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로 시작하여 ‘새파란 젊은 꿈을 엮은 맹세야’로 이어지는 ‘낙화유수’는 남인수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다. 많은 말보다 이 짧은 몇 마디의 가사 속에 인생과 청춘, 꿈과 허무가 다 …
12월로 접어든 어느 날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새껏 뒤척이다 아침결에 겨우 눈을 붙였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더듬더듬 수화기를 집어 든 순간 신호가 끊겨 버렸다. 실눈을 뜨고 벽시계를 …
파리를 다녀온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여행 후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오래전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 펜을 든다. 그러고 보면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던 듯하다. 남들이 …
아들에게 네 생일에 뭘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손녀 생일을 제외하고 다른 가족 생일에는 그냥 식사만 하자고 한다. “그래도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생일인데… 네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라고 말했지만, …
양파를 언제 사왔더라? 커다란 그물망에 담아서 파는 양파는 노부부 둘이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부지런히 먹어도 마지막 남은 것은 속이 곯기 일쑤다. 지난 번에도 하나를 버렸다. 아깝게 또 버리느니 물러지기 전에 싹이라도 틔워 …
새 자동차를 사면서 견적이 나왔다. 세일즈맨과 기본 차값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파이낸싱 매니저를 만났다. 인사를 나눈 후 그의 설명을 들었다. …새 자동차의 워런티는 3년이다. 3년 동안 부품에 고장이 나면 …
아직 고개도 못 가누고 눈도 못 뜬 채로 우리 집에 온 어린 채송화. 몇 송이는 키가 겨우 내 새끼손가락만 했다. 줄기는 만지기도 조심스러운 여린 잎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뿌리는 제 어미의 …
한 무명의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자곤 하였다. 그래서 마음의 수양을 통해 삶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어 볼 요량으로 깊은 산중의 사찰로 들어갔다. 아무도 오지 …
그 한 발짝에 올라서지 못했다면 우리는 조난이었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린 끝에, 나는 마침내 그 한 발짝을 디딜 수 있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몸 깊은 곳에서 마지막 힘을 끌어낸 것이다. …
잠을 깨니 햇살 가득한 아침이다. 김이 오르는 커피 한 잔을 들고, 통유리문으로 뒷마당이 내다보이는 식탁 의자에 자리잡고 앉는다. 어제까지 눈폭풍 몰아치며 폭설이 쏟아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다. 내 …

