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곳 토론토에서 발행되고 있는 한 주간지에서 귀에 익은 이타로 칼비노(Italo-Calvino)라는 이태리 작가가 쓴 Le Citta Invisibili(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란 소설에 관한 글을 읽었다. 그리 흔치 않은 지성적인 문학교양을 위한 좋은 글이라 생각했다.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대한 어느 한국 작가의 소개글이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옮긴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 작가이며 자기가 실제 경험하고 처해있는 사회현실을 묘사 및 고발하는 네오리얼리즘(Neo Realism)에 환상과 이미지를 덧붙인 독특한 소설을 썼다. 

 이타로 칼비노는 1923년 쿠바에서 태어난 이태리계로, 3살 때 부모를 따라 이태리에 정착, 토리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2차대전 중에는 빨치산으로 활동했으며, 공산당 기관지인 루니타(LUnita)지 기자로도 있었다. 

 당시 구라파의 대부분의 지식인들처럼 칼비노도 공산당원이 되었으나 소련의 헝가리, 폴란드 침공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를 계기로 탈당한다. 당시 무솔리니 독재정권에 반대한 많은 좌익 지식인들이 공산당에 가입하여 빨치산 활동을 했었다. Euro-Communism의 이론적 창시자라 할 수 있는 Antonio Gramsci가 감옥생활을 하면서 쓴 옥중수기는 이태리 지식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공산당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원자탄이라는 대량살상무기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면서 폐허와 비참한 현실에 놓이자 이를 고발하는 네오리얼리즘 문학이 등장했다. 자전거 도둑, 로마의 여인, 길, 구두닦이, 철도원 같은 많은 네오리얼리즘 영화도 만들어져 1950년대 한국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 칼비노 역시 Il Sentiero dei nidi di ragno(거미집의 작은 오솔길), Ultimo viene il corvo(마지막으로 온 까마귀) 등 초기 작품은 빨치산 활동을 소재로 한 네오리얼리즘 작품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사실적, 서술적 기법을 초월하는 환상, 은유적인 소설을 섰다. 특히 Le Citta invisibili(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Se una notte dinverno un viaggiatore(어느 겨울밤 한 여행객 이야기)는 그의 환상과 은유적 기법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젊은 모험가인 말코 포로와 나이 많은 정복자 크빌라이 칸이라는 두 주인공이 만나 각각 여행 경험과 정복했던 도시들을 은유적 언어로 대화하는 내용이다. 아득한 옛일을 눈앞 현실로 보여주는 칼비노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환상적이고 마법 같은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그는 소설 속에 산문시를 혼합해 장르의 경계를 뛰어 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상상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어느 겨울밤 한 여행객 이야기’는 겨울밤 기차역에서 칼비노 자신의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성 독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이 읽어도 읽어도 똑같은 페이지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책방에 가서 다른 책으로 바꾸어 본다. 그런데도 역시 완전한 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칼비노의 신작도 아니었다. 그 독자는 책방에서 만난 여성 독자와 함께 출판사와 대학교 문학교수까지 방문하지만 온전한 책을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독특한 기법으로 한 소설 속에 여러 소재가 혼재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소설들을 썼다. 그는 ‘어느 겨울밤 한 여행객 이야기’라는 소설을 통해 독자는 끊임없이 보다 좋은 책을 찾아 헤매며 소설가는 보다 완전한 소설을 쓰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좋은 책을 찾는 것은 끝이 없지만 그래도 책은 독자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우주의 코믹’, ‘반 쪼가리 자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사랑은 어려워’ 등 많은 소설이 Symbolism, Imagery 그리고 Allegory가 혼재하는 독특한 기법의 작품들이다. 그는 1985년 하버드대학 문학특강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졸중으로 이태리 시에나에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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