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에 하늘이 문을 열고 땅을 꾸짖으시며 하늘에서 광화문에 의사(義士) 대표단 백만을 단체로 내려보내셨단다 그러나 땅은 귀를 닫고 세상의 진실의 소리를 듣기를 거절하는 귓병 환자들이 너무 많다 …
후두둑 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무들은큰 양동이 하나씩 들고숲 밖으로 나온다 양동이마다빗물을 받아 지난여름부터 준비한 빛고운 붉은 옷감을필로 들고 나와마지막 행굼을 하고 비 개인 오후바삭 소리 …
삶을 삶았더니슬픔의 쎈 뼈가부드럽게 익더라농골농골 산다는 것은 뜨거운 불판 위에 나를 올려놓고온종일 삶는 일이더라 오늘도 나는내 안의 무언가를 삶는다 바글바글 삶아낸질긴 마음 근육질이어금니를 물컹 깨문다 내 안의 비릿한 무언가 날 …
나는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안개는 세상의 모서리로부터 나를 숨겨주며 말없이 나를 감싸안는다 천천히 내 이름을 지운다 나의 모든 잘못도 나의 모든 부끄러움도 잠시 지운다 아 이대로 …
초록빛 언어로 소통하던 푸른 여름 숲이 빛바랜 행장을 챙긴다 매미는 악기를 접고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를 거둬들인다 바람은 서둘러 찾아오는 가을 손을 위해 흩어진 숲의 그림자를 비질하고 잎들은 푸르렀던 젊은 시절을 …
한 남자가 늦은 여름 저녁 가방을 안고 공설운동장으로 향한다 그의 가방 안에는 오늘밤 가설 밤무대를 눈부시게 흔들어 놓을 관객들이 들어 있다 음흉한 얼굴 사악한 뱀눈의 웃음 짝퉁 이름 짝퉁 양심 …
팔월 여름비가 방울방울 내려와서 꽃잎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팔월 더위를 씻어 준다 폭염이 타는 태양 아래 작고 하찮은 이름 없는 풀잎의 푸른 이마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시원하게 식혀준다 그늘도 없는데 땡볕 아래서 …
그는 갔다 누구도 배웅하지 않았다 아무도 언제 올 거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봄 오면 개나리꽃처럼 늘 봄을 이고 와서 이 공원 한 귀퉁이에 그의 계절을 옮겨 심었다 …
우리는 무덤을 들고 태어난 한 톨 별먼지라 한다 인생은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는 것이란다 칠량계의 엄청난 숫자의 별먼지의 원소로 뭉쳐진 우리 각각은 작은 우주란다 지구는 오대양 육대주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