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뜬구름 속에 흩어지는 메아리-김록봉(캐나다탈북인 총연합회장)
budongsancanada

김록봉(캐나다탈북인 총연합회장)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가 적용된다. 국가 역시 그러한 보편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운영된다. 캐나다는 지금까지 그러한 가치를 중시하고 인종과 문화의 갈등을 뛰어넘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금자탑의 내면에 존재하는 허상과 위선을 보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질문: 캐나다에 있는 탈북자들은 모두 위장난민인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위장난민이면 과연 진짜 탈북난민은 캐나다에 존재하는가? 탈북자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캐나다에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없다. 답변을 이해하기에 앞서 한 가지 명확히 하고 싶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참고 살아왔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방식이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소한 2~3개 국경을 목숨을 담보로 넘었다. 어떤 이는 정글에서, 어떤 이는 몽골사막에서, 어떤 이는 달리는 열차에서, 어떤 이는 총구 앞에서 무주고혼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우리는 스페인, 독일대사관, 일본총영사관 등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던졌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도 기억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난민이라는 것도 몰랐지만 많은 탈북인들이 외국 공관을 통해서 분명하게 안전한 제3국(캐나다, 영국, 독일 등)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결과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묵살당했고,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우리의 참담한 상황을 외면하고 무시하던 대한민국 공관으로 옮겨지게 된다. 결국 우리는 대한민국 국적을 받게 되고 정착을 위한 일련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에 대해 우리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겪어보지 못한 우리에게 향한 대한민국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문화의 차이, 언어의 이질감은 극복할 수 있지만, 탈북인 자녀들이 겪어야 되는 수모와 굴욕, 주민등록번호 식별로 노출되는 탈북자의 신변, 모든 탈북인에게 적용되는 감청과 감시, 납북을 월북으로 선전하는 언론의 시선, 세금만 축내는 부담스러운 그룹, 정권의 교체와 함께 찾아오는 정치적인 이용가치 등은 감내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것이다. 
다시 그곳을 떠나야만 하는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모순, 불합리성 등은 실제로 그곳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살고 있는 똑같은 대한민국 국적자들과는 엄연히 다른 각도에서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캐나다의 상황을 고려해보자. 현재 여기에는 H, B(편의상 이니셜로 처리함-편집자 주)등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개진하려고 하는 한인그룹들이 있다. 그들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북한주민들을 동남아에 있는 태국에서 데려온다는 project를 세웠다. 그로부터 몇 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뜬구름만 잡는 허상을 꿈꾸고 있다.


매일 세미나를 열고 행사를 하고 정치인들과 쇼맨십을 보여주려고 하는 그들의 행동은 지극히 가엽기도 하지만 캐나다 탈북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경멸적인 발언들은 또 하나의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캐나다가 굳이 지구의 반대쪽에 있는 태국난민수용소에서 탈북자들을 위하여 돈을 써가며 고이 모셔올 절박한 이유와 의지가 있는가? 몇 년째 립서비스만 하는 그들의 입 모양의 움직임에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항상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 보여지는 위선과 가면, 정의와 인권을 외치는 목소리는 뜬구름 속에 흩어지는 메아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스스로 자각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위장난민이 아니다. 설사 해당국가의 법률로 해석할 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고 항상 현실에 맞춰 개정을 통해서 다듬어지는 것이다.
그 법의 잣대로 위장난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면 그 법을 집행하고 이런 방법으로 밖에 캐나다에 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주체가 위장난민을 생산한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지구의 한 끝에서 다른 한 끝으로 온 먼 여정을 통한 우리에게 이제 돌아갈 곳은 더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갈 것이다. (55면 광고 참조)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