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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의 이별
jakim

 

 아폴로가 통 힘이 없다, 아니면 뭘 골똘히 생각하는지. 발을 뻗치기 위하여 쭉 편 소파에 앉아 턱을 탁자에 괴고 있다가, 소파 저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기도 하고 한참 있다 내 옆에 와서는 자기의 그 큰머리를 탁자에 걸쳐놓은 내 다리에 척 올려놓고 뭔가 골똘히 생각한다. 


 다리가 아파 탁자에서 내렸더니 앤드루가 지냈던 지하실로 내려간다. 잠시 후 따라가 보니 앤드루 방에서 앤드루를 찾는지 그의 냄새를 맡는지 둘러보다 따라온 나를 쳐다본다. “앤드루 없어, 에드먼튼으로 갔단 말이야” 했더니 따라 올라온다.


 지난 목요일 밤에 앤드루가 시빅 할리데이가 낀 주말을 이용해 잠깐 들리러 왔다. 도착은 이곳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라 아홉시쯤에 침대에 들어가 두 시간을 잔 후에 11시에 차를 몰고 공항으로 나갔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문자를 주고받은 후에, 앤드루를 픽업해 집으로 왔다. 


 앤드루가 작년 6월 에드먼튼으로 떠나고 세 번째 온 것이다. 과연 아폴로가 아직도 잊지 않고 앤드루를 기억할까 했는데, 차가 진입로에 들어가 짐을 내리자, 리빙룸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아폴로의 우렁차게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먼저 들어가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빤히 쳐다보던 놈이 앤드루를 보더니 점프해서 달려가 앤드루에게 안긴다. 앞에서 누어 재롱을 부리다가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돌아와 다시 엉기고, 펄쩍펄쩍 점프하기도 하고, 꼬리는 마구 흔들어 대며 무척 흥분해 있다. “Apollo grew up a lot” 해서 자세히 보니 더 큰 것 같기도 하고. 지난봄에 아폴로의 큰 수술 후에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니 둘의 만남은 더욱 뜻 깊을 것이다.


 만남 뒤에는 항상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장모님, 그분을 만나고 올 때면 항상 자식들과의 이별을 힘들어 하셨다. 살아계실 때는 일, 이년에 한번 꼴로 집사람이 꼭 캘리포니아를 다녀왔고, 나도 집사람이 두번 가면 한번은 동행을 했다. 간다고 해봐야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머무르다 오는 것이었지만 헤어지는 날 아침부터는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이별을 앞둔 적막이 집안에 웃음과 활기를 거두어 간다. 


 트렁크에 짐을 모두 싣고 집사람과 마지막 포옹을 하실 때는 벌써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다. 집사람도 눈물이 많으니 이럴 때는 내가 수습을 해야 한다. “늦지 않게 빨리 갑시다. 장모님 다음에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오늘 아들 앤드루가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아폴로와 더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아 차에 태우고 나섰다. 내가 운전을 하고 집사람이 옆자리에 타고 앤드루가 뒷좌석에 앉으니 아폴로는 집사람과 내 사이 그러니까 차의 기어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앤드루가 불러도 대답도 않는다. 앤드루가 목줄을 잡고 뒤도 당기자 할 수 없이 뒤로 끌려간다. 나나 집사람이 당기면 반항을 할 텐데 앤드루에게는 꼼짝을 못한다. 


 가는 길에 어머니 산소에 들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따라 이륙장 들어가는 길이 꽉 막혀있다. 간신히 차를 대고 집사람과 앤드루가 먼저 내리니 아폴로가 차안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 사이 내가 내려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주고 앤드루와 집사람이 작별 포옹을 하니 아폴로가 처음 들어보는 신음소리를 내며 운다. 우우우우~~~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하며, 자기도 헤어짐의 포옹을 해야한다는 거다. 집사람이 뒷문으로 타고 앤드루가 멀어져가자 머리를 유리창문에 대며 울어댄다. 개들도 헤어짐의 슬픔을 알고 있는 거다.


 과연 이 이별로 누가 가장 많은 손해를 보고 누가 가장 슬퍼할지 한번 따져 보았다. 손해로 보자면 단연 앤드루가 가장 많다. 우리는 단 한명(1/4)을 보냈고 그 후에도 서로 의지하며 살기 때문에 그의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앤드루는 무려 3명(3/4)을 떠나가며 의지할 사람이 없어 가장 많은 손해를 본다.


 그러면 누가 가장 슬퍼할까? 그건 집사람이다. 자식이 부모 생각하는 것과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것은 비교할 수가 없다. 특히 어머니일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두 번째는 아폴로와 앤드루가 아닐까 한다. 앤드루에게 아폴로는 자식이고, 아폴로에게 앤드루는 거의 전부라고 해야 하니까.


 집까지 오는 동안 앞자리에 앉아 차의 기어 뒷부분 콤팩트에 턱을 괴고 앉아 있기도 하고, 반쯤 열어 놓은 창문에 고개를 내놓기도 한다. ‘그래 아폴로 그렇게 해서 당분간 앤드루에 대한 생각 잊어라, 이젠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야지.’ 하고 속으로 말한 후 힐끗 뒤를 보니 집사람도 아들하고 헤어져 마음이 무거운지 시무룩해 있다. 이럴 때 아무 말 안하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뭔가 반짝하는 것을 보았다.


 아! 장모님 눈에 서렸던 그 눈물을. 뒷자리에 앉은 집사람의 눈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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