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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 배경 영화(I)-서부 전선 이상 없다(1)
youngho2017

 

이제 제1차 세계대전(World War I, WWI) 배경 영화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직접 전쟁 현장을 묘사한 작품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공포, 불행, 전화(戰火) 속에 피어나는 전우애, 사랑 등을 묘사한 10편의 대작을 엄선하여 연재하려 하오니 많은 사랑과 성원 바랍니다. (필자 주)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루이스 마일스톤(Lewis Milestone, 1895~1980) 감독의 사실적 흑백 대서사극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를 꼽아보았다. 1930년 유니버설사 제작·배급. 흑백 4:3 스탠더드. 러닝타임은 원래 152분이었으나 디지털로 복원하면서 일부를 커트한 133분. 출연 류 에어스, 루이스 볼하임, 존 레이, 아놀드 루시, 벤 알렉산더 등. 출연 배우 중 현재 생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최우수 제작상(지금의 작품상) 및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90년 미 의회도서관 소속 국립영화등기소에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심미적으로 우수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영화로 선정되었다. 또한 미국영화협회(AFI)가 2008년에 선정한 대서사극 10편 중 7위를 차지한 명작이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원전은 1차 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의 1929년 동명의 소설로 모든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전쟁소설의 최고 걸작이다. 그 해 1월에 첫 출간되었을 때 나치에 의해 금지되고 불태워지기도 했으나 18개월 만에 22개국 언어로 25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7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Dunkirk)"는 이 영화를 통해 전쟁영화의 형식미학인 역동적인 구도와 카메라 동선의 구축 등을 참고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79년에 델버트 만 감독에 의해 리처드 토머스, 어니스트 보그나인 출연의 TV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1930년 원작에 충실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런데 영어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자면 '서부 전선은 완전히 조용하다', 독일어 제목 "Im Westen nichts Neues"는 '서부(전선)에 새로운 소식 없다(In the West Nothing New)'는 뜻이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번역은 위의 '조용하다, 고요하다, 새 소식 없다' 등의 뜻과는 사뭇 다른 '모든 게 잘 돌아간다'는 뉘앙스로도 들린다. 아무튼 영어 제목은 구어체적 표현으로 '침체상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상태' 등을 의미하는 "서부 전선에 새로이 보고할 뉴스가 없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서부 전선'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엄청난 사상자를 냈던 프랑스 북동부와 벨기에 전역에 걸친 약 300km의 전선을 말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오픈 크레디트 다음에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소설의 머리말이 나온다. "이 이야기는 고발이나 고백이 아니며 특히 모험담은 더더욱 아니다. 죽음을 직면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모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그냥 어느 세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뿐이다. 전쟁의 포화를 벗어나긴 했지만 전쟁에 의해 파괴된 사람들…"

 

 영화의 내용이, 전쟁은 죽음과 환상만 있을 뿐 영광은 없고 무의미한 살상만 있다는 젊은 독일군의 관점에서 서술됨으로 편의상 크게 4부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제1부: 교수의 참전 선동과 신병 훈련소

 제2부: 최전선에 배치되는 신병들

 제3부: 전쟁의 잔혹성과 공포의 경험

 제4부: 영웅의 귀가, 전선에의 복귀 그리고 죽음

 

1. 1: 교수의 참전 선동과 신병 훈련소

 영화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전선으로 향하는 독일군들이 끝에 뾰족한 스파이크가 달린 군모를 쓰고 군악대에 맞춰 시내를 퍼레이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순한(?) 우체부 힘멜슈토스(존 레이)가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자기는 예비군 병장이라 입영통지서를 받았다며 오늘이 집배원 생활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註: 이 순한 우체부 아저씨는 이후 악질적인 신병훈련소 상사로 180도 확 바뀐다.]

 

 창밖으로 군인들의 행진 모습이 보이는 교실에서 늙은 칸토레크 교수(아놀드 루시)가 어린 학생들에게 군대에 복무하는 영광과 조국(fatherland)을 구하는 명예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연설한다. "여러분은 우리 조국의 생명입니다. 여러분은 독일의 철인입니다. 조국은 지도자를 필요로 합니다. 부모와 애인과 개인적 야망 등은 제쳐두고 조국을 위해 위대한 희생을 할 때입니다. 바야흐로 여러분의 위대한 삶이 시작됩니다. 영광스런 전장(戰場)이 여러분을 부릅니다…." 선생은 호전적이고 애국주의적인 학구적(學究的) 미사여구로 학생들이 자원하도록 선동한다.

 

 이에 고무된 학생들이 자원한다. 그 중에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화자(話者)인 파울 보이머(류 에어스)와 그의 친구들인 알베르트 크로프(윌리엄 베이크웰), 페터 레어(스코트 콜크)와 프란츠 켐머리히(벤 알렉산더), 프리드리히 뮐러(러셀 글리슨) 그리고 썩 내키지 않아 했지만 요제프 벤(월터 브라운 로저스) 등이 조국의 영광과 명예를 위해 육군 제2중대에 지원하여 전선으로 가기 위해 10주간의 신병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소에 도착한 이들은 전쟁은 재미있을 것이라며 총검을 사용하거나 기마병이 되어 적과 싸우는 낭만적인 기대에 부푼다. 특히 켐머리히는 특수 수입가죽으로 만들었다며 삼촌에게서 선물 받은 부츠를 자랑하는데….

 

 그러나 그들은 전직 우편배달부였던 힘멜슈토스 상사의 고문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에 의해 상관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된다는 사실부터 배워야 했다. 그는 진정한 군인이 되기 위하여 지금까지 알고 있거나 배웠던 모든 걸 깡그리 잊어버려야 하며, 자신의 과거와 미래도 모조리 잊어버리라고 호령한다. 그리고 "너희들의 젖비린내를 없애고 깡다구를 키워주겠다"며 "군인이 안 되는 놈은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선생에게서 들었던 애국심이나 영웅심 따위는 벌써 까맣게 잊혀진다. (다음 호에 계속)


▲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1930)' 영화포스터


▲ 칸토레크 교수(아놀드 루시)가 어린 학생들을 전쟁에 참여토록 그럴듯한 학구적 미사여구로 선동하고 있다.
 

▲ 16세의 어린 학생들이 칸토레크 선생의 연설에 고무되어 환호하며 전쟁 참여 지원을 한다. 맨오른쪽이 주인공 파울 보이머(류 에어스)
 

▲ 우편 집배원이던 힘멜슈토스(존 레이)는 그를 잘 알고있는 신병들이 농담을 하자 진정한 군인이 되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며 폼을 잡는다.
 

▲ 교관 힘멜슈토스는 하필이면 진흙탕에 데려가 '전방 포복, 엎드려!'라며 고문에 가까운 훈련으로 신병들을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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