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가지면 우선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이 이름 짓기 아닐까요?
모든 새내기 부모들의 고민이긴 하겠지만 한국과는 달리 멋지고 아름다운 영어 이름 때문에 이름 짓기에 더 고민 하는 분이 많은 곳이 이곳 이민 사회입니다.
제 프리스쿨에 오는 아이들은 영어 이름만 쓰는 아이, 한국 이름만 쓰는 아이, 그리고 영어 이름 한국 이름을 다르게 쓰는 아이 등 다양합니다. 해가 갈수록 쉬운 한국 이름 하나로 통일하고, 영어표기도 발음도 어렵지 않은 예쁘고 멋진 이름들 많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기지와 지혜가 점점 더 나아가고 있으며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당당하게 아이들 이름을 물려주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주중에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반쪽 짜리 한국 아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영락없는 백인 아이 모습이었지요. 그런데 할머니가 한국 이름을 '돌쇠'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이름은 막 지어야 잘 산다나요.
집에서 한국이름으로 불리다 첫 학교에서 영어 선생이 자기 영어 이름을 애타게 불러도 반응 아이도 있습니다. 한동안 Elementary의 ESL 수업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새로 이민 온 아이들이 본래 한국 이름 안 쓰고 모두들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을 봤습니다. 그때 ESL 담당선생님은 좋은 자기 이름 두고 굳이 영어 이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 짓기도 했지요. 물론 어떤 선생님은 발음하기 불편하니까 영어 이름 만들기 권하기도 하지만요.
이민 와서 모든 게 낯설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 이름이 어려워 혹 선생님이 불편하면 미안해서, 그것 때문에 나쁜 영향이라도 받을까 두려워, 친구들 사귀는데 어려울까 걱정돼, 더 쉽게 적응 하라고, 또 다들 그러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고… 그렇게들 바꾸지요.
영어를 못해도 기죽지 않기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이름을 정확히 가르쳐 주는 배짱부터 키워 주는 건 어떨지요. 아무도 처음부터 남의 나라 말 잘 할 수는 없습니다.
기 죽지 않아야 배우는 것도 빨리 배우는 법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수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곳에 살려고 온 남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주 어려운 발음의 한국 이름이 아니면 굳이 얼굴하고 안 어울리는 톰, 존, 케이린 등 이름을 꼭 가져야 할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태어나고 며칠지난 후로 받은 세례명으로 영어식 이름 있습니다. 그런데 이민 와서는 더 안 쓰고 있습니다.
제 한국 이름을 영어로 정확하게 발음하기 힘들어 하고 또 잘 알아 듣지도 못해서 일일이 스펠을 말해주어야 하는 불편 많았습니다. 제 이름의 의미가 경사를 싣고 다닌다는 참 좋은 의미라 워크숍 등에서 은근히 자랑하면서, 혹은 '경'자 발음 안돼서 어려워 하면 쉽게 부르게 허락해 줄게 하면서 이름의 첫 자 하나만 부르게 하기도 합니다.
모두들 자기 개인 의견이 있고 철학이 있어 아이들 이름 심사 숙고해서 짓겠지요. 모두 존중 받아야 할 뜻들 입니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세계를 무대로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입니다. 세계에는 알다시피 수많은 나라와 그 고유 문화들이 있지요. 영어이름 한국 이름 두 개 꼭 있어야 할지, 꼭 영어식 이름 있어야만 더 잘 살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