 저서 <달팽이의 행진> 중에서)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