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Donkey) vs. 코끼리(Elephant)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생방송 토론(Presidential Debate)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지난 9월 10일 열렸다. ABC방송이 주관한 이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60) 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약점을 파고들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親)민주당 성향인 CNN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미끼’로 낚았다”고 했고, 트럼프를 지지해 온 Fox뉴스 정치 분석가 부릿 흄도 “트럼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늘만큼은 해리스의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선(大選)은 각 주(州)에서 뽑힌 선거인단 538명이 유권자들을 대신하여 대통령을 뽑는다. 선거일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면 유권자 투표 결과에 따라 표를 던지기로 약속한 선거인단이 한 달 뒤에 따로 모여 대통령·부통령을 뽑는 것이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그곳의 연방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수를 합한 수로, 인구에 따라 주마다 걸린 선거인단 수가 다르다. 유동인구의 변화에 따라 선거 때마다 선거인단 수도 달라지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승자독식(勝者獨食·Winner-Take-All)’이다. 50개 주(州)와 워싱턴DC 등 전체 51개 지역 중 2곳(메인·네브래스카)을 제외하고 전부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인단 15명이 걸린 A주가 있다면, 유권자들의 표를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가 A주 선거인단 모두를 차지한다.
<매직넘버 270>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유권자들의 표(popular vote)를 많이 얻는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선거인단(選擧人團)을 많이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부통령이 된다. 538명의 과반(過半)인 270명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것. 2016년의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286만 표나 더 많이 얻었는데 선거인단 수(數)에서는 232명 대 306명으로 밀린 나머지 선거에서 패배했다.
경합주(競合州·swing state)에서 승기(勝機)를 사로잡아야 대선에서 깃발을 꽂는다며 확정된 정설(定說)처럼 여길 정도다. 미국 대선 여론조사 뉴스에서 ‘경합주’라는 말은 ‘선거 때마다 우세(優勢)한 정당이 바뀌는 주(州)를 말한다. 대다수 주가 승자독식 방식의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다 보니 전체 선거 결과는 경합주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훨씬 커 후보지지도가 열세(劣勢)인 지역은 한 번도 찾지 않고 경합주만 돌면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미 선거인단 538명의 향배(向背)는 정해진 거나 다름 아니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동·서부 해안의 주(州)들은 민주당 성향이 압도적이고, 텍사스주와 중·남부 내륙의 주들은 공화당 지지가 굳건하다. 남은 것은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7개 경합주 7곳은 러스트벨트(북동부 공업지역)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 선벨트(남부지역)인 조지아·네바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 주(州)이다. 이곳의 표심(票心)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이 아니라 여론조사 때마다 전망이 엇갈릴 정도로 초박빙(超薄氷) 상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前 대통령이 9월 10일 첫 대선 TV토론은 56일 앞으로 다가온 美 대선의 사실상 ‘마지막 빅 이벤트’로 여겨진다. 추가 토론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이번 토론이 두 후보의 대선 성패를 가름할 단판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NN은 “이번 토론이 대선은 물론이고 두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評)했다.
특히나 6월에 진행된 대선 TV토론에서 인지능력 저하 논란을 일으키며 후보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해리스 후보가 이번 토론을 통해 어떤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 크나큰 관심사였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한 해리스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새로운 전환점(轉換點)을 마련치 못하면 ‘트럼프 대세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토론이 열리는 장소가 올해 대선의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라는 점도 주목됐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과거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 ‘블루월(Blue Wall·민주당 장벽)’로 불렸지만, 2016년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의 ‘성난 백인들’이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서며 격전지로 뒤바뀌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시험’ 치르기 위해 닷새간의 모의(模擬) 토론 특훈(特訓)을 거친 해리스 후보는 ‘검사(檢事) 대 중범죄자(重犯罪者)’ 구도를 앞세워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화당으로부터 ‘말 바꾸기’(정책 뒤집기)에 대한 집중공세를 받아온 상황에서 공격적인 토론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의도다. 이는 그간 자신을 미국 사회를 분열시킨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을 넘어설 새로운 리더로 규정하고자 했던 행보와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단 한 차례만 언론 인터뷰에 나선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해리스 후보가 이번 맞대결 토론에서 성과를 못 내면 만회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해리스 후보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했다. 해리스 후보를 급진좌파(急進左派)로 규정한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막말 부메랑’을 조심해야하는 트럼프 후보는 7번째 대선 TV토론에 나선 베테랑이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려 왔다. 그는 해리스 후보의 말 바꾸기를 집중 공략하며 대통령직분을 수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단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해리스 후보의 공격에 트럼프 후보가 얼마나 절제(節制)된 대응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였다. 트럼프 후보가 인종이나 성적비하(性的卑下) 발언을 할 경우 비(非)백인과 여성 유권자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혔던 ‘고령자(高齡者) 이슈’가 트럼프 후보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비교적 건강해 보이지만, 최근 유세에서 부쩍 횡설수설(橫說竪說)하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5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관세 부과와 보육비 지원을 장황하게 비논리적으로 연결지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연설”이란 비판을 받았었다.
토론(討論) 규칙은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의 TV토론 규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후보들은 청중, 참모, 참고자료 없이 빈 종이와 펜, 물 한 병만 갖고 대결한다. 서로 직접 질문할 수 없고 질문 권한은 진행자만이 갖는다. 질문에는 2분씩 답변할 수 있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해 규칙 변경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캠프가 허용(許容)하지 않았다. 다만 후보 간에 유·의미(有·意味)한 언쟁이 발생할 경우는 주최 측이 마이크 음소거(音消去)를 해제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후보가 ‘맞짱 토론’을 벌일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미국 대선(大選)의 승패를 좌우한 역대 TV토론을 보니 “방심(放心)하다 훅 갔다”는 언론 및 정치권의 중론(衆論)이다. “해리스가 도발하고 트럼프가 반응했다. 여유로운 쪽은 해리스였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토론 초반에만 해도 침착한 표정들이었지만 중반에 들어서면서 트럼프가 여러 번 고성(高聲)을 지르기도 했다. 해리스가 토론 내내 다양한 표정을 활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발언에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으로 그의 발언을 부정(否定)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극단성(極端性)’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은 자신의 발언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지는 구조였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썹을 치켜 올리고 턱을 숙이면서 그를 응시하는 방법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과 멀다’는 느낌을 줬다. 트럼프 발언 중간 중간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하자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다. 아직 토론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괴롭힐만한 문제를 차분하게 나열했고, 트럼프는 해리스 공격에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상 최초로 민간인 우주 유영(遊泳)에 성공한 우주선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밖으로 완전히 몸을 내민 민간인 최초의 우주비행사들 눈앞에는 칠흑 같이 새까만 우주와 밝게 빛나는 푸른 지구가 펼쳐졌다. 아이작먼은 무전으로 “지구에 있을 때 우리는 할 일이 많지만, 여기서는 마치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Back at home we all have a lot of work to do but from here, the Earth sure looks like a perfect world.)”고 우주선 밖에서 지구를 바라본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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